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재정정책으로 풀자
	2004-01-14
일자리 창출 재정정책으로 풀자 지난 연말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지표가 모두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수 회복의 원동력이 되어야 할 기업 투자가 급격하게 하락해 올 해 상반기부터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정부 예측이 빗나갈 것으로 보 인다. 여기에 노사 불안, 청년 실업, 신용불량자 문제, 카드사 부실 등의 난 제에 더해 비자금 수사, 총선, 북핵 문제 등 경제외적 변수가 겹쳐 있 어 우리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그나마 수출이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 나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 서고 있는데도 우리만이 외톨이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정 말 안타까운 일이다. 정말 새해부터는 비생산적인 정쟁에서 탈피해 국정 운영의 초점을 경제 에 맞추어 국민적인 역량을 집중해야 하겠다. 바로 지금이 정부와 국민 이 머리를 맞대고 경제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진력할 때다. 사실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한 방안은 여러 갈래로 모색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개별 정책은 나름대로 부작용과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철저 한 준비 없이 함부로 추진할 일은 아니다. 단순히 소비만을 늘린다고 해서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 일은 아니다. 가계대출 수준이 높고, 신용불량자 문제가 당면한 현안이 되고 있는 상 황에서 소비 진작책을 함부로 사용하다 보면 가계부실 문제가 더 악화 될 수도 있으며 지나치게 소비를 끌어올려도 물가에 부담을 주게 될 것 이다. 건설 경기를 일으키는 방안도, 자칫하면 부동산 투기로 이어질 수 있으 며 금리를 내려 뒷받침할 상황은 더욱 아니다. 따라서 가장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채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설비투자 활성화다. 사실 정부는 지난해에 재정의 조기 집행이나 추경 편성 등으 로 투자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이로 인해 설비투자 위축세는 다 소 둔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방식에서도 사고를 신축적 으로 할 필요가 있다. 회계연도마다 재정 균형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재정 건전성을 엄격히 지 키기보다는 2∼3년의 중기적인 시각으로 균형 재정이 실현되는 방향으 로 사고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더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국 가부채 규모는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더라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3개국과 더불어 국가채권이 채무를 초과하는 몇 안 되는 나라에 속 해 있다. 그만큼 재정여건이 안정적이고 양호한 편이다.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단지 당해 연도의 균형 재정에만 집착한다면 저성장과 고실업에 따른 세수 감소와 지출 증가로 이어져 오히려 중장 기적인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가능성도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가 동북아 경제중심,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 주요 국정과제 에 대한 로드맵을 성안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경기회복은 이러한 국정과제를 안정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 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 정부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회복에 전 력을 다해야 할 것이며, 특히 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해 도로 항만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는 등 재정의 적절한 투입을 통해 투 자활성화 여건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재정을 적극 운용하다 보면 총선 등을 앞두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선심'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정치권의 과민반응이 제 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정책 운용의 책임당국자들은 정치권의 눈 치를 보기보다는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청년실업자를 포함한 많은 국민 의 고통을 헤아려야 한다. 특히 대통령 스스로 총선보다는 경제회복에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는 확 실한 다짐을 국민들에게 천명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투자활성화 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경기회복으로 이어져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신용불량자 문제라든가 청년실업 문제도 상당부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며 서민ㆍ중산층 생활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새해 초부터 정부 기업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 아직도 바닥을 헤매고 있는 우리 경제의 회복 시기를 앞당겨 세계적인 경제회복 흐름에 앞장 서 나가야겠다. 한갑수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4. 1. 14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