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學이 존재해야 할 이유
	2004-08-22
私學이 존재해야 할 이유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정당 그리고 사학법인 간에 논란이 치열하다. 사립학교법은 1963년 제정 이후 몇 가지 쟁점에 대해 논의가 계속되어 왔다. 이번에는 국회를 중심으로 개정 논의가 가열되고 있어 사학교육 체제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 같다. 법개정의 쟁점은 교원임용권의 학교장 이양과 교원인사위원회의 제청,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기구화, 그리고 교사회·학부모회·학생회의 법제화 문제, 이사회 친인척 비율 문제, 비리관련 인사 복귀금지 시한 등이다. 이들 문제를 놓고 이해당사자는 자신들의 이해에 급급해하고, 정부나 정당은 압력단체들의 눈치보기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교육의 이념과 본질, 공교육 체제에서 사학교육의 존재 이유와 가치, 사립학교의 설치 목적과 이념 등을 최우선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잊어버리거나 벗어나서는 안 된다. 먼저 사적 영역의 교육이 국가관리의 공교육 체제로 바뀌면서 전제가 된 것은 국민은 다양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국가는 이를 보장하는 교육체제를 갖추고 그러한 교육을 국민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다. 국가는 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사학교육을 장려해야 한다. 그러므로 사립학교를 설립·경영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교육체제를 가진 국가에서는 국민의 교육권이라고 할 수 있다. 사학 수가 많다거나 재정지원을 한다는 이유로 사학과 국공립을 구분하지 않고 평준화 체제로 획일화해서는 안 된다. 사학법 개정에서 기본원칙 몇 가지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첫째, 사학을 통한 다양한 교육의 제공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기초인 다양한 민주시민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학의 비중이 크다거나 학생 납입금이 운영비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이유로 사학을 공립과 같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 둘째, 학부모와 주민의 교육 참여권과 국가의 지도감독권은 국공립학교와 차별되어야 한다. 학생의 등록금과 정부의 지원금으로 운영된다고 해서 창립 정신과 이념을 무시하고 국공립과 동일시한다면 교육의 다양성과 민주성을 저버리는 것이 된다. 학교운영위원회를 국공립학교와 같은 성격이나 기능을 갖게 한다면 사학의 창립 정신과 이념을 실현할 수 없게 된다. 교원임용권은 임용자가 가져야 한다. 임용 대상인 교원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는 교장의 교내 인사에 대한 자문기구이지 의결기구가 아니고, 특히 신규채용 권한까지 가져야 한다는 것은 인사행정과 경영의 기본에 맞지 않는다. 셋째, 비리사학의 문제는 강력한 지도감독권으로 다스려야 한다. 모든 사학을 범죄집단시하여 법체제를 고치는 것은 건전사학을 고사시키는 결과가 되고, 결국 다양한 교육을 국민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 넷째,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을 구분하여 사학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보통교육 단계의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교육을 구분하여야 한다. 다섯째, 한 개 법인이 한 개의 학교를 설치·운영하는 경우와 초·중·고등학교와 대학 등 여러 급의 교육기관을 설치·운영하는 법인을 구별하여야 한다. 여섯째, 국제적 개방사회에서 교육의 졍쟁력을 생각해야 한다.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학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한층 확대해야 할 시점에서 거꾸로 가서는 안 된다. 오랜 평등주의 교육관에 중독된 우리 사회가 그 폐해에서 벗어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악평등주의를 고수해서는 교육과 국가가 발전할 수 없고 민주시민의 개성화와 다양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 정부와 정당, 그리고 관련 단체들은 대립적인 다툼에 묻히지 말고 사학의 존재가치와 목적 등 원칙적인 문제를 차분히 고려하기 바란다. 강인수 (수원대 교육대학원장) 출처 - 세계일보 2004. 8. 2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