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사태의 해법
	2003-04-07
하이닉스사태의 해법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력 상품인 반도체 D램에 대해 미국 상무부가 57.37%라는 고율의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린 것은 앞으로 전개될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 통상압력의 신호탄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유럽연합(EU)의 우리나라 반도체에 대한 조사와 대미 자동차 수입관세, 스크린 쿼터 등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미 상무부의 반도체 고율 관세 예비판정을 정부나 업계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하나 이는 이미 예고된 일이다. 지난해 11월 초 마이크론사가 미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하이닉스와 삼성을 제소한 이후 정부와 업계가 한 일은 고작 두 차례 양자협의, 세 차례 답변서 제출, 고위인사 명의의 서한 제출이 전부였다. 이같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도 정부는 상계관세를 맞지 않을 것이라 낙관했다.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상계관세는 예비판정을 받은 날로부터 75일 이내에 최종 판결을 내리도록 한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따라 오는 7월 말쯤 최종 판정 결과가 나와 미 상무부에 통보된 뒤 부과명령이 내려질 전망이다. 상계관세 예비판정에 따라 하이닉스는 최종 판정이 내려질 때까지 D램 직수출금액의 57.37%에 해당하는 현금이나 유가증권을 예치해야만 한다. 지난해 하이닉스의 D램 수출액은 17억6000만달러로 이 중 대미 수출이 26%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직수출은 12%인 2억1000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최종 판결이 내려지는 7월 말까지 매월 약 150억원을 예치해야 한다. 가뜩이나 재정상태가 어려운 하이닉스로서는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와 하이닉스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 하기 위해 향후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첫째, 미 상무부가 하이닉스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금융과 조세정책 지원을 모두 보조금으로 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오는 4월 말 미 상무부가 현장실사를 위해 내한하면 신디케이트론 수출환어음 한도 철폐 등 그동안 정부가 취한 모든 조치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제시, 그들의 판정이 잘못되었음을 반드시 실증해야만 한다. 즉 정부의 여러 조치들이 보조금으로 비치지 않게 하고, IMF(국제통화기금)의 권고에 따라 민간채권은행들이 자율적인 판단으로 이 같은 조치들을 취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한다. 둘째, 이번 반도체 D램 상계관세에 관한 한-미 쟁점은 어디까지나 국제통상 문제이다. 따라서 그 해결도 통상협상 논리에 입각하여 접근해야 한다. 국민감정이나 정치적인 사안으로 해결하려 하면 최근 한-미 간의 민감한 사안들과 뒤엉켜 어느 것 하나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연간 600억달러에 달하는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다. 따라서 통상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면 우리에게 결코 이로울 것이 없다. 또한 하이닉스로서는 EU로부터 조사받고 있는 실정이므로 객관적인 해결의 선례를 남겨야 한다. 셋째, 최선의 노력을 했는데도 오는 7월 말 최종 판정 결과가 우리 기대에 어긋난다면 최종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만약의 사태에 대한 철저한 준비는 필요하지만 WTO 제소를 앞서 운운해 미국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무역의존도가 10% 안팎인 미국이 ITC와 같은 독립적인 통상전문기구를 두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강력히 대처하는 데 반해 무역의존도가 70%에 가까운 우리는 명분을 중시하는 외교와 실리를 중시하는 통상이 한 지붕 밑에서 외교적으로 통상을 해결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도 ITC와 같이 강력한 통상전문기구의 독립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金榮來 (충북대 국제경영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3. 4. 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