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特區의 문제들
	2002-08-16
경제 特區의 문제들 올해 들어 정부가 우리나라를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정책구상을 수차에 걸쳐 발표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이런 정책의지를 보인 것은 정말 잘된 일이다. 우리나라가 중심지가 되면 주변국에 비해 소득수준이 월등히 높아지고 국제적 위상도 크게 제고될 것이며 안보적 측면으로도 큰 혜택을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훌륭한 새로운 국가발전 비전을 제시하면서,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에는 큰 문제가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정부 시안에 따르면, 경제중심지가 되기 위해 전국을 전면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 개방의 이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의 의식과 그를 바탕으로 하는 정치적 현실을 고려하여 경제특구 방식으로 부분개방을 하자는 것인데, 여기에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다. 첫째, 우리나라가 최소한 동북아에서 으뜸가는 중심지가 되려면 많은 외국 기업과 전문가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정부가 설령 영종도, 인천 송도, 김포 매립지 등을 경제특구로 지정한다 해도 그곳에 입주하겠다는 외국 기업인들은 거의 없다. 그들의 반응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굳이 한국까지 와서 경제활동을 하려는 것은 한국기업과 한국인을 상대로 사업을 하려는 것이지 어떤 고립된 곳에서 외국인들끼리만 기업활동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 그들은 경제특구 구상이 흡사 외국인들을 한 곳으로 몰아넣는 이른바 ‘게토(Ghetto)’를 만들려는 것이니 불쾌하다고까지 말한다. 그들은 또한 말하기를, 한국이 경제중심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해 놓고 겨우 생각해 낸 것이 북한과 같은 경제특구 발상을 하는 것은 한심하다고까지 입을 모은다. 이래서야 앞으로 우리 경제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어떻게 얻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많은 외국 자본과 기술의 국내 진출을 바랄 수 있겠는가. 경제특구식 방식으로 중심지를 이룩한다는 것은 결코 정치적으로도 용이하지 않다. 즉 어떤 지역을 특구로 선정하고 그에 따른 입법절차를 끝내는 것도 매우 큰 정치적 부담이 된다. 경제특구란 세제와 행정규제 면에서 중앙정부가 많은 특혜를 주는 곳이다. 현재 정부 시안에 의하면, 특구에 입주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개인소득세와 법인세의 감면, 부당 노동쟁위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행정지도, 그리고 특구외 지역에서는 허가가 잘 나지 않는 외국인 전용학교 및 병원 시설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특혜가 제공되다 보면 모든 행정단위는 경제특구로 지정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몇개 지역만 경제특구로 지정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된다. 경제특구가 문제가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에 따르는 행정부담과 부조리이다. 특구에 적용되는 규제와 그 외 지역에 적용되는 규제가 따로 있다 보면 한 나라가 사실상 두 가지 법체계 밑에서 운영되는 것과 같다. 뿐만 아니라 특구 내에는 많은 혜택이 있고 그 외 지역에는 그렇지 못하면 양 지역간에 여러 가지 암거래가 일어난다. 정부는 도대체 이같은 부조리를 어떻게 막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끝으로 개방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이해가 부족해 특구를 해야 한다는 논거도 매우 약하다. 대체로 특구를 해야하는 나라들은 다수 국민들이 개방을 반대하므로 전국 개방을 할 경우 정권유지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1960년대 초부터 대외지향적 경제개발전략을 추구해 온 우리 국민들은 이제 세계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이해는 특히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더 심화되고 최근에는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로 히딩크와 같은 능력있는 외국인이라면 기업의 총수가 되어도 좋다고 많은 국민들은 말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방의 필요성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일부 우리 정치가와 관료들이다 .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가 최소 동북아에서 으뜸가는 경제중심지가 되어야 한다는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다만 현재 정부가 추구하려는 특구방식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부분개방이 아니고 오히려 전국을 하나의 경제특구로 해야하는 것이므로 이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이다. 김기환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회장) 출처 - 조선일보 2002. 8. 1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