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가 동네북인가
	2002-11-09
신용카드가 동네북인가 '일고수 이명창(一鼓手 二名唱)'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흔히 판소 리에서 '고수'가 제일 중요하고 다음이 '명창'이란 뜻이다. 이런 북장단을 비하하는 용어 중 하나가 '동네북'인데 요즘 신용카드 업이 마치 동네북 꼴인 것 같다. 최근 비정한 부모에게 목 졸려 죽은 어린 자녀 2명의 사건이나 금융 기관에서 2500만원을 탈취한 직업군인의 범죄행각이 '카드 빚'과 관 련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또다시 카드업이 동네북인양 여러 사람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은 작년 이래 실컷 두들겨 맞아왔다. 카드사들의 지나 친 영업경쟁으로 인한 카드 남발, 무리한 채권추심 행위 등의 이유로 '가계 신용대란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고, 그 결과 카드회원 거리모집 금지, 부대사업비율 50% 이내 제한 등 기업 경영 에 직접적인 정부 규제가 가해짐으로써 기업 생존에 절대적인 수익실 현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더욱이 '개인신용회복지원제도' 도입 후 채무변제에 대한 심각한 도 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로 고의 연체자가 급증하면서 카드사의 자산 건전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그야말로 현재 신용카드업은 사면초가(四面楚歌)에다 누란지위(累卵 之危) 형국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신용카드사들은 때아닌 구 조조정의 불안에 떨고 있다. 이미 몇몇 카드사는 적자를 보고 있으며, 비록 현재 흑자를 실현하고 있는 일부 대형 카드사조차도 언제 적자전환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멀지 않은 시기에 문을 닫게 되는 카드사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시 장의 예측이 카드사들을 구조조정 또는 실업불안의 패닉 상태로 내몰 고 있는 것이다. 요즘 신용카드가 없으면 매우 불편하다. 더구나 단순한 결제수단의 경계를 뛰어넘어 기본적인 삶의 도구로 기능하게 될 미래에 신용카드 가 없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마치 모바일 운송수단이나 통신수단이 없는 미래를 상상할 수 없듯이 말이다. 지금은 비록 신용카드가 자그마한 네모 플라스틱 형태에 지나지 않지 만 이미 전자지갑, 휴대폰과 같은 매체로의 진화를 보이고 있으며, 심지어는 지문 홍채 등과 같은 생체인식기술을 이용해 신용카드 결제 기능을 수행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카드 발전은 어디까지 이어질 지 쉽게 예단하기 힘들다. 초기에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카드사에서 신용카드 관련 노하우를 배워오던 국내 카드사들이 이제는 거꾸로 그들에게 관련 노하우를 역 수출할 정도로 실력이 향상됐다. 쉽게 이룬 성과는 결코 아니다.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이란 소리 를 듣게 될 수 있었던 일면에는 온라인 전자상거래상 결제의 70% 이 상을 차지하는 신용카드업 발전이 뒷받침한 덕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앞날은 암울하다 . 정부의 각종 규제로 초래된 고비용 저마진 구조로는 국내 카드사들 이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자세로 미래 금융산 업인 신용카드 산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기실 우리 사회는 신용카드 산업에 대해 질책으로 일관하기보다 경쟁 력 있는 카드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시장경제체제의 접근방식을 택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지금처럼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20% 이하로 유지하도록 강제하기보 다는 수수료율 책정은 기업에 자율적으로 맡겨두되 소비자가 알아서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공시를 강화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또한 카드 남발이 문제가 된다면 거리모집 금지와 같이 구체적인 기 업의 영업방식 규제보다는 카드 남발로 인한 연체율이나 신용불량자 양산 규모 등을 가지고 얼마든지 카드사의 건전성을 규율할 수 있을 터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신용카드 산업을 규제하고 있는 많은 정부 시책은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성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혹여 과도한 규제를 통해 해당 산업이 고사하는 징후가 보인다면 마 땅히 그 규제는 시장 논리에 맞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 흔히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하지만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시책 은 모름지기 충격적인 규제보다는 합리적인 개선이라야 할 것이다. 그것이 소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 리석음을 피할 수 있는 최선책이다. 유종섭 (한국여신전문금융업협회 회장) 출처 - 매일경제 2002. 11. 9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