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일자리부터 늘려야
	2004-01-06
먼저 일자리부터 늘려야 최근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보다 경제 성장을 갈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난장판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의 개혁이나 부패 근절, 남북간 평화 정착보다 더욱 간절한 소망은 경제를 회복시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로 고민하는 젊은 층에서는 취업 및 고용 안정을 원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최근에 극심한 경기 침체와 가계 부채 급증, 신용 불량자 양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비리나 사퇴 여부, 기업의 지배 구조, 회계 부실, 그리고 고질적인 부패 비리 등도 경제 회복보다 절실한 문제일 수는 없는 것 같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우선 경제가 회복돼서 고용 불안을 벗어나고 생활이 안정돼 빚에 쪼들리는 가계의 주름살이 펴지기를 바라고 있다. 국민의 이같은 소박한 바람을 제쳐 놓고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정치를 과연 책임 있는 정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지난 1년 동안 한국 경제는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제성장률은 2%대에 그쳤고 청년실업률은 7%가 넘었다. 신용불량자는 계속 늘어나서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용카드 및 가계 부채의 부실은 금융 불안을 초래하고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 노사 분규도 극심하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앞으로 투자 위축에 따르는 고용 감소와 산업공동화 현상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을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로 발전시키고 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과연 실현성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작년 봄에 들어선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경제가 어렵더라도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구체적으로 참여정부는 성장보다 분배 위주의 경제정책을 택하고 인기 영합적인 친노정책, 개혁을 내세운 반기업정책 및 시장경제를 억압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경제는 극심한 침체에 빠졌으며 참여정부가 기대하던 분배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 침체, 고용 감소 및 부동산 투기 등으로 소득 및 부의 분배는 오히려 악화됐다. 친노정책 역시 노사 분규를 심화시키고 고용 불안을 초래했다. 작년에 우리 경제는 4만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심각한 고용 감소는 처음이다. 그뿐 아니라 경직적인 노동정책은 청년실업 문제와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악화시켰다. 이런 관점에서 전투적인 노조가 최근에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대단한 아이러니라고 하겠다. 참여정부의 지나친 시장 참여와 반기업 정책도 기업 투자 환경을 악화시켜서 국내 기업 및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 이렇게 볼 때 참여정부의 정책목표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정책 성과가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경제 침체가 계속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는 크게 손상됐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정부가 신뢰할 수 없는 개혁을 내세워서 경제를 더 이상 결딴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경제 성장 없이는 분배의 개선도 없고 국민의 신뢰나 인기 영향도 불가능하다. 다행히 새해에 들어서 노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을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정부도 올해의 경제 성장 목표를 6%대로 높인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정부 규제와 개입을 줄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일자리를 늘리고 특히 청년 실업을 줄이며 비정규직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데 중요하다. 정부는 인기 영합적인 정책의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정부가 포퓰리스트 정책을 추진해 온 결과 오늘날 정부가 인기보다 오히려 불신을 초래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경제 문제는 시장경제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선진화는 외국인 투자 유치가 관건이다. 외국인 투자 유치는 한국이 얼마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이며 투자 환경이 얼마나 개선되느냐에 달렸다.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 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 한·칠레 및 한·일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돼야 한다. 법 질서의 확립 위에 시장경제가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 참여정부의 정책 선회도 불가피한 과제이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4. 1. 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