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탁' 새 轉機삼자
	2004-07-05
'인사청탁' 새 轉機삼자 언론법의 판례 이론으로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공적 인물’의 논리는 대학 강의를 듣는 초급 학년 학생이라면 대개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 공인(公人) 이론은 한마디로 이에 해당하는 사람들에 관한 보도는 처음부터 그를 음해하고자 하는 현실적인 악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도의 대상이 된 공인이 입증하지 못하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에서도 이미 이를 인정했고 판례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공인의 범위는 넓어지는 추세지만 국회의원이나 행정 각부의 장 등과 같은 공직자는 전형적으로 여기의 공적 인물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고위 공직자는 행동거지가 항상 대중의 알권리의 정당한 대상에 놓인다는 점을 생각하며 일거수 일투족에 자기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 자두가 한창 때인 지금이지만,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매지 않는다는 속담은 그래서 항상 새겨들어야만 하는 금언인 것이다. 세계일보의 단독보도 이후 소위 조·중·동 등 일간지들과 KBS·MBC 등 방송사들이 일제히 보도하기 시작한 국회의원이자 장관의 ‘인사청탁 스캔들’은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의 사회적 행태나 정부의 양식에 비춰볼 때 의아스러울 정도로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참여정부로서는 성패를 가름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는 사건일 수도 있다. 참여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1987년 6월 항쟁 이후 들어선 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가 그 이전 정부와 차별성을 지니는 가장 큰 지점으로서의 ‘민주화’ 정부와는 또 다른 진일보성을 지니는 모습을 찾기 위한 초심으로 되돌아갔으면 한다. 그 내용은 지방분권을 통한 균형적 국가발전이며―사실 이는 KTX(고속철)를 타고 하루만에 지방을 다녀오기만 하면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 형식은 투명성을 통한 책임성이다. 참여정부의 ‘참여’라는 말은 노무현 정부에서 국민의 참여를 말하는 것이고, 그 국민은 서울특별시의 강남권 국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전 국토 모든 지역의 국민이며, 바로 그러한 국민의 정부 참여를 통한 국가의 균형 발전이라는 시각은 분명히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지금의 정부를 이룬 것이다. 이번 인사청탁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그 방향에 따라 노무현 정부의 궁극적인 성패가 갈릴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것은 또한 바로 앞의 민주화 정부의 시대적 정당화를 넘어서 민주화 정부의 완결이며, 새로운 전환기를 여는 첫 정부로서의 역사적 정당성을 지속시킬 수 있는 관건이 될 것이다. 국민을 적과 동지로 나누고 그 연장선상에서 적으로 상정되는 언론사와 동지로 인정하는 특정 정파 내지 공직자간의 다툼으로 이 문제를 변질시키지 말아야 한다. 공인의 헌법이론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접근하지 않는다면,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폴리스가 쇠망할 때 수없이 나타난 소피스트들의 궤변을 준열히 꾸짖었던 소크라테스의 독배와 같은 상황이 될 것이다. 대통령제 정부형태에서 단임 대통령이 특히 겪는 임기말의 레임덕까지 이미 겪었다고 볼 때 앞으로 남은 3년 6개월의 기간은 제3공화국 헌법까지의 4년제 대통령 임기에 버금갈 만큼 알이 꽉 찬 시간으로서 노무현 정부 앞에 놓여 있는 것이 현 시점이다. 이번 사건을 정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다잡는 전기로 삼는다면 가장 바람직한 교훈이 될 것이다. ‘인사청탁은 패가망신’이라는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의 상징도 욕되지 않게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국가발전을 위한 참여정부 성패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강경근 (숭실대 법학 교수) 출처 - 한국일보 2004. 7. 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