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바로서야 경제가 산다
	2004-07-23
시장경제 바로서야 경제가 산다 경제는 지금 어려운 상황에 있다. 세계경제의 회복세로 수출이 증가해서 상반기 중 무역수지 흑자 폭이 지난해 보다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 우리 경제를 지탱해 주고 있다. 그러나 국내적으로는 투자가 8년째 감소하고 있고 실업이 늘어나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에 빠질 것을 많은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만약 세계경기가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수출이 감소하고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그동안 과도하게 오른 부동산가격이 급락하여 버블이 붕괴된다면 우리 경제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 염려되고 있다.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진 데는 물론 우리 경제의 내부에도 문제가 있으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적·사회적 환경에도 그 원인이 있다. 정치와 경제는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경제라면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정치이기 때문이다. 경기와 금리와 같이 경제 환경이 변할 때 기업가는 사실 이에 대응할 방법이 별로 없다. 마찬가지로 정치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경제학자나 경제 관료는 경제정책의 제안이나 수행에 무력감을 느낀다. 둘러싸고 있는 정치적·사회적 환경을 주어진 여건으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최근 발언도 이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현재 정치권과 정부는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개혁을 통해서 분배를 공평하게 하고 경제의 비효율을 제거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혁을 통해 분배를 공평하게 하고 경제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르는 부작용 또한 경계해야 한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커지고 공공부문이 비대해지면 시장경제에 의한 기업부문은 당연히 움츠러들 수밖에 없고, 공공부문의 비효율 문제가 부각되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 졸업생들 사이에는 고임금에 정년까지 보장되는 정부나 공공부문이 가장 좋은 직장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 오히려 이 같은 측면을 방증하고 있다. 따라서 개혁은 시장경제의 원칙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과도한 정부 개입이나 공공부문 확대는 결국 그 부작용만 크게 하여 재정 적자를 늘리고 민간경제를 위축시켜 지금과 같이 장기침체로 우리 경제를 몰고 갈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의 원칙 하에서 성장을 촉진하면서 동시에 소득이 낮은 계층의 후생은 조세로 거둬들인 정부 재정으로 높이는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의 예를 보더라도 시장경제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경제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중국 경제는 성장하고 있고 국민들의 생활도 향상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시장경제에 대한 논란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우리 경제의 앞날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다행히 정치권과 정부가 모두 시장경제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논쟁을 바라보는 기업인들은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이 기회에 집권 여당은 시장경제의 원칙을 좀더 명확하게 국민들에게 천명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불리한 정치 환경 속에서 경제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경제 관료들에게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개혁도 경제가 살아나야 성공할 수 있다. 시장경제의 원칙이 지켜질 때만이 우리 경제는 되살아날 수 있고,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적 환경이 경제를 도와줘야만 투자가 늘어나서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출처 - 세계일보 2004. 7. 2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