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制 法으로 강제말아야
	2002-08-16
주5일制 法으로 강제말아야 김대중(金大中·DJ) 대통령 정부는 지금 노사정 협상이 최종 결렬된 상태에서 주5일제(주40시간제)의 단독 입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DJ의 대선공약이기 때문일 것이다. 법정근로시간은 한번 단축시키면 그것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고 해도 다시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문제는 비록 대선공약이라고 해도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DJ 정부가 주5일제 입법의 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내세우는 논리를 보면 모순투성이여서 과연 주5일제 입법이 기업이나 경제에 줄 영향을 제대로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부장관은 최근 한 간담회에서 “공무원 금융권 등 사회 전 부문에서 대세로 떠오르는 주5일 근무제 실시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세론은 주5일제를 노사 자율로 도입하는 경우와 법정 강제로 도입하는 경우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기초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여가시간을 늘리고 근로시간을 줄이려고 한다. 따라서 사업장별로 사정에 따라 단체교섭 등을 통해 주5일제를 도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현재의 법정근로 주44시간제 하에서도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다. 그런데 DJ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은 근로기준법상의 관련조항을 개정함으로써 법정 강제에 의해 주5일제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5일제는 모든 대상기업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돼 사업장에 따라서는 그 충격이 대단히 클 수가 있다. DJ 정부는 또 주5일제 입법과 관련해 한 가지 중대한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즉 근로시간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실제근로시간이 주당 평균 40시간 내외에 달한 상황에서 법정근로 주40시간제를 도입했으며, 따라서 그것이 기업이나 경제에 주는 충격은 아주 미미했을 것이다. 반면 우리는 지금 실제근로시간이 주당 평균 48시간이나 되는 상황에서 법정근로시간을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시키려 하고 있다. DJ 정부가 이 점을 굳이 외면하고 있는 것은 주5일제 입법 강행 방침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DJ 정부는 주5일제 입법이 고용과 임금에 줄 영향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분석결과가 심하게 왜곡돼 있다는 점이다. 노동연구원은 주5일제가 입법될 경우 ‘총고용이 5.2% 증가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추정치의 산출과정을 보면, 법정근로시간 단축에 따르는 고용 증가의 탄력성 0.57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 0.57은 통계적 유의성이 없는 허구적 수치이다. 신뢰할 수 없는 이 수치를 이용해 추정한 고용증대 효과 5.2% 역시 허구적 수치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노동연구원은 또 주5일제 입법의 임금인상효과를 약 2.9%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근거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르는 임금상승률은 전반적으로 2~3%에 이를 것”이라고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2.9%는 실제근로시간이 주당 2시간 감소한다는 가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불변가격으로 계산한 추정치이며, 이것을 시간당 명목임금 인상효과로 환산하면 11.4%나 된다. 최근 5년 동안 우리나라 실제근로시간은 뚜렷한 변화추세를 나타내지 않는 가운데 명목임금은 매년 평균 7.3%씩 상승했다. 그렇다면 명목임금 인상효과 11.4%는 평상시 약 1.6년(=11.4/7.3) 동안의 임금상승분에 해당되는 것이다. 대단히 큰 충격효과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DJ 정부는 주5일제 입법이 줄 영향에 대해 근본적으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잘못된 인식은 잘못된 판단을 낳고 잘못된 판단은 잘못된 정책을 낳는다. DJ 정부의 주5일제 입법 강행 방침은 매우 위험하고 무모한 처사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마땅히 철회해야 한다. 김대모 (중앙대 교수·경제학) 출처 - 조선일보 2002. 8. 16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