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활동 연장했어야
	2003-06-25
특검활동 연장했어야 노무현 대통령은 결국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했다. 결정에 이르는 과정이 쉽지 않았으리라는 점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이나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 민심악화 등 정치적 부담이 여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법리적으론 특검 연장이 옳고, 정치적으론 특검 중단이 옳지만, 나름대로 다 문제가 있어 판단이 어렵다고 실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국이 온갖 분규로 들끓고 국정과제가 산적한 마당에 번뇌는 끝이 없다. 당초 특검법을 수용한 것 자체가 고뇌에 찬 선택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결정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사실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요청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우선 수사대상 자체가 만만치 않았다. 특검법은 그동안 제기된 남북정상회담 전후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세 가지 대북송금 의혹 사건, 그리고 그와 관련한 청와대, 국정원, 금감원 등의 비리 의혹사건을 수사대상으로 설정하였다. 70일의 기간 내에 수사를 마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까닭에 특검법도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했던 것이다. 길지 않은 기간 동안 특검은 큰 성과를 거두었다. 부당대출과 대북송금 사실, 대북송금의 대가성 등 본래의 조사목적을 거의 달성했지만, 아직 미진한 부분들이 남아 있다. 대북송금의 성격이 경협자금인지 정상회담 대가인지조차 결론을 내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남북정상회담관련 대통령특사였던 전 문광부장관 박지원씨의 150억원 뇌물수수 등 혐의도 아직 수사중이다. 관련기관의 의혹 규명 문제도 남아 있다. 사정이 이러니 특검의 수사시간 연장요청을 외면할 도리는 없는 것 같다. 물론 특검을 반대해온 쪽에서는 한시바삐 이 고통스런 암흑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싶을 것이다. 남북관계의 손상이나 국론분열 등 이들이 내세우는 이유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기왕에 대북송금의혹을 특검에게 맡긴 이상,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특검이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선에서 해결하는 것이 정도이다. 야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결과일지라도 의혹이 공정-투명하게 규명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특검이 도입된 것이 아니었던가. 그러면 이제 특검으로 하여금 그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해주었어야 했다. 박지원씨의 150억원 의혹을 검찰이 이어받는다 한들 별반 나아질 것은 없다. 오히려 정치적 부담만 가중될 뿐이다. 검찰도 강금실 법무장관을 통해 "150억원 수사는 특검이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검찰이 금도를 지키며 실리도 챙기는 지혜를 발휘하여 스스로 위신을 되찾으려는 모습이 반갑기도 했다. 노대통령이 수사개입 시비의 우려를 무릅쓰고 송두환특검과 면담을 가진 것은 특검법상 수사기간 연장승인권자로서 적절한 일이었다. 특히 법무장관과 차관, 비서실장, 민정수석 등을 배석시켜 논의하고 주말을 이용해 다각적인 여론수렴에 나선 것도 진지하게 국정현안을 숙고하여 처리하려는 모습이어서 자연스럽다. 송특검으로부터 김대중 전대통령은 조사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다행스런 귀결이었다. 대북송금의혹으로 남북정상회담이란 역사적 사건이 빛을 바래게 된다면 이는 우리 모두에게 크나큰 역사적 불행이다. 그러나 특검이 시간제약으로 제 소임을 다하지 못해 불완전한 진실이 오히려 의혹을 더 심화시키는 결과가 된다면 그또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역사적 허물로 남을 것이다. 洪準亨 (서울대 공법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3. 6. 2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