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와 對美관계
	2004-05-12
한국경제와 對美관계 우리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러다가 우리 경제가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투자는 8년째 제자리걸음하고 있고 실업률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그동안 은행대출로 견뎌온 소비자는 이제는 더 빌릴 여력이 없어 소비를 줄이고 있다. 결국 소비 감소와 투자 위축이 반복되는 악순환 속에서 높은 실업률이 구조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잘못된 정책은 부동산 가격을 버블 수준까지 높여 놓았고, 이에 따라 빈부 격차가 더욱 심화하면서 우리 사회를 빈자가 부자를 미워하는 갈등구조 속에 놓이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중국과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나오자 외국인투자가 감소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그리고 중동사태로 유가까지 인상되자 물가가 높아지면서 국민 생활은 더욱 어려워지고 수출 감소마저 걱정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를 되살릴 해법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 경제가 어려워진 원인은 여러 가지이나, 그 중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투자가 부진한 데에 있다. 그리고 이는 최근 우리의 정치적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먼저 우리 기업들은 급격히 변하고 있는 대미 관계에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는 국민들의 반미정서를 주목하고 있다. 비록 중국과의 무역 확대로 조금 줄었다고 해도, 우리 경제의 대미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우리의 무역수지 흑자 중 상당부분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외국인 주식투자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매우 높다. 여기에 투자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국가안보인데, 안보에 있어 아직은 대미 의존도가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높아지는 반미 정서는 기업투자를 줄이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다음으로 투자를 줄어들게 하는 이데올로기 논쟁이다. 우리 경제는 과거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높아지는 등 빈부의 격차가 종전보다 오히려 심화되어 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국민은 분배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시장경제체제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과 제도로 인해 발생한 것인데, 우리 국민들은 정부정책과 정치권의 무능을 탓하기보다는 기업과 부자를 미워하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는 이데올로기에서 그 해법을 찾으려 하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을 불안하게 하고 투자를 줄이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다. 우리 경제를 선순환 속으로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정부가 먼저 이 두 가지 불안감을 해소해 주어야 한다. 먼저 대미 관계에서 좀더 전략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경제와 안보 의존도를 고려할 때 대미 관계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과제이며, 단기적으로 급격히 변화시킬 때 그 득보다 실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대미 관계 변화를 통해서 얻는 민족주의가 지금 우리를 만족시킬 수는 있지만, 과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얼마나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제 편향된 이데올로기 논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제도의 개혁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틀 속에서 올바른 경제정책 수립과 점진적인 제도 개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또한 반미 정서와 편향된 이데올로기라는 기업 경영환경이 변하지 않고는 그 어떠한 투자유인도 우리 기업 투자를 늘어나게 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의 자본 이탈을 늘어나게 하여 투자 위축을 장기화시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4. 5. 1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