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대화로 풀어야
2004-06-21
수도이전 대화로 풀어야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점차 가열되면서 최근에는 이 문제를 국민투표 로 매듭짓자는 견해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수도 이전이 갖는 문제의 중대성 과 파급효과 등을 고려할 때 전체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투표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행정수도 이전이 갖는 의미와 성격 그 리고 그 해결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국민투표 의의와 기능, 한계에 대한 정확 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찬반의 견해 대립이 매우 날카롭다. 그런데 주목해 야 할 것은 이 문제가 대통령 선거 당시 처음 제기될 때와 지금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실 행정수도 이전은 수많은 선거공약 중 하나였기 때문에 충청권 이외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못한 측면도 있고, 또 모든 공약이 실현된 것은 아니었던 과거 경험 때문에 대다수 국민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러던 것이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야 합의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 문제가 보다 실질적인 것으로 다가오게 된 것 이다. 하지만 정말로 행정수도를 이전하게 된다면, 그것이 전체 국민에게 미치는 파 급효과는 매우 중대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파급효과는 접어두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효과, 지역사회 개발에 미치는 효과, 외교나 국방에 미치는 효과 등 충 분히 검토되지 않은(혹은 공개되지 않은) 변수가 무수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수도 이전이 현실로 다가올수록 더 많은 사람이 불안해 하는 것이다. 물론 행정수도 이전의 부정적인 효과만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무조건 행 정수도 이전을 백지화하라는 요구도 온당하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긍정적 측 면과 부정적 측면을 충분히 분석하고 검토해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이 행해졌다 면 최근 논란은 상당 부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 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이는 국민투표 성격상 맞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 다. 첫째,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고 규정함으로써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대통령 의무가 아닌 권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행정수도 이전이 국가 안위와 연결되는 중요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의무적으로 국민투표에 부쳐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중요한 정책적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에 대통령이 이를 의무적으로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할 수 있겠는 가. 둘째, 국민투표는 다수 의사와 이해관계를 확인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때로 는 다수 의사와 이해관계가 지역이기주의 등에 의해 왜곡되어 있는 사례도 있 다. 이러한 경우 국민투표는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한 최선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 예컨대 미온적으로 찬성하는 다수보다는 목숨을 걸고 반대하는 소수가 더 보호 되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이해관계의 충돌을 국민투표로 해결 하는 것보다는 전체 국익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별도의 절차가 필요할 수 있 다. 셋째, 현재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국회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에 의한 관련 법률의 재검토 없이 국민투표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도 성급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국회 의결로 제정된 법률을 그 직후 국민투표로 무효화시키는 선례를 만드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대안은 결국 대화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관철하려는 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이미 지난 3월의 국회 탄핵소추 과정에서도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그런 오류를 이제 정부와 여당에서 되풀이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진지한 재검토를 시작해 행정수도 이전에 따르는 긍정적 효과와 문제점을 남김없이 저울에 올려 놓고 달아보아야 하며, 이를 통해 국민을 납득 시켜야 한다. 이 문제에서 17대 국회가 16대 국회의 결정을 족쇄로 생각할 필 요는 없을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4. 6. 19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