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경제야 떠올라라
	2004-01-02
밝은 경제야 떠올라라 갑신년 새해가 밝았다.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면 이맘때 쯤이면 국민 모두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해 포부를 빌고 온 나라가 새로운 희망으로 들떠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2004년 1월 1일 현재 대한민국은 짙은 안개에 잠겨 있다. 이 나라의 최고지도자는 측근 비리와 불법 대선자금 문제로 지도력을 상실하고 있고, 불법과 부패의 온상인 정치권은 여전히 정치개혁을 거부하고 이전투구를 계속하면서 나라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온갖 이익단체들의 시위는 연일 이 나라를 마비시키고 있다. 세계 14위의 1위 상품 생산국 이런 와중에 미국 경제와 세계경제의 회복에 힘입어 모처럼 살아날 것 같던 우리 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11월 들어 경제성장의 핵심인 내수와 설비투자가 급속히 하락하면서 산업생산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청년실업을 중심으로 실업률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의 유탄을 맞은 대기업들은 올해 투자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며 검찰 수사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 난국이 적어도 올해 4월 총선까지는 계속될 것이기에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의 회복이란 과실을 놓칠지도 모른다. 이런 단기적인 문제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참여정부 출범 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5%대에서 4%대로 떨어졌고, 정부가 정신차리지 않는 한 이런 국가경쟁력 하락 추세는 계속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새 정권과 노조, 그리고 소위 진보세력이 그렇게 기업을 흔들어 댔지만 그 기업들은 세계 무역의 치열한 전쟁터에서 사상 유례없는 수출실적을 올렸다. 여기에 한국 경제의 저력과 희망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연구개발비 투자를 하고 있으며, 많은 과학기술자를 배출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상품을 세계에서 14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벤처기업도 가지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보통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산림녹화, 월드컵 4강 신화, 초고속 성장에서 보여준 가공할 만한 국민통합 저력이 있다. 문제는 여하히 이러한 성장잠재력을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분출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지금까지 자신의 지지자와 반대자를 가르는 국민분열의 정치를 해온 대통령의 국정운영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무조건적인 분배가 소외계층의 복지를 향상시키리라는 포퓰리즘에 빠져서도 안 된다. 소득 1만달러 시대에서 머뭇거리는 우리로서 가장 시급한 것은 당분간 성장을 계속해 선진 경제에의 궤도에 진입하는 것이다. 이것이 청년실업과 빈곤을 해소하고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를 위해선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해야 하며 이는 국부 창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주체들이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인센티브를 가질 때에만 가능하다. 기술자. 과학자.기업가가 그들이다. 그리고 금융과 기업을 포함한 구조개혁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노사관계를 안정시켜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함으로써 또 다른 경제위기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특히 단기적으로 가장 시급한 것은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투자활성화만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자의 소득을 늘리고 내수를 진작시키는 확실한 길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대선자금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짓고 노사관계를 안정화시키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대선자금 수사 마무리 빨리 해야 다행히 최근 단행된 개각은 기존의 코드인사가 경쟁력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고, 엊그제 발표된 올 경제운용 방향도 투자활성화와 성장잠재력 확충을 강조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이러한 방향선회가 전략적인 후퇴가 아니고 보다 본질적인 것일 때 비로소 우리 경제에 희망이 찾아질 것이다. 나성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출처 - 중앙일보 2004. 1. 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