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주의와 인간존중


최근 교원정년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국회의 쟁점으로 등장했다. 3년 전에는 '정년단축' 논쟁이 뜨거웠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정년연장'이 쟁점이다. 당시 정년단축을 주장하던 여당의 논리는 고령 교사를 1명 퇴직시키면 그 예산으로 신임교사 2.7명을 채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는 유능한 젊은 교사채용으로 교단의 활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다수 여당은 국회표결을 통해 교원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낮추었다.

그로부터 불과 2년여, 이번에는 야당이 다수가 되어 잘못된 정년단축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나섰다. 명예퇴직 수당까지 주어 내보낸 교사들을 다시 불러 기간제 교사로 쓰는데도 교원이 부족하니, 정년을 1년 연장함으로써 교원부족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고, 나아가 땅에 떨어진 교사들의 자긍심도 살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에서는 조급한 정책변경의 혼란을 우려하지만, 야당에서는 잘못된 정책의 조속한 시정을 주장하고 있다.

조만간 어느 쪽으로든 결론이 나겠지만, 문제는 백년대계의 교육정책을 이처럼 갈팡질팡 정쟁의 대상으로 삼게 된 근원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교육문제를 교육외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정치풍토, 무리한 졸속입법 강행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년단축을 통해 교육풍토를 쇄신하겠다던 그 '단순함'이다. 그것은 나이가 많거나 적음에 따라 능력이나 적극성이 결정적으로 다를 것이라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젊지만 게으르고 무능한 교사도 많고, 환갑이 지났지만 여전히 부지런하고 유능한 교사도 많다. 3년 전, 초.중등학교의 개혁을 논의할 때 교사를 무 자르듯 연령으로 자르는 단순하고 쉬운 방법을 택할 것이 아니라, 무능하고 자질이 부족한 교사를 걸러내는 복잡하지만 정교한 장치를 모색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사람을 평가할 때 어느 한가지 기준에 의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인간은 언제든지 발전하거나 퇴보할 수 있으며, 하나의 특성으로 평가하기에는 너무나 복합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학력은 특정 시기 개인의 학습경험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므로, 오로지 학력에 의해 사람을 평가하면 '학력차별주의자'가 된다. 남성과 여성은 45개의 동일한 염색체와 1개의 다른 성 염색체를 지니고 있다는데, 성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면 '성차별주의자'가 아니겠는가? 마찬가지로 연령으로 사람을 평가하면 '연령차별주의자'가 된다.

'차별주의'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도구적 시각에서 벗어나 인간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미래사회는 더욱 다원화되고 인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새로운 사회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다원주의적 가치관과 인간존중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규한(비전@한국 공동대표. 국민대 사회대 학장)

출처 - 비전@한국홈페이지 회원칼럼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