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사자의 신분관계
고발인은, 우리 사회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체제의 구현을 위해 뜻을 같이 하는 각계 각층의 지식인과 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2002. 3. 12 결성한 시민단체로서, 자유민주주의체제와 진정한 시장경제질서를 위협하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제반 요인을 적시(摘示) 시정하고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실천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비영리 순수 민간 기구입니다.
피고발인 이근영은 현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으로, 2000. 6월 당시 한국산업은행 총재로 있던 사람입니다. 피고발인 박상배는 현재 한국산업은행 부총재로, 2000. 6월 당시 한국산업은행의 이사로 있던 사람입니다.
2. 현대상선 주식회사에 대한 부당한 대출
한국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은 2000. 6. 7 현대상선 주식회사(이하, 현대상선)에게 당좌대월 계정으로 4,000억 원을 대출해 준 사실이 있습니다.
당시 위 대출(이하, 이 사건 대출)은 통상적인 업무 처리의 관례나 산업은행의 내부 규정과는 달리 (1) 대출 신청일로부터 단 3일만에 전격적으로 대출이 이루어졌고, (2) 현대상선의 주거래은행인 한국외환은행이 모르는 가운데 대출이 이루어졌으며, (3) 대출약정서에 대출신청인의 서명이 빠져 있는 등 대출 관련 서류가 정상적으로 작성되지 않았고, (4) 현대상선의 2000년 상반기 회계보고서에는 이 사건 대출금의 액수가 1,000억원으로만 기재되어 있으며, (5) 은행연합회 여신정보(CRT)에도 이 사건 대출 내역이 대출당시에 기록되지 않다가 몇 개월 뒤 올려지는 등 이 사건 대출과 관련하여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의문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러한 의문점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대출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부당한 대출이었음이 분명하다고 할 것인 바, 이러한 부당 대출을 승인한 피고발인들의 행위는 산업은행에 대한 배임행위를 구성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이하에서 피고발인들의 배임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3. 피고발인 박상배의 위법행위
피고발인 박상배는, 자신이 산업은행 이사로 근무하면서 이 사건 대출을 승인한 당사자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피고발인은 기업대출 승인 업무를 관장하는 이사로서, 대출신청 기업이 대출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를 충분히 검토해 대출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대출을 승인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의의무에 따라 기업의 대출 신청이 들어올 경우 당해 기업의 재무제표는 물론 미래 현금입출금계획서, 자금사용계획서, 자금상환계획서 등을 제출케 하고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 작업을 거쳐 대출금 상환 능력에 별다른 위험요소 내지 특이 사항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해 대출을 승인하는 것이 정도입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모든 은행들이 이와 비슷한 내용의 대출심사 관련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발인 박상배는 이 사건 대출과 관련하여 위와 같은 자신의 업무상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현대상선의 대출금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부당하게 4,000억 원이라는 거액의 대출을 승인해 주었습니다.
피고발인 박상배가 정상적인 대출심사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대출을 승인했음은, 이 사건과 같이 4,000억 원이나 되는 거액의 대출심사의 경우 통상적으로 채무자의 상환능력 심사를 위한 대출신청서류 검토작업에만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대출신청일로부터 불과 3일만에 대출이 이루어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명백하다고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모든 은행들이 주요한 대출의 경우 은행장이 배제된 여신심사위원회(산업은행의 경우 신용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다음 대출을 실행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 사건 대출처럼 신용위원회의 심사 없이 피고발인 박상배가 임의로 대출승인을 하였다는 것은 피고발인 박상배의 위법 행위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위와 같이 피고발인 박상배의 업무상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대출승인에 따라 4,000억 원이라는 거액의 대출을 받아 간 현대상선은 현재까지도 위 대출금 중 일부(당사자의 주장이 자주 번복되고 서로 틀려서 정확한 상환액수를 알 수 없으나 대략 1,700억원 정도만을 상환한 것으로 보입니다.)만을 상환하고 나머지 대출금에 대해서는 상환을 거부하고 있거나 상환불능 상태에 빠져 결과적으로 산업은행은 대출금의 일부를 떼일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대출금 회수 불능 사태는 전적으로 피고발인 박상배의 부당한 대출승인행위에 기인한다고 할 것인 바, 피고발인 박상배의 이 사건 대출승인행위는 자신의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산업은행에게 손해를 가한 행위로서 형법상의 업무상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입니다.
4. 피고발인 이근영의 위법행위
피고발인 이근영은 이 사건 대출이 이루어질 당시 산업은행의 총재로 재직하면서 산업은행의 업무 전반에 관하여 결재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 사건 대출에 대해서도 최종적인 결재권자로서 이 사건 대출을 승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피고발인 이근영은, 자신은 이 사건 대출에 관하여 관여한 바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4,000억 원이라는 거액의 대출이 총재 모르게 실행되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피고발인 이근영이 이 사건의 대출을 처음 인지한 시점에 관한 2002. 9. 25 국정감사의 증언과 2002. 10. 4 국정감사의 증언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2002. 9. 25. 국정감사에서 피고발인 이근영은, 산업은행 4,000억원 대출사실을 청와대 경제장관회의에서 처음 알았다고 진술한 바 있으나, 그 후 2002. 10. 4 국정감사에서는 “엄낙용 전 총재가 취임 얼마 후 찾아와서 현대상선 대출을 이야기 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 줬다”고 진술했습니다. 엄낙용 전 총재가 청와대 경제장관 회의(2002. 9. 25로 확인)에 앞서 금감위(이근영)를 방문(2002. 8. 18로 확인)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피고발인 이근영은 산업은행 대출사실을 청와대 경제장관 회의 전에 알고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만약 피고발인 이근영의 주장대로 대출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이는 산업은행 총재로서의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피고발인 이근영은 이 사건 대출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로서 피고발인 박상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채무자의 대출금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를 거친 후 대출을 승인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위배하여 정당한 대출심사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로 이 사건 대출을 승인함으로써 산업은행에 이 사건 대출금 상당의 손해를 입혔고, 이러한 피고발인의 행위 역시 형법상의 업무상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입니다.
더욱이 현대상선은 2000. 3월 소위 ‘왕자의 난’ 이후 채권금융기관의 무차별적인 자금회수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도 대출을 받기 직전인 2000. 5. 26 현대아산에 560억원을 증자하였습니다. 이는 결국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의 이같은 계열사 지원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현대상선에 대출해 주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현대상선은 당좌대출 직후인 2000. 6. 8 부터 현대건설 기업어음(CP) 1400억원을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는 계열사 지원을 위해 대출금이 전용되었음을 시사하는 바, 대출금의 용처에 대한 산업은행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로서 피고발인 이근영은 국책은행의 최고관리자로서 국민에 대한 선관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5. 결 론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대출은 현대상선의 대출금 상환능력에 대한 정당한 심사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진 부당한 대출이며, 피고발인들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이 사건 대출을 승인하여 산업은행에 대출금인 4,0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발인들의 행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의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불가항력에 의하지 않은 대출금 미상환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부담으로 귀착될 것이 자명하다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피고발인들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엄정히 조사하시어 진실을 밝혀주실 것을 바라면서 이 고발장을 제출합니다.
2002. 10.
고발인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 : 김 석 준
김 태 련
봉 두 완
석 종 현
송 복
송 병 락
유 재 천
고발인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 : 김 석 준 김 태 련 봉 두 완 석 종 현 송 복 송 병 락 유 재 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