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체제 붕괴 대비해야
2002-10-07
북한체제 붕괴 대비해야 지난 몇 주 사이 신문 방송을 통해 북한과 관련한 여러 보도를 접하 며 우리는 이미 북한이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 와 있음을 느끼게 된다. 부산에서 북한 응원단과 우리 응원단이 어우러져 응원을 펼치는 것을 보고 변화를 실감하며, 북한이 신의주에 경제특구를 지정하고 외국인 을 행정장관으로 임명하여 파격적인 개방정책을 발표했을 때는 그 발 상의 전환에 놀라기도 했다. 북ㆍ일 정상회담과 미국 특사의 평양방문은 어디에선가 시계추가 빠 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주나 지금 우리는 북한이 어떤 변화의 방향으로 들어서고 있는지, 남과 북의 관계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지에 대해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대출과 대북 지원 의혹설은 이러한 혼동을 더욱 깊게 하고 북한문제에 대해 무언 가 새로운 정리를 하고 가닥을 잡아나가야 한다는 판단을 갖게 한다. 그러나 여러 혼동된 시그널 중에서도 몇 가지 분명한 점은 있다. 첫 째는 지금 세계가 흘러가고 있는 방향과 현재의 북한체제는 결코 양 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습권력의 독재로 폐쇄화되어 있는 북한체 제가 정보ㆍ기술의 혁명과 각국의 개방정책으로 가속되고 있는 세계 화라는 추세에 함몰되는 것은 오직 시간 문제일 것이다. 특히 북한은 쿠바와 같은 섬나라가 아니고 개방화로 급성장해 나가는 중국과 긴 국경을 접하고 있다. 둘째, 김정일이라는 지도자는 자신의 권력기반을 약화시키고 현 체제 의 붕괴를 자초하게 될 개방을 쉽게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어떻게 하든지 남한과, 일본과, 미국 등 서방과의 거래를 통해 통치비용을 조달하여 사유화된 그의 체제와 권력을 지속하려 할 것이 다. 셋째는 그러한 그의 시도는 이미 한계에 봉착하는 조짐을 보이며 그 는 스스로 이에 대한 초조감과 분열적인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이다. 양빈이라는 미지의, 의혹이 많은 사업가에게 신의주 행정장관 이라는 직책을 맡겼다는 것은 행정특구가 북한체제의 개방이라기보다 는 김정일과 양빈이라는 인물 사이의 거래라는 측면이 강함을 추측케 한다. 현대로부터 돈을 받고 금강산을 개방한 것과 비슷함을 보게 된 다. 그러나 이는 개방이 아니고 거래며, 이를 위해 흘러간 돈은 북한의 예산이 아니라 아마도 김정일 개인 용도를 위해, 현 체제 유지를 위 해 쓰여지게 될 것이다. 그나마 이제는 그러한 거래의 기회도 점점 줄어가고 있다. 양빈의 연행이나 현대상선 대출의 의혹 제기는 그러 한 단면을 보여준다. 지도자가 이렇게 되어 있을진대 그 사회는 뻔할 것이 아니겠는가. 분 명 북한 사회는 깊이 부패되어 있고 북한 정부는 이미 통제력을 잃어 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조짐은 탈북자들의 증가에서 이미 나타 나고 있다. 북한체제 붕괴가 언제 일어날지는 오직 하늘과 훗날의 역사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시계추는 움직이고 있으며 그 소리는 점점 뚜렷해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김대중 정부는 논란이 많은 햇볕정책으로 이 를 최대한 지연시켜 보려 했으나 우리는 이것이 갖는 한계 또한 지난 수년 동안 목격해 왔다. 차기 정부의 5년은 북한에서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이에 따라 경제 사회 외교정책의 틀을 짜 나가야 할 것이다. 동북아지역 협력강 화, 한미관계의 상호 신뢰성 제고 등 국제사회의 협력과 재정적 지원 을 확보해 나가야 하며, 국내의 경제사회정책도 이를 염두에 두고 상 호 일관된 방향으로 설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정책뿐 아니라 무엇보다 북한사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정당성이다. 우리 사회의 지도자와 정부가 도덕적 권위를 갖 추지 못하고, 우리 사회에 법질서와 민주주의, 시장제도의 바탕이 뿌 리내려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체제의 붕괴가 다가온다면 우리 사 회는 말할 수 없는 혼미와 격랑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지난 10여 년 간 우리는 정치민주화에 커다란 진전을 보았고, 광범위 한 경제제도의 개혁을 시도해 왔다. 많은 발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 고 국민들이 그 동안의 변화에 비판적이며 불만족스러워 하는 것은 이러한 관점에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처해 있는 세계경제환경의 변화, 북한문제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우리 정치 경제 사회제도의 전반적 개혁은 아무리 빨라도 지나치다 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한 비전과 실행방안은 바로 지금 진행 되고 있는 대선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충분히 제시되어야 한다.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2. 10. 7 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