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과 대응책
	2004-05-19
주한미군 감축과 대응책 주한 미군의 여단 병력 이라크 차출 소식을 접한 국내 언론과 정치권은 온통 충격에 휩싸여 있는 느낌이다. 4000명에 이르는 주한 미군의 사실상 감축이다,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는 등 많은 지면과 시간을 할애해서 그것이 미칠 파장과 대책에 관해 집중 보도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여러 측면에서 우리의 안보외교에 대한 반성과 함께 미래 지향적인 대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정치·군사적 측면이다. 주한 미군의 이라크 차출에 의한 ‘사실상의 감군’은 해외 주둔 미군의 재편·재배치 계획에 따라 오래 전부터 예견돼 온 사안이라는 것이다. 멀게는 1990년대 초 걸프전을 계기로 일기 시작한 미국의 군사혁신(RMA) 논의에서부터 가까이는 부시행정부 출범후 공표한 ‘4년주기 국방검토 보고서’(QDR·2001년 9월)에 이미 언급돼 왔다. 군의 경량화·기동화·첨단화를 통한 미군 재편 문제는 그 후 2003년 6월 18일 미국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의 ‘세계국방태세(GDP, Global Defense Posture)’ 관련 보고를 통해서도 기정 사실화됐다. 같은 해 11월 25일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동맹국들과 미군 재배치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럼즈펠드계획’은 탈냉전 체제의 현 시대에 과거 양극 체제 때의 봉쇄정책 같은 군사전략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럼즈펠드 국방장관 자신도 지난 2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방장관회의 참석시 한국과 독일이 미군 구조 개편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음으로 법·제도적 측면의 문제다. 우선, 이번 미국 정부의 주한 미군 차출 결정이 백악관의 일방적 통보로 이뤄진 데 대해 의아해하는 시각이 적지 않은데, 이는 현재의 한·미 군사관계가 그렇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1953년)은 단순히 미군이 주둔하는 권리(駐兵權)만 규정(제4조)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의 미·일안보조약(1960년)은 이 경우 미군의 역할과 지위, 일본내 시설 사용 등은 별도의 합의에 따른다(동 조약 제6조)고 명시, 사전 협의를 제도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시정하고 우리측 ‘안보 공백’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유사시 미국의 ‘즉각적인 군사 지원’을 약속받는 나토형 동맹이나 조·중동맹조약(1961년) 방식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는 것이다. 현행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체약국이 적으로부터 공격받을 때 ‘각자의 헌법적 절차에 따라’ 지원한다(제3조)고 막연하게 돼 있다. 요컨대, 새로운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 계획에 따라 일본에 동아시아사령부 등의 중추기지(Hub)가 들어선다면 최악의 경우, 한국에서 일부 해·공군을 제외한 지상군의 전면 철수도 상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비용·경제적 측면이다. 우선,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에 따른 연간 2000억원 안팎의 경비를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이는 미국측과 협의해서 비용의 일부를 미국이 부담하거나 한국의 안보 불안 상황을 이유로 한국군 파병 인원을 줄이는 방안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미 2사단과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한 비용 문제다. 이는 전적으로 우리 측의 요청과 필요에 의해서만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전반적인 해외 미군기지 재편 계획에 따라 주한 미군의 기능과 역할이 바뀌면서 시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법상 사정변경의 원칙(rebus sic stantibus)을 원용, 미국 정부가 상당 부분 이전 비용을 부담하도록 재협상을 이끌어내야 한다. 김경수 (명지대 국제정치학 교수0 출처 - 문화일보 2004. 5. 19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