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정치'로 내수 살려야
	2004-04-12
'포용정치'로 내수 살려야 정책따라 경기흐름 달라질수도 … 투자규제풀어 일자리 창출을 총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예측대로라면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거나 최소한 1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이제 참여정부는 모든 국정운영의 잘잘못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다수 의석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지난 1년간의 비교적 성공적인 정치개혁에 더하여 경제적 향상만 이룬다면 참여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수출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매우 어렵다. 청년실업자와 신용불량자가 계속 증가하고, 서민빈곤층도 늘어나며,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무너졌다. 기업인들이 기업하기를 꺼리고, 제조업은 공동화되어 가며, 경제의 잠재성장력 또한 추락하고 있다. 최근 재경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 경제가 하반기엔 본격적으로 살아나리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지만, 총선 이후 정치권의 향방과 경제정책 방향에 따라 경제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총선의 회오리가 지나간 후 참여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우리 경제를 이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게 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내수(內需), 특히 기업의 투자를 되살려내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년간의 경험은 기록적 수출신장이 투자로 직결되지 않고 더욱이 단기적 경기부양책으론 내수를 되살리는 것이 불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두 차례의 추경(追更)편성, 금리인하, 특소세 인하를 포함한 다양한 조세감면,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살아나기는커녕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급락하고 인플레와 국가부채만 증가시켰다. 정부는 사스·이라크전쟁·태풍피해 등을 그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그 영향은 극히 미미하고 오히려 정치·사회적 불안, 정책 불확실성과 국정운영의 미숙함이 그 주범이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총선 후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리 사회의 정치·사회적 안정을 확립하는 것이다. 다수의석의 힘으로 지나치게 진보적인 개혁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야당과의 상생(相生)의 정치를 통해 정치를 안정시키고 친노(親盧)그룹에 의존하는 편 가르기보다는 모든 국민을 포용하는 통합의 정치를 펼치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대선자금 문제를 빨리 종결지어 기업들로 하여금 투자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또한 공장가동률이 83%를 넘어 한계에 다다랐기에 기업들이 곧 투자를 시작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희망적 바람보다는 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경제정책의 중심임을 다시 한번 천명하고, 찔끔찔끔 기업규제를 풀어주기보다는 혁신적으로 규제를 풀어주어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토론만 해온 출자총액제한제도를 과감하게 철폐하는 한편, 합리적인 수준에서 집단소송제를 신속히 도입하고 지주회사제도의 도입요건을 완화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노조도 일자리 없는 성장과 산업공동화라는 시대의 흐름을 직시하고 눈앞의 이익과 정치적 투쟁에 연연하기보다는 이번 전국항운노조의 노·사·정 평화선언처럼 노조원의 복지와 산업경쟁력의 조화를 이루려는 용단을 보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경제의 뇌관인 금융시장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난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기인한 카드사 부실과 가계부실문제가 시장 홀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기에 정부가 어느 정도 개입한다 하더라도 도덕적 해이 최소화, 시장친화적 해결, 정책실효성 극대화, 국민세금 낭비 방지라는 원칙을 지키면서 또 다른 경기부양책 혹은 선심성 정책의 일환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나성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4. 4. 1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