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비관할 일만 아니다
	2002-08-13
美경제 비관할 일만 아니다 2주 전까지도 계속된 미국의 주식가격과 달러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경제를 흔들어 심지어 세계적 규모의 경제위기가 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다행히 다소 안정을 찾은 듯하나 아직도 근원적 불씨가 없어진 것은 아니라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은 2000년 말 이래 계속된 경기 하강과 더블딥 등으로 표시되는 불투명한 회복전망, 엔론사에서 시작된 대규모 기업회계 조작사건, 제2의 9·11 테러 가능성, 대(對)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 미국경제에 불안을 주는 요인들이 최근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간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제수지적자를 메우는 데 크게 기여한 자국 내의 자금이 대규모로 미국시장을 이탈함으로써 주식가격과 달러가치의 하락이 가속된 현상이었다. 1990년대 초에 시작하여 2000년 하반기까지 계속된 미국 초유의 장기적 호황은 사실 IT(정보기술)산업의 초고속 성장의 기초 위에서 주택 및 주식 가격의 지속적 상승이 부추긴 투자와 소비의 꾸준한 증가와 시의적절하게 구사되었던 통화금융정책의 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2000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그간의 호황을 주도한 이들 요인들은 그 효력이 급격히 감소되었고 이 때문에 그 이후 다소의 등락은 있었으나 경기하강은 계속되었다. 즉 2000년 하반기 경기의 정점에 이른 후 약 20개월 동안 계속된 주가의 하락과 주택가격의 점진적 거품 제거는 가계소비를 둔화시키고 나아가 기업에도 IT산업의 재고 누적과 IT를 대체할 새로운 산업의 부재, 그리고 불황에 따른 이익의 감소 등으로 투자를 감소시킨 것이다. 또 연방준비은행의 금리정책도 금년에 들어와서는 잇단 시도에도 불구하고 경기진작에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9·11 테러를 시작으로 일어나고 있는 몇 가지 사건은 이미 둔화 내지 하강하고 있는 미국경제의 하강속도를 더욱 가속시키고 나아가서는 미국경제와 이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세계경제의 앞날에 대한 깊은 우려를 야기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해말 엔론사에서 시작된 대규모 회계조작사건과 파산은 미국경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크게 손상시키고 있다. 또 9·11사태 이후의 크고 작은 테러경계령과 보안조치의 강화는 직접적으로 미국관광 및 연관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내의 모든 경제행위에 상당한 심리적 압박과 물리적 규제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 가능성은 제3의 석유위기 가능성과 함께 투자자들로 하여금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에 대하여 심각한 불안을 느끼게 하고 있다. 최근 언론이 지적한 부시정부 경제팀에 대한 비판, 즉 경제현황에 대한 인식부족 및 장악력 부족 등과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의 취임 전 부도덕한 경제행위에 대한 의문점의 제기 또한 가뜩이나 약화된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어 단기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선 달러가치의 하락에 따른 수출의 증가와 국제수지의 개선이 가능하다. 또 90년대의 고도성장을 이끈 미국경제의 기본체질이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대다수 미국기업은 구조조정을 열심히 하고 있으며, 왕성한 연구개발 활동은 IT를 대체할 새로운 주도산업의 탄생을 머지않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철저하게 보장하는 경제 시스템과 세계최강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점 등이 장기적 낙관론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지속된 경기침체와 대이라크 공격 등으로 다시 주가폭락과 달러가치의 폭락 그리고 국제금융자산의 대규모 미국탈출 등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 현재 미국의 수중에는 금리정책 등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들의 움직임은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 미국경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러한 단기적 비관과 장기적 낙관을 동시에 고려하여 충분한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문희화 (경희대 교수·경제학) 출처 - 조선일보 2002. 8. 1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