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말로만 하지말라
	2004-07-22
시장경제 말로만 하지말라 이헌재 부총리가 최근 우리 경제가 과연 시장경제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해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 사회가 좌경화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는 벌써부터 있었다. 반기업 정서, 반시장경제 성향 등이 근래에 심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수장으로서 이 같은 회의와 비관적 견해를 갖게된 상황 변화는 우리를 매우 불안하게 한다. 그런 요인 가운데는 경제 마인드가 미비하고 오로지 정치투쟁만을 중시해 온 참여정부의 집권 세력도 시장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있다. 무엇보다도 참여정부가 경제를 잘 해 보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궁금하다. 경제를 잘 해보려는 생각보다 오히려 경제성장을 희생해서 분배·복지·형평 등 좌파적 가치를 추구하려는 정치 계산이 깔려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경제를 경시하고 정치세력 확대에만 전념하는 것이 문제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강화하고 국민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집권세력으로서 의지와 책임감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개혁을 통한 ‘나라의 틀’을 바꾸는 것만 목표로 삼는 것 같다. 세계 경제의 호황 속에서도 우리 경제는 계속되는 경기 침체, 투자 부진, 가계신용 부실화 등 위기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경제 인식 아래 얼마 전에 뜻 있는 경제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정부에 대해 ‘이제는 경제’ 살리기에 모든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도록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비해, 참여정부는 스스로 그들의 경제정책 기조를 친시장경제적이라고 주장하고 현재 우리 경제는 위기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부 기업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정치권의 좌경화 성향이라고 본다. 이러한 성향은 경제가 어렵더라도 노동자의 권익 확대를 강조하는 노동정책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정부는 전투적 노조가 파업을 벌일 때마다 언필층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한다고 공언하지만 그런 주장도 실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경기가 좋건 나쁘건 연중 행사로 벌이는 노조의 과도한 파업이 그치지 않는 것도 정부 노동정책의 실체를 반영한다. 이헌재 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시장경제의 한계에 부닥친 원인을 집권세력인 386세대가 정치적 암흑기에 저항운동을 하느라 경제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어느 원로 신부님은 386세대가 민주화 투쟁을 한다고 반항심만 키웠지 공부를 소홀히해서 무식하며, 무경험에 무능한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위기의 원인이라고 평가한다. 시장경제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고 배우지 못했으면 누구라도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 부족하게 마련이다. 이렇게 볼 때 결국 우리 경제의 위기는 무엇보다도 시장경제의 위기이며 이것은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 부족한 데서 연유한다고 하겠다. 우리 경제 위기의 원인은 단순한 주기적인 경기 변동이나 산업구조조정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경기 회복을 위해서 추경예산을 마련하고 선심성 민생 문제 해결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도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경제원리에 따라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만이 해결 방안이다.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확립하기 위해서 올바른 경제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위한 투자도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 경제가 오늘날 이만큼이나마 발전한 데에는 적어도 두 가지 중요한 요인이 있었다고 본다. 하나는 시장경제의 선택이었으며, 또 하나는 우리 국민의 높은 교육열과 교육 수준에 힘입은 바 컸다. 이제 우리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는 우리 사회의 반시장경제 정서 및 교육의 하향평준화라고 하겠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하기 위한 경제교육 강화 및 교육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출처 - 문화일보 2004. 7. 2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