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교육이 위기 상황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필요한 고급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의 경쟁력은 세계에서 바닥을 차지하고 있고, 주입식 중고교 교육에서 학생들의 창의력은 말살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위스의 IMD(국제경영개발원)에서 내놓은 '99년도 국가 간 경쟁력 평가를 보면, 우리 나라 대학교육의 경쟁력은 47위로서 부끄럽게도 평가대상 국가 중 최하위를 차지하였다. 또한 과학기술부문의 논문발표 수(과학논문인용색인 SCI 게재 논문 수)를 보더라도 국내 최고의 서울대학교가 세계에서 '99년에는 73위, 2000년에는 55위를 차지하여, 아직도 선진국의 일류대학에 많이 뒤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과도한 대학입시 경쟁이 학생들의 창의력을 말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1세기 디지털 문명의 혁명적 변화를 예언한 "Being Digital"이라는 유명한 책의 저자인 Nicholas Negroponte 미국 MIT 대학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당신들은 교육분야에서 극히 위험한 길을 걷고 있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교육의 길 대신 주입식 암기 교육에 극단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하여 따끔한 충고를 하고 있다.
대학 및 초중등 교육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논의에서 서울대학교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초중등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과열된 대학입시 경쟁의 근본 원인은 획일적으로 서열화되어 있는 대학 체제이고, 이 서열의 정점에 서울대가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서울대학교는 대학입시 제도를 통하여 초증등 교육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또한 서울대의 많은 제도와 관행이 한국 대학들의 벤치마킹(bench-marking) 대상이 되고 있어 다른 대학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
이러한 서울대가 최근 언론 등을 통하여 많이 알려지고 있듯이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서울대학교 교수협의회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대 교수들의 84%가 "서울대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느끼고 있고, 그 주요 원인으로 "건실하고 일관된 교육정책의 부재"와 "교육부에 의한 대학의 자율성 침해" 등을 들고 있다. 또한 5월에는 인문·사회·자연대 교수들이 "서울대에서 기초학문이 고사 위기에 있으며, 이 위기가 계속된다면 총장 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집단성명서를 발표한 일도 있었다.
이와는 별도로 서울대 물리학부의 장회익 교수는 지난 4월 교수신문을 통해 "지금 한국의 교육상황은 극단적 혼란과 위기에 처해 있고 그 원인은 우수 학생의 서울대 편중 현상인 만큼, 서울대는 한시적으로 학부학생 선발을 중지하는 대신 다른 국립대의 학생들을 개방적으로 교육하자"는 "국립대 개방안"을 내놓아 학내외에 파문을 일으켰다. 이러한 제안은 그 동안 서울대 외부에서 간간이 제기되어 온 서울대 폐교론에 대한 서울대 내부 인사의 최초의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그 동안 "서울대는 BK21 독식에 따른 대학별 부익부 빈익빈의 최대 수혜자" (전국대학교수회)이며, quot;서울대의 내부 경쟁력은 다른 대학보다 뛰어나지 않은데, 우수한 학생들을 입도선매함으로써 불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남대 高 某 교수, 시사저널 '01년 5월)는 등의 비난을 받아 왔고, 특히 "서울대가 학벌사회 고착의 주범이며, 대학서열화의 최 정점에 있으므로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서울대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장 교수의 제안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서울대 나름으로의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긴 안목으로 보면 이러한 진통은 서울대가 자기 정체성(正體性)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고, 그러기에 어찌 보면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다. 사실 과거에는 서울대가 적어도 국내에서는 압도적인 권위와 지위를 가지고 있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조차 못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학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몇몇 분야에서는 다른 대학의 도전을 받고 있고, 특히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외국 대학들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서게 되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예를 들어 조기 유학이 확산되면서 우수한 중고교 학생들이 서울대학으로 진학하기보다 외국 대학으로 직접 유학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많아졌고, 몇 년 전에는 서울 공대에 수석 입학한 학생이 다른 대학 한의학과로 진학할 의사를 내비쳐 교수들이 설득에 나선 일도 있었다. 이러한 일들은 서울대 교수들에게 사회와 시대의 변천에 따른 변화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었으며, 더불어 서울대의 바람직한 변화 방향과 자기 정체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만일 이 과정을 통해 서울대가 국가와 민족의 요구에 부응하는 역할을 슬기롭게 찾아가면 우리 나라의 대학과 교육을 정상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반대로 집단이기주의와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면 서울대는 물론 우리 나라 대학교육의 정상화에도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러면 바람직한 서울대 개혁의 방향은 무엇일까? 이것은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개혁 방향과 일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나라 대학의 경쟁력이 뒤진 원인이 대학 내, 대학간의 경쟁 부재임을 생각하면, 실질적인 대학간의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서울대가 지금처럼 모든 분야를 백화점 식으로 나열하고 인재를 독점해서는 대학간에 진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고, 따라서 우리 나라 대학들의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은 향상될 수 없다.
