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부재자투표` 지원해야
	2002-11-25
`대학 부재자투표` 지원해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학가에서도 오랜만에 선거와 관련된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지방 출신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주민등록지에서 투표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투표 참여를 돕기 위해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연세대에서는 부재자 투표소 설치에 필요한 인원수 2000명을 넘어섰다고 하고, 그 밖에 전국적으로 7개 대학 이상에서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중장년층과 비교할 때 낮은 편이지만, 우리 나라 선거에서 젊은층의 투표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아도 우려할 만큼 낮다. 실제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20대 유권자층의 투표율은 31.2%에 불과했다. 이처럼 젊은 유권자층에서 투표율이 낮은 까닭은 여러 가지로 해석해 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볼 때 젊은 유권자층은 기성세대에 비해 정파적 일체감이나 민주시민으로서의 의무감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해관계나 규범적인 이유로 투표하려는 경향이 강하지 않다. 게다가 우리 정치에는 새롭고 진취적인 이들 젊은 세대의 정치적 관심을 수용할 만한 정치 세력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대선을 앞두고 대학생들이 스스로 투표 참여 운동을 벌이고 대학내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은 무척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다. 이처럼 대학에서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려는 것은 대통령 선거일이 기말고사 기간과 겹치기 때문이거나 혹은 방학 중이라도 고향에 가지 않고 대학에 남아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되지 못한다면 많은 수의 대학생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투표를 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부재자 유권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54만명이 대학생이었지만 이들 가운데 실제로 투표에 참여한 수는 겨우 3만5000명에 불과했다. 투표율이 떨어지는 것은 유권자들이 현실 정치에 대해 갖는 불만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제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일부 대학생들의 경우처럼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선거에 참여 의사를 갖고도 투표할 수 없게 된 유권자들을 위해서 참여를 도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예컨대, 목요일이 선거일인 영국에서는 특히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낮아지자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를 돕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었는데, 그 결과 우편 투표 방식이 이미 지난 총선거에 도입된 바 있고 2006년까지 기존의 투표함 대신 전자투표 방식으로 전면 대체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정부 내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한 우리 선관위의 입장은 아직은 소극적인 것 같다. 이번 대학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에 대한 선관위의 허용 결정 역시 투표 참여를 돕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이기보다는, 상당한 부담감을 가지면서 마지 못해 내린 결정 같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함께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해외 거주 국민의 참정권 행사 문제다. 얼마 전 김대중 대통령이 재외 교포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외 거주 국민의 투표권 행사 문제에 대해 언급한 바 있지만, 외국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화·세계화 시대에 행정 실무적인 이유로 이들의 정당한 정치적 권한의 행사를 아직까지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선관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해외 거주 국민의 선거 참여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이제는 제시해야 할 것이다. 15년 전 치열했던 민주화 투쟁의 구호는 ‘대통령 직선제 쟁취’였다. 우리 손으로 원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정치적 열망이 우리 사회를 민주화된 사회로 이끌었다. 그 결과 이제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도 눈에 보이지 않는 부적절한 법률이나 제도 혹은 관행으로 인해 사실상 부당하게 투표 참여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대학내 부재자 투표소의 설치는 우리 사회가 바로 이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점을 인식하고 교정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2. 11. 25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