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다시 희망을 찾자 | |
2002-08-06 | |
남북 다시 희망을 찾자 남북한은 지난 주 금강산에서 열렸던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대표 접촉을 통해 5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내놓았다. 이미 확정된 주요 합의사항만 보아도 8월 12∼14일 서울에서의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 개최, 북한의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참가, 그리고 민간 차원의 ‘8·15 서울민족통일대회’ 및 남북 축구대표팀 서울 경기 적극 지원 등으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이번 남북 공동합의의 의의와 특징은 무엇이며,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첫째, 남북한 당국은 임동원 대통령특사 방북시 합의했던 ‘4·5 공동보도문’에서 약속한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면 이행할 것을 재확인하고, 이제 그것을 실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본격적인 남북관계의 ‘원상회복’이 예상된다. 해무드 급물살 탈 듯 둘째, 이번 남북간의 합의는 북한이 대미·대일관계에서 적극적인 전향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북한은 구 소련과 동·중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 이후 생존전략으로서 1990년대 초와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남북관계 및 대미·대일관계 부문에서 적극적인 대외 협력정책을 취한 적이 있다. 현재 북한이 취하고 있는 정책은 또 한번의 전방위 대외 협력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북한의 적극적인 대남 협조는 배급제와 가격체계에서의 새로운 개혁조치의 도입 등 북한의 대내 경제관리 방식의 전환조치들과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이번 북한의 대남 정책이 북한 당국이 더 높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생존전략의 틀 속에서 추진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번 합의를 북한이 단순한 단기적 편익을 얻기 위해 취한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넷째, 이번 합의는 남한의 대통령선거 정국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정치권, 언론계, 그리고 다양한 사회집단 사이에서 격렬한 찬반논쟁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철을 맞아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 평가와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공론의 장’이 마련되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입장이 개진되어 정리될 것이고, 대선이 끝나면 차기 정부가 취해야 할 대북정책의 방향이 나름대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6월을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 축구경기와 4강 진출의 열기를 잊지 않고 있는 우리 국민들로서는 ‘경평(京平)축구의 부활’이 가져올 기대와 감격, 백두산과 한라산에서 동시에 채화된 성화가 경기장을 밝히는 가운데 진행될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여기에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철도 및 도로 연결까지 이루어지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정치권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남북 화해·협력정책의 혜택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번 합의를 약속대로 이행할 것인가. 앞에서 이미 시사했지만, 북한이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대미·대일관계에서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고 대내적으로 경제개혁 조치를 통한 경제 살리기에 나서는 등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이번 합의사항들은 예전 어느 때보다 이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은 지난 6월 서해에서의 무력도발로 인해 남한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곤경에 처하면서 대남 협조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깊이 인식한 것으로 보이며, 이번에는 더욱 적극적인 협조 자세로 나올 것이 분명하다. 서해 무력도발에 대해 예상보다 조속히, 그리고 솔직하게 ‘유감’을 표함으로써 우리측에 사과한 것이 그 방증이라 하겠다. 합의사항 이행 가능성 커 선거정국을 맞아 대북 정책은 이미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고, 이번 대선에서도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적 대결과 지역감정이 또다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선 직전 남북관계에서의 급진전은 반드시 새천년 민주당에 유리하게만 작용할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만일 한나라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취한다면, 이번 남북간 합의가 반드시 한나라당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 어찌됐든, 우리 국민은 장기적인 민족의 이익과 번영의 관점에서 정치인들의 주장을 판단하면서 이번 남북 공동합의의 이행을 돕고 남북 화해·협력정책을 지켜나가는 파수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 연구위원) 출처 - 동아일보 2002. 8. 6 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