서울대가 국내에서는 "지원을 독식한다"고 하지만 예산은 선진 외국대학의 1/10에 불과하고, 과학기술분야 발표 논문 수는 세계에서 50위권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서울대학교가 모든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므로, 하루 빨리 특성화를 이루어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 내부의 학문간 경쟁도 이루어져 전체적인 교육과 연구 수준이 향상될 것이다.
서울대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과정에는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역할 분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대학 교육에는 국가와 사회의 필요한 인재양성이라는 공공적인 기능도 있고, 개인의 능력 개발이라는 개인적인 면도 있다. 이 중에서 국가가 지원하는 국립대학에서는 마땅히 공공적인 면을 중시해야 될 것이다. 따라서 서울대는 민간과 시장의 지원이 어려운 분야 (예를 들어 기초학문과 국학, 투자가 많이 필요한 첨단 이공계 분야) 위주로 정예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시장의 수요가 많은 분야는 사립대학에서 주도할 수 있도록 과감히 역할 분담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구조 조정을 통해서만 서울대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고, 또한 대학별로 특성화가 이루어져 국내 대학끼리 선의의 경쟁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또한 서울대는 모든 인재를 독점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학부를 줄이고 다양한 입시 선발 기준을 과감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초중고 교육은 너무나 대학입시 위주의 주입식이어서, 독창적인 탐구 능력을 배양하는 것은 외면한 채 기존 지식을 암기하고 습득하는 데에만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사회,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창의력과 유연한 사고 방식이 몇 개의 지식을 더 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정보혁명은 과거의 산업혁명보다도 더 급격히, 더 심하게 인간 삶의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환기에는 과거의 지식에 집착하는 경직된 사고 방식으로는 적응하기 어렵다. 하루 빨리 학생들을 창의력을 말살하는 주입식 입시 교육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하고, 서울대가 이러한 변화가 일어날 토양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서울대가 이와 같은 변화를 주도할 자생적인 힘이 있느냐는 점이다. 대학의 특성상 외부에서 변화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효과적이지도 못하다. 그러나 84%의 서울대 교수들이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자발적으로 중점 육성분야를 지정하여 특성화하려는 가시적인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교수들의 직선으로 선출되는 총장이 일부 구성원의 희생과 기득권 포기가 요구되는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현재와 같은 대학의 의사결정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불행하게도 서울대의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서울대 개혁은 우리 나라의 교육 위기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과제이다. 비전 있는 지도자의 책임 있는 리더십이 아쉬운 때이다.
교육 위기와 서울대 문제
우리 나라 교육이 위기 상황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필요한 고급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의 경쟁력은 세계에서 바닥을 차지하고 있고, 주입식 중고교 교육에서 학생들의 창의력은 말살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위스의 IMD(국제경영개발원)에서 내놓은 '99년도 국가 간 경쟁력 평가를 보면, 우리 나라 대학교육의 경쟁력은 47위로서 부끄럽게도 평가대상 국가 중 최하위를 차지하였다. 또한 과학기술부문의 논문발표 수(과학논문인용색인 SCI 게재 논문 수)를 보더라도 국내 최고의 서울대학교가 세계에서 '99년에는 73위, 2000년에는 55위를 차지하여, 아직도 선진국의 일류대학에 많이 뒤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과도한 대학입시 경쟁이 학생들의 창의력을 말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1세기 디지털 문명의 혁명적 변화를 예언한 "Being Digital"이라는 유명한 책의 저자인 Nicholas Negroponte 미국 MIT 대학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당신들은 교육분야에서 극히 위험한 길을 걷고 있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교육의 길 대신 주입식 암기 교육에 극단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하여 따끔한 충고를 하고 있다.
대학 및 초중등 교육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논의에서 서울대학교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초중등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과열된 대학입시 경쟁의 근본 원인은 획일적으로 서열화되어 있는 대학 체제이고, 이 서열의 정점에 서울대가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서울대학교는 대학입시 제도를 통하여 초증등 교육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또한 서울대의 많은 제도와 관행이 한국 대학들의 벤치마킹(bench-marking) 대상이 되고 있어 다른 대학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
이러한 서울대가 최근 언론 등을 통하여 많이 알려지고 있듯이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서울대학교 교수협의회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대 교수들의 84%가 "서울대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느끼고 있고, 그 주요 원인으로 "건실하고 일관된 교육정책의 부재"와 "교육부에 의한 대학의 자율성 침해" 등을 들고 있다. 또한 5월에는 인문·사회·자연대 교수들이 "서울대에서 기초학문이 고사 위기에 있으며, 이 위기가 계속된다면 총장 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집단성명서를 발표한 일도 있었다.
