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 꼭 행사해야
	2004-04-14
국민주권 꼭 행사해야 내일은 4년 만에 돌아온 국민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 선거 날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국민주권을 일정 기간 정치인에게 위임하는 합법적인 절차다. 전자통신기술을 활용한 직접민주주의가 다양하게 실험되고 있지만, 아직도 모든 국민이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선거를 통하여 국민의 대표를 뽑아 그들로 하여금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도록 권한을 위임하는 간접민주주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주권을 위임하는 역사적인 투표 날이 임시공휴일이라고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 때문에 비행기 좌석 예약이 폭주하고, 해외여행 상품이 불티가 난다는 소식이다. 부재자 투표율도 지난 총선에 비하여 낮다고 한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투표에 참여하여 신성한 국민주권을 후회 없이 행사해야 할 것이다. 꼭 투표해야 하는 이유를 두 가지만 강조하고자 한다. 먼저 여야의 죽고 살기식 싸움을 국민이 아니면 말릴 수 없기 때문이다. 싸움에 익숙한 정치권은 특히 선거 때는 더욱 더 치열하게 싸운다. 살기가 등등할 정도로 정당 간, 후보자 간 진흙탕싸움이 펼쳐진다. 권력을 놓고 다투는 정치권이 스스로 싸움을 멈추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정치권의 싸움을 최종적으로 말릴 수 있는 힘은 국민에게 있기에 결국 국민이 나서야 한다. 표로 심판하면 그 결과에 따라서 정치권의 싸움은 자동적으로 정리되는 것이다. 여야는 탄핵심판론 국정심판론 거여견제론 거야부활론 부패응징론 독선정치견제론 인물론 지역일꾼론 등을 내세워 나만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고 주장한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판이 점입가경이다. 국민은 어느 정당, 어느 후보의 주장이 옳고 그른지 심판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표에 반드시 참가하여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다음은 국민의 정치적 효능감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정치가 국민의 기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잔치 판을 벌이기 때문에 정치를 사랑하고 아끼고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정치가 엄청 미운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그 정당이 그 정당이고, 그 정책이 그 정책인데, 투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감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 그리고 냉소주의가 정치적 무관심을 불러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 할 때 정치인들은 멋대로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을 업신여길 가능성이 커진다. 정치가 아무리 밉고 보기 싫고 정이 떨어져도 투표에 참여하여 국민 스스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이 ‘나 하나쯤 투표하지 않는다고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내 한 표가 정치를 바꾸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하는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내 한 표로 정치를 바꾸고, 나라를 살리고, 국가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국민 무섭다는 것을 재삼 깨닫게 될 것이다. 투표에 불참하고 정치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이미가 없다. 투표에 참여하여 현명하게 선택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4년 동안 책임을 지는 것이 민주시민의 기본 자세라고 볼 수 있다. 꼭 투표에 참가하여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등산 갔다와 보니 세상이 바뀌어 있더라는 후회는 한 번으로 족하다. 홍득표 (인하대 정치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4. 4. 14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