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감독 시스템 철저히 운용을
	2002-08-28
경영감독 시스템 철저히 운용을 최근 엔론.월드컴 회계부정 사고 이후 미국 의회의 상원은 경영 투명성을 위한 기업 개혁안을 통과시키고 하원과 부시 대통령의 승인을 얻었다. 이 가운데 주목할 점은 경영 투명성을 위해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최고경영자는 재무제표 등 기업공시 내용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개인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또 분식회계를 했을 경우 최고경영자는 보너스와 주식매수 선택권 등을 포기하고 무거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최고경영자와 소유주가 경영 투명성의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이사회에 사외이사 제도와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해 내부감사와 외부감사를 활성화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나 소유주가 외부감사와 내부감사를 존중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적당히 하면 된다는 인식때문에 감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제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내부감사와 외부감사 등 경영투명성을 위한 각종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 또는 소유주의 의지가 중요하다. 제도적으로는 내부감사와 외부감사를 총괄 관리하는 기관이 감사이지만 최고경영자와 소유주의 긍정적인 인식과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최고경영자와 소유주가 이사회를 존중하고 특히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그리고 외부감사인과 내부감사인을 존중하지 않으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내부감사와 외부감사는 외부의 이해관계자를 보호하는 장치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최고경영자와 임직원을 보호하는 장치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런 감독장치가 적절히 돌아가지 않으면 결국 회계부정이 발생해 기업은 부실해지고 최고경영자와 소유주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일본 교세라의 회장인 이나모리 가즈오는 경영 전략과 영업전략을 잘 세워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명한 회계와 철저한 경영감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감독시스템의 덕분에 교세라의 구성원들은 서로 믿을 수 있게 됐고, 외부 거래업체는 교세라를 굳게 믿게 됐다. 신뢰문화가 구축된 것이다. 교세라의 모든 프로세스는 투명하기 때문에 항상 신속하고 간편하게 진행됐다. 따라서 영업이 활발해지고 비용이 절감돼 마침내 큰 이익을 냈다. 최근 미국 비즈니스위크는 글로벌 10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사업모델이 간단하고 바위처럼 단단한 회계, 그리고 보수적인 대차대조표가 성공의 기본이라고 분석했다.'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영업을 잘해 돈을 벌더라도 경영감독시스템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으면 이런 돈은 기업에서 사라진다. 이를 깨달은 영업직원마저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결국 기업은 빈 껍데기만 남는 일이 벌어진다. 감독시스템을 철저히 운용하면 기업의 밑이 빠지는 경우는 없다. 최고경영자와 소유주는 이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한다. 미국처럼 법적 제도를 강화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 감사시스템과 통제시스템의 확보를 통한 경영 투명성은 외부의 이해관계자가 아닌 본인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몇년 전 금융위기 때 기업이 파산하고 젊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선 모습을 쉽게 잊어서는 안된다. 이런 경제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최고경영자가 적극 나서 투명한 기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서정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출처 - 중앙일보 2002. 8. 28 발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