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철저한 자기반성을
	2004-06-02
노사정 철저한 자기반성을 지난달 31일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 토론회에서 노사정지도자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날 대통령은 또 종전의 노사정과는 별도로 중소기업 노사가 포함된 5자 협의체를 제안했다. 당초 비정규직 대표를 넣기로 했다가 비정규직의 대표를 선정하는 문제 때문에 중소기업 노사 대표를 넣기로 했다. 지금까지 노사정위원회가 민주노총이 빠진 반쪽 형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명실상부한 대화 채널의 복원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었다. 이날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 협력적 노사관계를 위한 양보와 자제, 근로계층 간 격차 완화를 위한 노사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통령의 기대가 현실화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무엇보다 주5일 근무제, 비정규직 대책, 경영참가 제도에다 최근에 논쟁거리로 등장한 사회공헌기금제 등에 대한 노사 간의 의견차가 너무 크다. 한시적으로 출범한 노사정지도자회의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노사정위원회의 정상화일 것이다. 지금까지 노사정위원회 무용론을 주장해왔던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위원회의 개편이 불가피하다. 노사정이 만난 첫날 대화에서 노사정지도자회의 구성의 합의에 이른 것은 민주노총의 복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자 협의체에서도 합의가 어려웠는데 5자 구성은 합의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도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닐 것이다. 또 중소기업 노사를 포함하자는 대통령의 제안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종전처럼 노사정 공익만으로 구성할 것인지, 아니면 농민단체.시민사회단체까지 포함한 거대한 사회협약기구로 만들 것인지 이제부터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노사정지도자회의는 당면과제인 노사정위원회 개편과 더불어 운영방식에 대한 논의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 노사정위원회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모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운영방식의 난맥상으로 노사 모두에게서 철저하게 불신을 받았다. 지금까지의 운영경험을 보면 세세한 사항까지도 합의하려고 과욕을 부리다가 전체를 놓치는 등 미숙한 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노사정위원회의 구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운영의 묘를 살리는 소프트웨어가 우리의 현실에서는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의지로 시작된 대화의 싹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노사정의 철저한 반성이 따라야 한다. 우선 정부는 노사정위원회를 귀찮은 존재로 인식하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특히 경제부처는 노사정위원회를 무성의하게 대하는 태도를 견지했다는 사실을 익히 경험한 바다.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면서 성의있게 노사를 설득하려는 자세를 견지할 때 노사정위원회는 그만큼 노사 모두로부터 신뢰를 받게 된다. 둘째, 사용자는 노사정위원회를 이용만 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경영계에 이익이 되는 것은 서둘러 논의하려 하고, 노동계가 요구하는 것은 지체시키는 데 활용하려는 사례는 없었는지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셋째, 노동계는 노사정위원회를 논의의 공간으로 삼되, 탈퇴만은 신중히 해야 한다. 가족관계에서도 이혼은 가정을 파멸로 이끄는 것처럼 노사정위 탈퇴도 파국을 의미한다. 새로 출범하는 노사정위원회 모형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모형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첨예한 노사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는 사회적 합의모형이야말로 사회갈등으로 고민하고 있는 여타 정부부처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노사정위원회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모형으로서 노동제도 활용의 첫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 선한승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출처 - 중앙일보 2004. 6. 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