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방 후속조치 기대
	2002-09-24
北 개방 후속조치 기대 최근 북ㆍ일회담은 북한의 대외개방 드라이브에 대한 자세변화를 확 인시켜 주었다. 지난 몇 달 동안 북한은 지금까지 사회주의형 배급제도 개편, 임금과 물가인상 조치, 환율 현실화, 신의주 경제특구 지정 등 일련의 경제 시스템 개혁을 진행하여 왔다. 북한은 그 동안 그들이 자행한 국제적 테러를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북ㆍ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북자들과 공작선 문제 를 특수기관이 저지른 망동주의자들의 행위라고 자인하였다. 나아가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까지 하였다. 지금까지 벼랑 끝 외교의 받침대로 사용하던 핵문제 해결을 위해 모 든 당사국과 합의를 준수키로 약속하였고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시하였다. 앞으로 진행추이를 지켜보아야 하지만 일단 긍정적 자세변화라고 평 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작년부터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등 전통적 우방들에 대하여 일련의 개방화 행보를 보여주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해 상하이 방문 에서 천지개벽이라는 평가를 하였고 지난달에는 러시아 연해주 지역 을 방문하여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 등에 러시아와 합의한 바 있다. 북ㆍ일회담 바로 다음날 비무장지대(DMZ)를 관통하는 경의선과 동해 선 연결공사가 남북한에서 동시에 거행되었다. 북쪽에서는 종전의 관 례처럼 일회성 시늉만 낸 행사가 아니라 고위급 인사와 수천 명의 주 민이 참여하였고 남쪽 언론에 착공식 현장 취재를 허용하였다. 항공과 해운에서 남북한간의 길이 우회적이지만 뚫렸고 이제 육상에 서 철길과 도로가 뚫려 개성공단이 활성화되고 동해안 관광벨트가 시 현되면 북한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개방화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셈 이다. 글로벌화의 세계사적 조류는 한번 트여버린 개방을 다시 폐쇄 로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북한의 대외개방은 남북한 경협뿐만 아니라 동북아 경협구도에 일대 개편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동북아의 물류체계 한복판 에 도사리고 있는 결정적 단절의 공간이 메워지기 때문이다. 북ㆍ일 관계가 정상화되면 동북아 경제협력은 이제 본격적 다자국면으로 진 입하고 우리에게도 많은 과제를 안겨주게 된다. 우선 남북한 당사국 사이의 경제협력 현안을 상호주의형으로 내실있 게 추진하는 노력과 함께 우리는 북한의 개방노선 고착화를 동북아 역내 공동과제로 격상하는 준비와 정지작업을 진행하여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동북아 물류체계 완성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역시 동북아 에너지 공동체 개념까지 설계하고 있다. 일 본은 10년 이상 진행되고 있는 불황 타개의 돌파구를 동북아의 역동 성에서 찾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의 개방화는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기회로 접목되어야 한다. 예컨대 남북한 철도가 연결되어도 복선화, 침목교체 그리고 북한 내 교량의 안전진단, 철도규격과 신호체계 통일 등 숱한 과제들이 남아 있다. 북한이 마이너스 성장을 멈추고 빈곤함정에 더 이상 추락하지 않도록 만드는 데 매년 10억달러 정도 예산을, 그것도 생산성이 가장 높은 부문에 투자해야 하고, 북한 경제가 1989년 수준으로 복귀하는 데도 200억달러 내외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추정 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경제 수준의 50% 정도에 육박하는 데는 더욱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재원조달은 국제적 개발 금융지원을 절대 필요로 한다. 구 소련 해체에서 탄생한 독립국가연합의 시장경제화와 민주제도 정착 을 지원하기 위하여 2년여 준비기간 안에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유럽 부흥개발은행(EBRD)이 탄생되었다. 유럽의 시장경제화를 촉진하기 위 하여 주변국이 합세한 것이다. ADB나 IBRD의 개발자금을 사용하거나 '동북아 개발은행'의 창설을 시 도할 때 이들 국제금융기구에 가장 영향력 있는 출자국인 미국의 동 의가 절대로 필요하다. 미국은 북한이 국제테러리스트 명단에서 배제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한치의 양보도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 은 이러한 관점에서 국제기구의 핵사찰과 미사일 개발을 동결하는 결 단을 내려 동북아에 일고 있는 성장 열차에 합류하여 민족통일 대장 정의 실질적 첫 걸음을 내디뎌야 할 것이다. 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 출처 - 매일경제 2002. 9. 24 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