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기업들은 자기 지역구에 투자해 달라는 정치인들의 압력으로 골치를 앓는다. 그 지역에 투자하면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는 상황임이 뻔한데도 정치인들은 제발 투자유치 조인식이나 공장 기공식이라도 해 달라고 성화다. 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뒤에 기업들은 어김없이 거액의 수재 의연금을 내야 한다. 연말이 되면 평소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각종 자선단체가 기다렸다는 듯 들이미는 모금 요청을 모른 척할 수 없다. 정치인들의 내기 골프를 접대해야 하고 관료들의 관혼상제를 모두 챙겨야 한다. 한국의 기업들은 온갖 형태의 준조세에 시달린다. 이러고도 기업이 이익을 낼 수 있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최근 중견기업을 하는 한 친구가 사석에서 털어놓은 푸념이다. 국내기업들이 왜 서울을 등지는지, 외국기업들은 왜 한국을 외면하는지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한 말도 없을 것 같다.
김대중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을 가장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고 거듭 천명해왔다. 하지만 올해 발표된 스위스 IMD의 2001년도 세계경쟁력 연차보고서는 한국의 기업환경을 평가대상 49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에 매김하고 있다. 세계 경제자유보고서 2001년도판에서도 한국의 경제자유도는 123개국 가운데 43위로 평가됐다. 이 순위는 1990년의 37위, 1995년의 43위에 비해 향상된 것이 없는 수치이다.
경제자유가 억압된 국가는 경제자유가 보장된 나라보다 1인당 평균 소득이 실질적으로 60% 이상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다. 똑같이 1000만원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라도 경제자유가 억압된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경제자유가 있는 국가에 사는 사람과 비교할 때 소득의 60% 이상(600만원 이상)을 국가에 고스란히 세금으로 추가 징수 당한다는 이야기다. 아무런 자원 없는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잘 사는 나라가 된 비결이 경제적 자유의 보장이다.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는 기업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기업을 기업으로 대접한다. 기업은 이윤을 만들어 내는 조직이다. 남들보다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려는 그들의 노력 때문에 일자리도 생기고 새로운 제품도 개발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만큼 성장한 것도 기업인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회사가 망해도 재산을 해외도피시켜 빠져나가는 일부 미꾸라지들 때문에 모든 기업인들을 범죄집단으로 몰기 전에 법의 심판이 얼마나 물렁했나를 자성해야 한다. 대우의 천문학적인 분식회계에 놀라 기업인들을 죽일 사람들로 매도하기 전에 그처럼 조직적인 분식회계가 지속적으로 가능하도록 만들었던 한국사회의 부패구조를 봐야 한다.
기업에서 ‘이윤창출’의 동기를 빼앗아 버린다면 그 나라 경제는 서서히 멈추게 된다. 현 정부는 시장경제를 강화한다면서 시장경제의 꽃인 기업을 더 못살게 굴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규제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신나게 뛰도록 밀어 주어도 시원찮은 판에 이렇게 기업을 옥죄는 규제 뒤에 기업은 잠재적 범죄집단이라는 시대착오적인 기업관이 자리잡고 있다.
정책당국이 그릇된 기업관을 가지고 각종 창의적인 제도들을 도입하여 기업을 통제하려고 하는 한, 한국 경제는 신음한다. 정부가 도입하려고 하는 집단소송제가 좋은 예다. 집단소송제는 그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한국적인 풍토에서는 고비용 구조 때문에 고통받는 기업들을 더욱 괴롭히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피의자가 되면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을 받는 한국적 집단심리 문화에서 집단소송제가 반기업적인 집단에 의해 전략적으로 남용될 가능성과 그것이 몰고 올 피해의 파장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기업이 자신의 존재이유인 이윤창출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이래도 한국서 기업할래? ......
“선거철만 되면 기업들은 자기 지역구에 투자해 달라는 정치인들의 압력으로 골치를 앓는다. 그 지역에 투자하면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는 상황임이 뻔한데도 정치인들은 제발 투자유치 조인식이나 공장 기공식이라도 해 달라고 성화다. 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뒤에 기업들은 어김없이 거액의 수재 의연금을 내야 한다. 연말이 되면 평소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각종 자선단체가 기다렸다는 듯 들이미는 모금 요청을 모른 척할 수 없다. 정치인들의 내기 골프를 접대해야 하고 관료들의 관혼상제를 모두 챙겨야 한다. 한국의 기업들은 온갖 형태의 준조세에 시달린다. 이러고도 기업이 이익을 낼 수 있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최근 중견기업을 하는 한 친구가 사석에서 털어놓은 푸념이다. 국내기업들이 왜 서울을 등지는지, 외국기업들은 왜 한국을 외면하는지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한 말도 없을 것 같다.
김대중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을 가장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고 거듭 천명해왔다. 하지만 올해 발표된 스위스 IMD의 2001년도 세계경쟁력 연차보고서는 한국의 기업환경을 평가대상 49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에 매김하고 있다. 세계 경제자유보고서 2001년도판에서도 한국의 경제자유도는 123개국 가운데 43위로 평가됐다. 이 순위는 1990년의 37위, 1995년의 43위에 비해 향상된 것이 없는 수치이다.
경제자유가 억압된 국가는 경제자유가 보장된 나라보다 1인당 평균 소득이 실질적으로 60% 이상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다. 똑같이 1000만원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라도 경제자유가 억압된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경제자유가 있는 국가에 사는 사람과 비교할 때 소득의 60% 이상(600만원 이상)을 국가에 고스란히 세금으로 추가 징수 당한다는 이야기다. 아무런 자원 없는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잘 사는 나라가 된 비결이 경제적 자유의 보장이다.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는 기업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기업을 기업으로 대접한다. 기업은 이윤을 만들어 내는 조직이다. 남들보다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려는 그들의 노력 때문에 일자리도 생기고 새로운 제품도 개발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만큼 성장한 것도 기업인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회사가 망해도 재산을 해외도피시켜 빠져나가는 일부 미꾸라지들 때문에 모든 기업인들을 범죄집단으로 몰기 전에 법의 심판이 얼마나 물렁했나를 자성해야 한다. 대우의 천문학적인 분식회계에 놀라 기업인들을 죽일 사람들로 매도하기 전에 그처럼 조직적인 분식회계가 지속적으로 가능하도록 만들었던 한국사회의 부패구조를 봐야 한다.
기업에서 ‘이윤창출’의 동기를 빼앗아 버린다면 그 나라 경제는 서서히 멈추게 된다. 현 정부는 시장경제를 강화한다면서 시장경제의 꽃인 기업을 더 못살게 굴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규제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신나게 뛰도록 밀어 주어도 시원찮은 판에 이렇게 기업을 옥죄는 규제 뒤에 기업은 잠재적 범죄집단이라는 시대착오적인 기업관이 자리잡고 있다.
정책당국이 그릇된 기업관을 가지고 각종 창의적인 제도들을 도입하여 기업을 통제하려고 하는 한, 한국 경제는 신음한다. 정부가 도입하려고 하는 집단소송제가 좋은 예다. 집단소송제는 그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한국적인 풍토에서는 고비용 구조 때문에 고통받는 기업들을 더욱 괴롭히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피의자가 되면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을 받는 한국적 집단심리 문화에서 집단소송제가 반기업적인 집단에 의해 전략적으로 남용될 가능성과 그것이 몰고 올 피해의 파장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기업이 자신의 존재이유인 이윤창출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국제대학원)
출처 - 조선일보 시론 2001.08.07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