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실리외교와 北·中관계
	2004-09-30
후진타오 실리외교와 北·中관계 지난 19일 중국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 폐막과 함께 장쩌민은 당의 군사중앙위원회 주석직을 후진타오에게 이양하면서 당·정·군 3권체제의 정비가 종결되었다. 이번 정권이양이 세인의 관심을 모은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정치권력 구도의 특성상 출범 2년이 된 후 지도체제 공고화를 위해 군부 통수권이 필수불가결했기 때문이다. 이제 후진타오는 명실상부한 중국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올랐으며 당·정·군이라는 권력의 삼두마차를 모두 장악함으로써 권력이양의 과도체제가 종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후진타오는 지난 2, 3년간 정권 이양기에 처해 있었기에 독자적인 대외정책을 전개하는 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군부의 지지와 지원을 확보했기 때문에 자신의 가치관과 대외관을 중국 외교에 반영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그렇다면 후진타오의 대외관과 외교적 가치관은 과연 무엇일까. 과거 장쩌민이 이념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동시에 실용주의적 외교노선을 택했다면, 후진타오의 경우 이념의 색채가 많이 바랜 실리주의 외교라고 할 수 있다. 즉 후진타오는 국익 중심의 외교정책을 추구할 것이고, 외교 행태도 실리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혹자는 이를 공세적인 외교로 인식할 수 있겠으나, 다른 한편 좀더 유연해지는 외교를 전개하는 계기로도 평가할 수 있겠다. 향후 후진타오의 중국 외교는 젊고 전문성을 갖춘 테크노크라트들이 전담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국익에 바탕을 둔 유연한 실리외교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달라지게 될 중국의 외교노선은 대북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미 후진타오 정부의 대북 정책은 이념 위주에서 국익 위주로 변화되었고, 특히 북핵 문제의 해결방법으로 다자간 협력을 선택한 데서도 잘 반영되고 있다. 이는 중국이 평화적인 발전을 위해 북한과의 선린우호정책을 견지하면서도, 국제문제를 다자간 협력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북한이 중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필요한 시장과 자원을 공급할 수 있는 국가라는 점에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정책기조를 계속 펼칠 것이다. 우리가 특히 후진타오 정부의 대북 관계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중국의 국제적인 위상과 위치이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기 때문에 이제 예전과 같은 퍼붓기식 대북 원조 또는 구상무역이나 전통적 우대방식의 상거래를 하기 어려운 실정에 놓여 있다. 그리고 북한 역시 신의주특구 제정 때와 같이 중국의 동의 없이 중국으로부터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해 무비자조치를 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단둥과 신의주의 교역채널 역시 기존의 관세제도를 적용받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최근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같은 국제금융기구에 북한의 회원자격 부여를 통해 필요한 경제 지원과 원조를 제공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 이 경우 북한은 국제 규범과 규칙을 준수해야 하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진정한 책임과 의무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개방을 한층더 유발시킴과 동시에 자국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논리이다. 후진타오는 정치, 외교, 안보 분야에서는 주변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정책을 견지하고 있어 대북 관계도 이와 맞춰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실리외교를 구사하는 중국과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춰 나간다면 북한과의 협력과 대화의 채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 출처 - 세계일보 2004. 9. 3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