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보는 방송이 되려면
	2004-04-26
모두 보는 방송이 되려면 양극화 조장한 우리언론… 갈등 중재자 역할 나서라 제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앞으로의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후 개최된 기자회견과 대담, 토론회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그리고 제 3당으로 국회에 등원하게 된 민주노동당은 앞으로 ‘상생의 정치’ ‘새정치’ ‘민생안정’에 주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금번 선거에서 나타난 지역주의와 세대 간의 반목 그리고 이데올로기적 분열을 극복함으로써 화합의 역사를 열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국민적 화합은 우리 정치에 있어서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런데 국민적 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갈등(conflict)을 결정(decision)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당사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즉, 서로 간의 진정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기존 선거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번에도 문제가 된 여러 사회적 쟁점들을 극복하고 이를 화합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최대한 모든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교류가 요구된다. 그런데 커뮤니케이션이 갈등을 결정으로 이끌기보다는 오히려 서로 불신하고 오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집단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간극이 더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 정치는 오랫동안 이러한 구태를 벗지 못했다. 이는 대화와 타협을 하고자 하는 당사자들이 상대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배려 없이 서로 자신의 주장만을 옳다고 고집하는 이기적 태도에서 발현한다. 이러한 이유로 당사자들이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중개자가 필요한데 언론매체(특히 방송)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비록 최근 인터넷이 위력을 떨치고 있으나 인터넷의 경우는 아직은 주로 20∼3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이 향유하는 커뮤니케이션 형태이다 보니 실제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가에 대해서 명확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인터넷이 어느 세대에 집중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반면에, 방송은 세대와 남녀노소의 구분 없이 접할 수 있는 매체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방송은 일부 계층이나 집단이 아닌 모든 국민들을 위한 공익 실현에 앞장서야 한다는 당위성이 존재한다. 특히 공영방송의 경우에는 다양한 의제들을 공정하게 전달하여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우리 국민은 서로 반목하고 양극화하는 현재의 모습을 벗고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는 쪽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변화를 방송이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방송은 영상적 스펙터클(볼거리)을 강조하는 매체다. 그래서 본질의 전달보다는 어떻게 보여지는가 하는 것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순간적인 판단을 강조하는 기술적 특성으로 인하여 타인의 얘기를 차분히 들어주거나 깊이 생각할 여지를 제공하지 못한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방송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갈등해결을 위한 중개자의 역할에 미흡하였다. 물론 신문도 스스로 반문해 보아야 하겠지만 방송은 총선을 계기로 지역주의, 세대 간의 갈등 그리고 이데올로기적 분열을 해결할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해낼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방송의 공익성 제고를 통해 지난 탄핵국면에서 일부 드러난 방송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씻고 진정으로 상생과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계기를 방송이 마련해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이재진 (한양대 신방과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4. 4. 24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