FTA서 경제활로 찾자
	2004-12-01
FTA서 경제활로 찾자 지난 29일 라오스에서 개최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정상회담 후 지난 1월부터 10차례에 걸쳐 진행한 양국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됐음을 선언했다. 싱가포르는 칠레에 이어 한국과 FTA를 체결한 두 번째 나라가 되었다. 이번에 타결된 한·싱가포르 FTA는 상품과 서비스, 무역, 투자, 정부조달, 기술표준 적합성 상호인정, 지적재산권 보호, 긴급수입제한제도 발동요건 등 9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특히 양국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 ‘민족내부거래’로 인정하여 한국산과 같은 특혜관세를 주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이 해외에서 판매될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된 셈이다.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 거래를 사실상 ‘민족내부거래’로 인정하는 최초의 국제협정이라는 점에서 향후 남북 경협을 국제화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싱가포르와의 FTA가 공식 서명되고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 발효되면, 우리는 동아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경쟁적 FTA 추진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싱가포르는 개방경제체제 운용에서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나라다. 세계 4대 금융시장의 하나이며 6000여개의 다국적기업이 활동하는 세계적 물류 중심지다. 싱가포르와의 FTA는 물류·금융·서비스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양국 기업의 상호 투자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싱가포르 수출은 작년의 47억달러에서 크게 늘어나고 싱가포르의 서비스 및 정부조달 시장의 진출 여건도 대폭 개선된다. 싱가포르는 1960년대 이래로 한국과 더불어 ‘아시아 호랑이’로 일컬어졌으며, 개방체제에서 고도성장과 산업구조 전환을 모범적으로 이룩한 나라다. 인구 450만에 국토면적이 서울시와 비슷한 작은 나라이지만 개방체제와 국민의식의 국제화, 국가 전체를 ‘지식의 섬’으로 변모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FTA 체결로 싱가포르의 개방형 경제운용 패러다임을 한국에도 적극 전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번 FTA 타결로 우리나라의 본격적 FTA 추진 로드맵은 체계적 이행단계로 접어들게 되었다. 내년에는 한·아세안 FTA 협상이 개시될 예정이다. 이미 협상이 진행 중인 일본, FTA 공동연구에 합의한 인도, 이미 진행 중인 한·중·일 FTA 공동연구에 이어 미국과의 FTA도 검토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이제 전방위 FTA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하겠다. 개방체제를 맞이하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기업 경쟁체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왜 이렇게 FTA를 추진하는가? 그것은 세계경제의 대통합이라는 역사의 물결에 순응하고, 국내 경제체제를 효율화하여 성장기반을 마련하고, 국민의 경제적 후생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2주 전 칠레 산티아고에서 채택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선언은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에 순응하는 FTA를 집적시켜 아·태지역 전체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하자’는 APEC 기업인들의 주장에 주목한다는 내용을 담은 바 있다. 다른 나라에 비교하여 FTA의 지각생인 우리는 세계적 조류에 뒤지지 말고 본격적인 FTA 시대를 개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의 취약 산업을 순조롭게 구조조정하고 국내 경제를 효율화하며 21세기 우리의 살길을 찾아야 한다./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출처 - 세계일보 2004. 12. 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