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관행 뿌리뽑자
	2003-12-26
분식회계 관행 뿌리뽑자 최근 국회는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던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을 통과시켰다. 집단소송법은 기업의 분식회계와 주가조작에 대해 소액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소송 남발로 인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고, 또한 중소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저해하는 반기업적인 법이라고 해서 많은 반대를 받아 왔다. 반면에 이 법은 오랜 관행으로 되어 온 우리 기업의 분식회계를 방지함으로써 기업의 비자금 조성을 막아 기업의 투명경영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지지를 받아왔다. 그리고 기업의 주가조작으로 인한 소액주주의 손해를 막을 수 있으며, 또한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많은 시민단체들이 법 제정을 시도해 왔다. 실제로 많은 우리 기업은 그동안 분식회계를 관행처럼 해왔다. 올 초에는 SK글로벌의 분식회계 문제로 우리 경제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으면서 또다시 위기로 들어갈 뻔했다. 그리고 지금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으로 인한 대선자금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여 경기침체로 어려운 경제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국민들이 기업을 믿지 못하는 반기업 정서까지 만연하여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 시장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로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기업의 분식회계와 주가조작과 같은 부패경영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 외에도 이러한 분식회계가 계속될 경우는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에 자금이 공급되지 않아 직접금융시장이 쇠퇴하면서 전형적인 후진국형 금융구조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법 제정은 비록 소송 남발로 인해 기업 활동을 저해한다는 반기업적 제도라는 비판도 있지만, 법 제정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즉 현재 우리 기업의 분식회계 관행을 고치기 위해서는 도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제도 외에 기존의 금융 감독을 통해서 기업의 투명경영을 감독하면 분식회계와 허위공시 등을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많은 기업의 부패경영을 감독기관만으로 막기란 어렵다. 일부 부도덕한 기업과 회계법인이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경우 한정된 인원을 가진 감독기관이 이를 일일이 막기란 역부족인 것이다. 결국 이번의 제도 도입 배경은 정부의 감독만으로 만연해 있는 기업의 분식회계를 막기 어렵기 때문에 국민의 힘을 빌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우리 기업의 불투명한 경영관행이 문제였던 것이다. 이러한 법의 통과 배경을 이해한다면 이제 우리 기업들은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록 이러한 관행 뒤에는 정치권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세계화되고 있는 지금 기업의 분식회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만연한 우리나라의 반기업 정서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기업은 이제 분식회계와 같은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서 투명경영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소액주주나 국민 역시 기업을 미워하고 배척하는 정서를 고쳐야 한다. 그동안 우리 기업은 비록 정치적·사회적 여건 때문에 분식회계로 투명하지 않은 경영을 해왔으나, 기업이 우리 경제성장에 공헌한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들과 노조는 기업이 미워하고 반대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가야 할, 그리고 우리가 돌보아야 할 동반자임을 인식해야 한다. 많은 논란 끝에 비록 집단소송법은 통과 되었지만, 이번 법 통과는 우리가 기업을 더욱 신뢰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에게는 기업의 투명한 경영과 소송의 남발로 인한 기업 피해 최소화를 조화시킬 수 있는 법의 효율적인 운용이 또 다른 과제로 남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3. 12. 2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