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 더이상 안된다
	2003-11-13
폭력시위 더이상 안된다 민노총의 전투적 시위와 정부의 책임 민주노총 주최 ‘2003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11월 9일의 일요일 저녁, 서울 종로·을지로·광화문 일대는 화염병, 돌, 쇠파이프, 죽봉이 난무했으며 금속 볼트·너트를 새총에 장전해 법 수호자인 경찰을 향해 쏘았다. CNN 등 외국 방송이 방영한 이번 시위현장은 내전 상황처럼 처참했다고 한다. 서울 중심가에 시위용 화염병이 6년 6개월 만에 다시 등장했다고도 한다. 올바른 시위문화가 퇴영적인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노 대통령은 시위가 있은 다음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시위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천명하라”고 지시했다. 문제는 이 원칙적 지시가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 무정부적 과격함을 더해 가고 있는 집단적 의사표시의 선정성에 대한 ‘중산층’의 위기의식을 해소해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 있다. 뭐라 해도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헌법으로 이루어진 한국 사회의 뼈대를 이루는 중산층은 이번 시위를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그들은 “국민의 치안을 데모라는 이름 아래 쇠파이프로 경찰을 내려치며 모든 이들을 불안하게”한 것이며, 또 “시민들이 버스 안에서 한숨을 내쉬었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땀을 흘렸으며, 또 수많은 동생 같고 아들 같은 의경들이 두려움에 늦가을 거리에서 긴장했다는 것”, 그리하여 “정당한 요구에 시민은 시위대 편이지만, 폭력화하는 시위에 결국 일반 시민은 경찰 편”이라 한 것이다. 이 말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민노총은 곱씹어야 한다. 전투적 시위를 주최한 민노총의 주장인 손배·가압류 철회, 비정규노동자 차별 철폐, 부당노동행위 척결 등의 요구는 궁극적으로 국회에서의 입법과 법원에서의 판결로 그 타당성 여부가 판가름난다. 현재의 노사관계 상황에 모순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민노총은 스스로의 주장이 “이런 것”라는 집단적 의사표시를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과 집시법 등이 정한 바에 따라 참아 가면서 할 줄도 알아야 한다. 주먹을 쥐고 힘 가는 대로 하기로 한다면, 이 공동체에서 가장 큰 힘과 주먹을 갖고 있는 곳이 어디겠는가. 그런 폭력과 힘의 권력을 막자는 것이 우리가 쟁취하고자 하는 민주주의 아닌가. 결국 문제는 정부다.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집단에 대해선 단호하게 법과 원칙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당연한 법치의 원칙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말만으로는 노동운동과 시위문화의 방향 전환을 가져오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이를 풀어 갈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특히 정부 수반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수석과 보좌관들은 지금보다 더 실질적이고 현실감 있는 정책을 진언하여야 한다. 현실은 밥을 먹는 것이지 꿈을 먹는 것이 아니다. 국가는 기본적으로 현실의 국민의 뜻을 집행하는 곳이지, 공동체의 장래 희망을 계획하고 향도하는 일은 부차적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와 전경으로 하여금 서로 싸우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법과 정부가 있다면, 이는 고쳐져야 한다. 현실에 바탕을 둔 정책과 집행이라고 하는 덕목은 화염병, 볼트·너트 등이 난무하는 전근대적 시위 행태를 지양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사회적 여론 형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평화로운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집시법 개정에 있어서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집회·시위 장소의 합리적 구획 제한 및 그 선점을 막기 위한 시기 규정 도입, 장기간의 장소 독점 제한, 집회·시위 장소 인근 학교와 병원의 학생·환자들을 위한 소음 규제 및 아동 동원 금지, 벌칙 조항의 보강, 집회·시위 주최자의 책무성 강화 등이 그 한 예이다. 강경근 (숭실대 헌법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3. 11. 1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