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진통 끝에 대권·당권 분리와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결정함으로써 우리나라 정당정치는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는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는 권력의 분산이라는 관점에서 일견 민주주의 원칙에 합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권·당권 분리는 진정한 권력의 분산이 아니고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정치인 간의 권력 분점이기 때문에 앞으로 정쟁의 격화와 국정의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
사실 세계 어느 나라 정당의 총재도 우리처럼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것은 마치 과거 사회주의 일당 독재국가의 당수가 가졌던 권력과 흡사하고, 내각책임제 국가의 당수가 갖고 있는 권력보다 더 강한 권한이다. 또 세계 어느 나라 정당도 우리처럼 거대한 중앙당을 두고 막대한 예산을 쓰며, 원내 소수당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같은 정당 소속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당이 되어 행정부 업무를 조정·통제하고 국회를 무력화시키는 경우는 없다. 우리는 어느새 무의식중에 정당국가가 돼버린 느낌이다.
이것은 분명히 입법·행정·사법부 간의 권력 분담과 상호 견제 및 균형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며, 대의정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또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의한 대의정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국회와 대통령에 위임한 것이지 정당에 위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당이 다수당인 야당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국회를 운영하려고 하며, 당정회의를 통해 행정부를 통제하고, 경제정책에까지 깊이 개입하는 것은 분명히 대통령중심제의 정당 기능을 초월하는 것이며 정당의 횡포이다. 여당의 모 대통령 경선후보가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통해 여당을 다수당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정당의 횡포를 강화하기 위한 저의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실망을 준다.
대권·당권이 분리되면 현재의 대통령(여당)·야당·국회의 3자 관계가 대통령·여당·야당·국회의 4자 관계로 바뀌게 돼 이전보다 훨씬 복잡한 관계가 될 것이다. 더욱이 원내 다수당이 대통령 소속 정당이 아닌 당이 되어 국회의장 및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하여 국회를 운영하고 행정업무에까지 개입하려고 하는 경우,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은 크게 제한될 것이며 국정의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대통령이 소속한 정당의 지도부와 대통령 간의 관계도 양자간 이해관계의 차이로 종전처럼 밀월이 보장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치개혁은 대권·당권 분리와 집단지도체제의 도입보다는 집단지도체제의 폐지를 포함한 중앙당 조직 및 기능의 대폭 축소와 국회기능의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 이 방법만이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고비용의, 부정부패와 권력투쟁의 온상인, 국민의견의 수렴과 타협보다는 그 자체가 한 당파가 돼 당리당략의 추구에 여념이 없는 정당구조를 타파하여 국민을 위한 정치를 시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여야의 당권·대권의 분리와 집단지도체제의 도입은 그 목적이 정치인들의 권력장악 수단이 아니고, 행정부와 입법부에 대한 ‘정당의 횡포’를 타파하여 진정한 정치개혁으로 가기 위한 과정일 때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민국가의 정당은 오직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모인 집단은 아니다.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서로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소수의견을 존중하면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정을 수행하는 것이 정당이 할 일이다. 정당은 온건해야 하고 서로 포용하는 것이어야 한다. 정당이 이러한 기능을 망각하고 정쟁과 대립만 계속해도 국민은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정당의, 정당을 위한 정치
한나라당이 진통 끝에 대권·당권 분리와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결정함으로써 우리나라 정당정치는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는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는 권력의 분산이라는 관점에서 일견 민주주의 원칙에 합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권·당권 분리는 진정한 권력의 분산이 아니고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정치인 간의 권력 분점이기 때문에 앞으로 정쟁의 격화와 국정의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
사실 세계 어느 나라 정당의 총재도 우리처럼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것은 마치 과거 사회주의 일당 독재국가의 당수가 가졌던 권력과 흡사하고, 내각책임제 국가의 당수가 갖고 있는 권력보다 더 강한 권한이다. 또 세계 어느 나라 정당도 우리처럼 거대한 중앙당을 두고 막대한 예산을 쓰며, 원내 소수당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같은 정당 소속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당이 되어 행정부 업무를 조정·통제하고 국회를 무력화시키는 경우는 없다. 우리는 어느새 무의식중에 정당국가가 돼버린 느낌이다.
이것은 분명히 입법·행정·사법부 간의 권력 분담과 상호 견제 및 균형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며, 대의정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또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의한 대의정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국회와 대통령에 위임한 것이지 정당에 위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당이 다수당인 야당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국회를 운영하려고 하며, 당정회의를 통해 행정부를 통제하고, 경제정책에까지 깊이 개입하는 것은 분명히 대통령중심제의 정당 기능을 초월하는 것이며 정당의 횡포이다. 여당의 모 대통령 경선후보가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통해 여당을 다수당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정당의 횡포를 강화하기 위한 저의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실망을 준다.
대권·당권이 분리되면 현재의 대통령(여당)·야당·국회의 3자 관계가 대통령·여당·야당·국회의 4자 관계로 바뀌게 돼 이전보다 훨씬 복잡한 관계가 될 것이다. 더욱이 원내 다수당이 대통령 소속 정당이 아닌 당이 되어 국회의장 및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하여 국회를 운영하고 행정업무에까지 개입하려고 하는 경우,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은 크게 제한될 것이며 국정의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대통령이 소속한 정당의 지도부와 대통령 간의 관계도 양자간 이해관계의 차이로 종전처럼 밀월이 보장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치개혁은 대권·당권 분리와 집단지도체제의 도입보다는 집단지도체제의 폐지를 포함한 중앙당 조직 및 기능의 대폭 축소와 국회기능의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 이 방법만이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고비용의, 부정부패와 권력투쟁의 온상인, 국민의견의 수렴과 타협보다는 그 자체가 한 당파가 돼 당리당략의 추구에 여념이 없는 정당구조를 타파하여 국민을 위한 정치를 시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여야의 당권·대권의 분리와 집단지도체제의 도입은 그 목적이 정치인들의 권력장악 수단이 아니고, 행정부와 입법부에 대한 ‘정당의 횡포’를 타파하여 진정한 정치개혁으로 가기 위한 과정일 때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민국가의 정당은 오직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모인 집단은 아니다.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서로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소수의견을 존중하면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정을 수행하는 것이 정당이 할 일이다. 정당은 온건해야 하고 서로 포용하는 것이어야 한다. 정당이 이러한 기능을 망각하고 정쟁과 대립만 계속해도 국민은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 박동순 / 아주대 겸임교수·前 주 이스라엘 대사 )
출처 - 조선일보 2002. 3. 28 시론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