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10주년 한·중 관계의 미래
	2002-08-09
수교10주년 한·중 관계의 미래 2002년 임오년(壬午年)은 ‘말띠 해’라기보다는 ‘용의 해’인 것 같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08년 올림픽의 베이징(北京) 개최 결정, 그리고 중국에서의 폭발적인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한류·韓流) 등으로 인해 한국에서의 중국 열기(한류·漢流)가 식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는 24일이면 중국과 수교를 맺은 지 10년이 되는지라 그 의미가 보다 특별하다고 하겠다. 지속적인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 그것도 역사적·지정학적으로 한국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중국에 대한 관심은 그리 특기할 만한 일이 아니다. 싱가포르 리셴룽(李顯龍) 부총리의 언급처럼 ‘중국은 이미 새로운 전지구적 최대변수(China is the biggest new variable in the global equation)’이며 한국에도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979년 1900만달러에 불과했던 한·중간 교역량은 수교 원년에는 82억달러로, 그리고 2001년에는 무려 315억달러로 급증, 서로간에 제3대 교역국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2002년 현재 중국은 한국의 제2투자 대상국이며, 한국 또한 중국의 7대 투자 대상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매년 100만명이 넘는 한국인 중국 방문객, 1만6000여명에 달하는 재중 유학생 통계를 한·중 간에 급증하는 상호 의존의 핵심 지표로 들 수 있겠다. 나아가 정계·재계·언론계·학계 등에서 양국 간에 다양한 연계가 형성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방장관의 교류와 함께 함정의 상호 방문이 성사되는 등 군사부문에서까지 괄목할 만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수교 이후 한·중 관계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제시할 수 있겠으나 우리는 지난 10년의 성과에만 연연하고 있을 수는 없다. ‘한류(韓流 또는 漢流)’가 글자 그대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할 때 이를 어떻게 지속 및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첫째, 한·중 관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데, 이는 ‘특수한 관계’를 강조하던 ‘밀월(蜜月)’의 시기로부터 실질이익에 기반한 호혜(互惠)의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대국(大國)을 자임하는 중국에 있어서의 한국의 중요성과 우리가 느끼는 중국의 비중 사이에 적지 않은 괴리가 있음도 자각할 필요가 있겠다. 둘째, 지난 10년이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이익을 주었다면 다가올 10년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번민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중국에 앞서 있다고 자부하던 시기가 끝나면서 이제 우리는 중국과의 경쟁을 걱정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의 기회를 포기해 버리거나 ‘중국을 무서워하는(공중·恐中)’ 상태로 가서는 곤란하다. 중국을 활용,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희망’도 냉철하게 재고할 시점에 와 있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정·경 분리(政經分離)’의 불만을 가져왔듯이 중국 또한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통·안 분리(統安分離)’를 시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셋째, 중국의 ‘부상’이 궁극적으로 갖게 될 함의와 관련된 문제이다. 물론 전지구적 차원에서 2020년 이전에 중국의 ‘힘’이 미국과 대등하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중국이 자국의 전통적 세력권으로 간주하는 한반도와 관련해서는 미국과의 실질적인 ‘힘겨루기’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빨리 나타날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의 선호와 상관없이 미·중 관계가 악화될 때 미국과 동맹 관계로 묶인 한국에는 과연 어떠한 전략적 선택이 있을 것인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결국 향후 10년의 한·중 관계는 지난 10년보다 훨씬 어렵고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국제정치 전반에서 다양한 변화가 생길 경우 안보·통상 및 통일의 세가지 문제를 다 이루어야 하는 우리에게는 치밀한 준비와 현명한 선택(또는 전략적 모호성)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월드컵 기간에 나타났던 한·중간의 불협화음이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조정되었던 것처럼 향후 다양한 쌍무적 문제들이 그와 같이 원만한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 내의 여러 부처간 또 정부와 국민 사이에 ‘보다 많은 것을 공유하고 가능한 한 작은 차이를 가지려는(구대동 존소이·求大同 存小異)’ 절실한 노력이라고 할 것이다. 정재호 (서울대 중국정치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2. 8. 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