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정치인부터 물갈이를
2004-01-10
비리정치인부터 물갈이를 시중의 유머 중에 강에 버스가 빠졌을 때 119대원이 제일 먼저 건지는 사람이 누구냐는 퀴즈가 있다. 답은 정치인인데 걸작인 것은 그 이유다 . 물론 정치인이 예뻐서는 아닐 것이다. 아니, 하는 짓과 한국 정치의 현실을 봐서는 익사하도록 내버려두고 싶은 것이 정치인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정치인들을 제일 먼저 건져내야 하는데 그 이유는 강 물이 오염될까봐 라는 것이다.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라는 말이 있듯이 농산물 매매에서나 쓰 이던 차떼기, 트럭떼기의 사전적 의미까지 바꾸어 놓은 한국 정치의 불 법 정치자금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불법 정치자금 문제를 혁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부정부패와 불법 정치자금에 연루된 정치 인들에 대한 인적 청산과 불법 정치자금이 자리잡기 어렵게 만드는 제 도적 개혁이 이번 기회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인적 청산은 관련 정치인들의 사법처리는 말할 것도 없고 과거 비리 관련 정치인들 은 공천과정에서부터 국민적 여론을 일으켜 물갈이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처방은 부정부패 연루자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사면을 할 수 없도록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사 실 2000년 총선에서 시민단체들은 부정부패 연루자들을 중심으로 낙선 운동을 편 바 있지만 이들 중 다수는 역대 대통령들이 정치적 필요성에 의해 사면을 해주지 않았다면 애당초 법적으로 출마가 불가능한 사람들 이었다. 참고로 외국에서는 부정부패와 관련해 사법적 심판을 받은 정치인이 사 면을 받아 다시 출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불법 정치자금 근절을 위한 제도 개혁의 경우 일정 금액 이상의 정치자 금은 수표나 신용카드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정치자금의 흐름을 투명화 하도록 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의 안을 정치권이 조속히 수용해 법제 화해야 한다. 현재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고, 이에 놀란 국회가 각계 대표들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를 구성했고 이 협의 회의 개혁안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협의회 안이 만들어지자 정치권은 껄끄러운 부분들을 피해 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데다 국회의원 수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 정치자금 개혁은 아예 2월 임시국회로 논의 자체를 미루어 놓은 상태다 . 현재 불법 정치자금 논의에 있어서 주목할 것은 정치인들에게 불법 정 치자금을 제공한 기업과 기업인들은 단순한 피해자 또는 마지 못해 돈 을 준 종범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 나아가 경제가 어렵다는 이 유로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잘 못된 것이다. 문제 기업은 단순한 피해자들이 아니라 적극적인 공범들이다. 또 기업 을 조사하고 사법처리하면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불법 정치자금 을 제공한 기업인들을 흐지부지 처리했던 것이 96년 전두환, 노태우 비 자금 사건이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찾아온 것은 97년 경제위기였고, 경제위기에는 기업들의 투명하지 않은 자금 운영과 정경 유착의 관치 경제가 큰 역할 을 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문제 기업들을 원칙에 따라 사법처리함으로써 반복되 는 불법 비자금사건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 다시 말해 문제 기업에 대 한 사법처리가 아니라 이처럼 기업들이 비자금을 만들어 불법 정치자금 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기업과 경제의 국제신용도와 국제경쟁력 을 약화시키는 행위다. 또 다시는 문제 기업들이 소비자와 노동자, 나아가 다수 주주 몫으로 돌아가야 할 기업의 돈을 빼돌려 이처럼 불법으로 시용하지 못하도록 노동자들과 소액주주들의 경영감시권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 모두의 의식변화다. 이제 정치인들의 불법 정치자금에 분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인들의 금품 제공이나 향응을 거부 하지 못하는 적지 않은 국민의 이중성을 극복해야 한다. 나아가 서구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에게 당 비와 후원금을 냄으로써 깨끗한 정치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정치문 화의 변화를 국민 스스로 주도해야 한다. 삼류 정치 뒤에는 삼류 국민이 있다는 말은 이 경우에도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4. 1. 7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