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앞으로 3개월 지켜봐야
	2004-06-28
북핵, 앞으로 3개월 지켜봐야 지난 26일 폐막된 중국 베이징(北京) 제3차 6자회담 참가국들은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를 향해 가능한 한 빨리 첫 단계 조치들(first steps)을 취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로써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계획 ‘의혹’이 불거진 지 1년8개월여 만에 북핵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번 3차회담에서 앞으로 북핵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은 북핵 문제의 핵심 당사국인 미국이 구체안(案)을 내놓고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은 북핵 해결의 구체안을 내놓지 않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 즉 ‘CVID 방식’의 모든 핵의 ‘선 포기’와 ‘리비아 방식’의 자진 신고 및 폐기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진 이후 처음 선을 보인 미국의 구체안은 한국의 북핵 해결 3단계 방안과 그 내용이 유사하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준비 단계(3개월)→ 문제 해결 단계→ 포괄적 해결 단계 등으로 이뤄진 북핵 문제의 다단계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 미국 안의 골자는 북한이 3개월 동안 고농축우라늄(HEU) 핵프로그램을 포함한 핵폐기 선언을 하고, 핵프로그램 및 시설 제거를 위한 준비 등의 조치를 이행하면 그에 상응한 조치를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북핵 해결의 구체안을 낸 것은 다음 몇 가지 이유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선 핵폐기 주장을 지속하면서 ‘시간 끌기’를 하는 데 따른 국내외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더 이상 북핵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미국이 주장해 왔던 선 핵폐기 주장을 두고, “북핵 해결을 지연시키면서 북한의 붕괴를 유도하려는 것”이란 일부 지적이 있었다. 둘째, 미국의 11월 대선을 앞두고 부시행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볼 필요가 있다. 이라크전쟁의 수렁에 빠진 부시 대통령이 재선을 앞두고 북핵 문제 해결을 외교 성과로 삼는 쪽으로 정책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조심스럽게 진단해 볼 수 있다. 미국이 북핵 해결의 준비 단계를 3개월로 명시하고 9월에 4차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은 11월 미국 대선을 의식한 결정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셋째, 미국이 북핵 해결을 위한 3자회담, 6자회담 등 다자해결구도를 마련하고 북한에 대한 압박을 모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미국이 고립되는 불안감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밝히고, 나머지 국가들 모두 북핵 불용 의지를 확고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6자회담 참가국들이 미국의 ‘선 핵포기’ 요구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북핵문제가 장기화하면서 대북 압박을 위한 국제 공조가 깨지기 시작했다.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지난 5월 22일 평양을 방문하고, 한국 정부도 남북화해협력 정책을 가속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미국이 ‘건설적 제안’을 하지 않을 경우 북핵 다자해결 구도를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넷째, 최근 북한의 활발한 정상외교와 정책 전환 의지 등 태도 변화도 미국의 대북 정책 전환을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 6월 8일 고이즈미 총리와의 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전한 북한측의 태도 변화를 경청한 뒤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공개하고 핵 전면 포기에 응한다는 의사를 밝힐 경우 대응책을 모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미국과 북한의 태도 변화로 북핵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됐다. 그러나 이번 3차회담에서 확인한 북·미 양측의 제안은 모두 단계별로 상대방의 이행을 조건으로 걸고 있다. 신뢰가 쌓여 있지 않기 때문에 상대의 행동을 확인해야만 그에 대한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향후 실천도 관심거리이며, 이제부터는 북·미간 신뢰를 쌓는 구체적 노력이 있어야 북핵 해결의 시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4. 6. 2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