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감시 철저히
	2002-08-20
애널리스트 감시 철저히 바야흐로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난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기업분석 보고서의 사전 유출 등을 이유로 UBS워버그증권이나 메릴린치 같은 외국계 증권사에 대해 이례적인 징계조치를 내린 데 이어 다른 국내외 증권사들에도 조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사분석 자료를 발간하는 애널리스트들이 금감원 조사의 주된 표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널리스트들은 매우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증권사 임직원의 주식 매매를 금지하는 법규에도 불구하고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증권사 직원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법령과 현실 간에 큰 괴리가 있어 왔다. 이러한 현실 아래에서 국내 증권사냐 외국 증권사냐를 불문하고 여러 가지 편법과 불법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쉽사리 추측할 수 있다. 막대한 자본 이득에 대한 유혹이 강한 증권업의 속성상 감독이 허술하면 불법과 편법이 자행되기 마련이다. 그간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특정 종목을 매수추천하면서 정작 그 증권사의 상품주를 운용하는 부서에서는 그 주식을 매도하는 경우와 같이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고객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제공이라기보다는 불순한 의도에서 종종 왜곡된다는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한 일반투자자들이 엉뚱한 손실을 본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이번 금감원의 조사는 증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애널리스트들의 조사 분석 보고서의 생성 및 배포가 과연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그 와중에서 불법은 없었는지를 폭 넓게 조사하겠다는 것으로서 애널리스트 분석 보고서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증시의 투명성 제고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이번 금감원의 조사가 일회성의 충격요법으로서가 아니라 상당한 균형감각을 가지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점 역시 지적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행하고 이를 보고서로 발간하는 활동 자체는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다. 증권시장에는 수 많은 정보가 존재하며 기업의 공시의무가 확대되면서 생성되는 정보의 양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정보들이 분석, 가공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에게 명쾌하게 전달되기 어렵고, 정보전달이 원활치 않으면 주가가 기업의 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증권시장이 본래의 기능인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 기능이나 신호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애널리스트들의 활발한 조사 분석활동은 충분히 권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애널리스트들에게도 일정한 범위 안에서 ‘표현의 자유’와 ‘지적 창작물에 대한 보호’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이번에 문제 되었던 UBS워버그증권사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가 우리 나라의 간판 기업인 특정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로 인해 촉발됐다는 점, 그리고 기업 분석 보고서 사전 유출과 같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매우 미묘한 문제를 징계조치로서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우려는 단순한 기우만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이번 금감원의 조사는 시장 투명성의 제고라는 근본 취지에 충실하게 균형감을 가지고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식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조사에 임하는 증권사들이나 애널리스트들도 이번 조사를 계기로 보다 엄격한 내부 통제 기준을 세우고 이를 실제로 시행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간 증권사들이 준법 감시인을 두었다느니, 내부 통제 장치를 갖췄다고 공언하면서 정작 말만 앞세웠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몇 마리의 미꾸라지가 물을 온통 흐려놓을 수 있듯이 몇몇 사람의 불법적인 행위는 애널리스트가 행하는 업무 자체에 대한 불신과 조사 보고서에 대한 신뢰 저하를 가져 오며, 이는 곧 증권시장의 낙후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 나라의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 데이트레이더로 전락한 현상 역시 어찌 보면 시장에서 제공되는 정보에 대한 불신감이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주영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 출처 - 문화일보 2002. 8. 19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