이와는 별도로 서울대 물리학부의 장회익 교수는 지난 4월 교수신문을 통해 "지금 한국의 교육상황은 극단적 혼란과 위기에 처해 있고 그 원인은 우수 학생의 서울대 편중 현상인 만큼, 서울대는 한시적으로 학부학생 선발을 중지하는 대신 다른 국립대의 학생들을 개방적으로 교육하자"는 "국립대 개방안"을 내놓아 학내외에 파문을 일으켰다. 이러한 제안은 그 동안 서울대 외부에서 간간이 제기되어 온 서울대 폐교론에 대한 서울대 내부 인사의 최초의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그 동안 "서울대는 BK21 독식에 따른 대학별 부익부 빈익빈의 최대 수혜자" (전국대학교수회)이며, quot;서울대의 내부 경쟁력은 다른 대학보다 뛰어나지 않은데, 우수한 학생들을 입도선매함으로써 불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남대 高 某 교수, 시사저널 '01년 5월)는 등의 비난을 받아 왔고, 특히 "서울대가 학벌사회 고착의 주범이며, 대학서열화의 최 정점에 있으므로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서울대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장 교수의 제안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서울대 나름으로의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긴 안목으로 보면 이러한 진통은 서울대가 자기 정체성(正體性)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고, 그러기에 어찌 보면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다. 사실 과거에는 서울대가 적어도 국내에서는 압도적인 권위와 지위를 가지고 있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조차 못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학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몇몇 분야에서는 다른 대학의 도전을 받고 있고, 특히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외국 대학들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서게 되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예를 들어 조기 유학이 확산되면서 우수한 중고교 학생들이 서울대학으로 진학하기보다 외국 대학으로 직접 유학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많아졌고, 몇 년 전에는 서울 공대에 수석 입학한 학생이 다른 대학 한의학과로 진학할 의사를 내비쳐 교수들이 설득에 나선 일도 있었다. 이러한 일들은 서울대 교수들에게 사회와 시대의 변천에 따른 변화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었으며, 더불어 서울대의 바람직한 변화 방향과 자기 정체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만일 이 과정을 통해 서울대가 국가와 민족의 요구에 부응하는 역할을 슬기롭게 찾아가면 우리 나라의 대학과 교육을 정상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반대로 집단이기주의와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면 서울대는 물론 우리 나라 대학교육의 정상화에도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러면 바람직한 서울대 개혁의 방향은 무엇일까? 이것은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개혁 방향과 일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나라 대학의 경쟁력이 뒤진 원인이 대학 내, 대학간의 경쟁 부재임을 생각하면, 실질적인 대학간의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서울대가 지금처럼 모든 분야를 백화점 식으로 나열하고 인재를 독점해서는 대학간에 진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고, 따라서 우리 나라 대학들의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은 향상될 수 없다.
서울대가 국내에서는 "지원을 독식한다"고 하지만 예산은 선진 외국대학의 1/10에 불과하고, 과학기술분야 발표 논문 수는 세계에서 50위권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서울대학교가 모든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므로, 하루 빨리 특성화를 이루어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 내부의 학문간 경쟁도 이루어져 전체적인 교육과 연구 수준이 향상될 것이다.
서울대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과정에는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역할 분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대학 교육에는 국가와 사회의 필요한 인재양성이라는 공공적인 기능도 있고, 개인의 능력 개발이라는 개인적인 면도 있다. 이 중에서 국가가 지원하는 국립대학에서는 마땅히 공공적인 면을 중시해야 될 것이다. 따라서 서울대는 민간과 시장의 지원이 어려운 분야 (예를 들어 기초학문과 국학, 투자가 많이 필요한 첨단 이공계 분야) 위주로 정예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시장의 수요가 많은 분야는 사립대학에서 주도할 수 있도록 과감히 역할 분담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구조 조정을 통해서만 서울대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고, 또한 대학별로 특성화가 이루어져 국내 대학끼리 선의의 경쟁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또한 서울대는 모든 인재를 독점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학부를 줄이고 다양한 입시 선발 기준을 과감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초중고 교육은 너무나 대학입시 위주의 주입식이어서, 독창적인 탐구 능력을 배양하는 것은 외면한 채 기존 지식을 암기하고 습득하는 데에만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사회,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창의력과 유연한 사고 방식이 몇 개의 지식을 더 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정보혁명은 과거의 산업혁명보다도 더 급격히, 더 심하게 인간 삶의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환기에는 과거의 지식에 집착하는 경직된 사고 방식으로는 적응하기 어렵다. 하루 빨리 학생들을 창의력을 말살하는 주입식 입시 교육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하고, 서울대가 이러한 변화가 일어날 토양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서울대가 이와 같은 변화를 주도할 자생적인 힘이 있느냐는 점이다. 대학의 특성상 외부에서 변화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효과적이지도 못하다. 그러나 84%의 서울대 교수들이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자발적으로 중점 육성분야를 지정하여 특성화하려는 가시적인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교수들의 직선으로 선출되는 총장이 일부 구성원의 희생과 기득권 포기가 요구되는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현재와 같은 대학의 의사결정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불행하게도 서울대의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서울대 개혁은 우리 나라의 교육 위기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과제이다. 비전 있는 지도자의 책임 있는 리더십이 아쉬운 때이다.
오세정(비전@한국 공동대표,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
출처 - 비전@한국홈페이지 회원칼럼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