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수사 빨리 끝내라
	2003-12-31
대선자금 수사 빨리 끝내라 지난 10월, SK해운의 비자금 사건을 필두로 시작된 검찰의 수사가 두 달을 넘기더니 최근에는 대선자금과 연계되어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더욱이 SK를 비롯한 LG, 삼성, 현대차, 롯데, 금호 등 주요 그룹이 많게는 수 백억 원에서 적게는 수 십억 원씩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에 연루되어 있어 대선자금 수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앞으로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위기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비자금 수사와 관련하여 수사 초기부터 기업들에 대한 수사는 연내에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에 걸쳐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비자금 수사를 대통령이 정국 탈출의 한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더욱이 최도술씨가 선거자금을 건네는 자리에 대통령이 합석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쟁의 늪으로 대선자금 수사가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대통령이 한나라당 정치자금의 10분의 1 이상을 받은 것이 확인되는 경우 사퇴하겠다는 선언이 현실화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어 건국 이래 초유의 통치권 부재 현상마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점은 대선자금 수사가 정치적 이전투구(泥田鬪狗)의 한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국정 운영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가 다시는 회복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선자금 수사가 당초 검찰의 의지와는 달리 장기화될 경우 외국 자본이 이탈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 또한 떨어져 우리 자본 시장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매우 강하다. 예로부터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은 당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사실을 천명하고 이를 실천할 때에야 비로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어느 정치인이 국민의 생활에 대해 걱정하고 이에 대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는지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심지어는 대통령의 입에서도 우리 경제에 대한 낙관론만 되풀이될 뿐 우리 경제살리기라는 말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라는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여 우리 경제의 현실을 외면한 채 정치적 이전투구의 한 정점에 서서 검찰의 위상 제고에 바쁜 나머지 기업의 대선자금 수사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받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국민의 안녕과 법치주의의 수호자가 되어야 하는 검찰이 권력이나 포퓰리즘에 영합하게 되면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청년실업률이 7%를 웃도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 각 기업들은 투자를 최소화 내지 중단한 지 오래이며, 외국 투자자들은 우리 나라의 정치적 정쟁 상황과 대선자금 수사 상황을 관망하면서 진퇴를 고민하고 있다. 또한, 우리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는 더욱 팽배해지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우리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는 더욱 줄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이전투구식의 정쟁과 검찰의 포퓰리즘적 대선자금 수사의 계속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점을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은 반문해 보아야 한다. 아무쪼록,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과 검찰은 지금 우리 경제와 국민을 위해 어떠한 일을 해야 할 것인지를 심사숙고(深思熟考)하고, 새해부터는 이를 실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치권은 진흙밭의 당리당략적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을 위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검찰은 검찰의 위상 제고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우리 경제와 민생을 고려하여 조기에 대선자금 수사를 종결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정국 돌파의 수단으로 경제낙관론만을 펴지 말고 현실을 고려한, 신중하고 결단력 있는 경제 살리기에 최우선 정책 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다. 만약 경제살리기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정책과 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체제는 바로 새해에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3. 12. 3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