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성패 학부모에 달렸다
	2004-06-11
공교육 성패 학부모에 달렸다 도시 근로자들의 가계지출 가운데서 교육비 비중이 높다는 보도는 우리나라 각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 준다. 최근 실시된 모의 수능고사에 EBS 수능 강의 내용이 상당히 반영됨에 따라 앞으로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리고 EBS 수능 강의를 듣는 학생 수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대도 거세지만 인터넷 방송은 단순 반복적인 지식 전달의 기능을 하고, 인간 교사는 학생의 사회성 함양, 인성지도 등 고급 기능을 수행하는 식으로 역할이 분담되면 장기적으로 학교가 살아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우리 사회는 학생 교육 방식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이러한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모교육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교육이라는 수레는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라는 세 마리 말이 끌고 가는 3두 마차이다. 그 가운데 어느 한 마리라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가고자 하는 방향이 서로 다르면 수레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거나 요동을 치게 될 것이다. 예비 학부모와 새내기 학부모들은 대부분 친구나 선배·학부모들로부터 자녀 교육 방식이나 과외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그 과정에서 왜곡되고 과장된 정보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 학부모들은 불안을 느끼게 되고, 이를 달래기 위해 원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학부모나 학원의 조언에 따르게 된다. 이는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청소년들이 친구들과 음란사이트를 통해 왜곡된 성의식을 갖는 모습과 유사하다. 부모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불안을 줄여주고, 부모들이 교육이라는 수레를 제대로 끌어가는 동반자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부모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일부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상담기법 등 연수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아주 유익하다며 기회가 있으면 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제로 학부모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고, 대부분의 부모들이 직장 생활로 바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들을 수 있도록 인터넷이나 카세트 테이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체계적인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모든 학부모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으로는 자녀 상담기법 및 대화법 강좌 등 자녀 교육에 필요한 지식, 학부모의 권리와 책임의식, 교육관, 자녀관 등 의식 변화 관련 프로그램, 그리고 우리 교육의 강점 및 약점에 대한 재이해 제공 등을 들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정이 적어 핵가족 부모는 자신의 부모로부터 자녀교육에 대한 경험을 이어 받을 기회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하게 되고 실수를 되풀이하게 된다. 자녀교육에 필요한 체계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부모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자녀를 처음으로 초등학교나 상급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따라서 학교급별로 새내기 학부모를 대상으로 이들에게 필요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궁금한 것을 풀어주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면 새내기 학부모들이 왜곡된 정보를 가지고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는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관과 자녀관에 대한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교육 문제의 상당 부분은 이중적인 교육관을 가지고 있는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부모들에게 교육관과 자녀관 등을 새롭게 정립할 기회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세 마리 말이 유사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인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부모들이 학부모로서의 권리뿐만 아니라 자신의 안목을 가지고 학교 교육 동반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낼 때 학교도 바로서게 될 것이다. 정부는 학부모 단체를 포함한 관련 집단과의 협의를 통해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력을 높이는 데에도 관심을 갖기를 기대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행정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4. 6. 1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