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 환상버려야
	2002-07-27
복제인간 환상버려야 최근 외국의 일부 과학자들이 인간복제 실험에 착수했으며 그 중 일부는 금년 내에 복제 아기가 태어날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급기야는 국내의 대리모에게 복제 배아의 착상을 시도했다는 믿을 수 없는 발표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이 분야에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과학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복제 인간을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일로 생각할 것 같아 걱정이다. 또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일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고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복제건, 동물복제건 현재의 기술로 복제 생명을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우선 고도의 전문지식과 기술의 축적이 있어야 하며, 의사를 포함한 다수의 과학자 그룹이 참여해야 한다. 각종 고가 장비와 실험 시설도 필요하다. 더욱이 복제과정에서 많은 수의 난자가 공급돼야 하는 게 필수적이다. 여러 종류의 동물복제 실험을 해온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한 동물종에서 복제에 필요한 조건을 확립하는 데만 수천, 수만개의 난자가 필요하다. 복제된 배아가 대리모에 착상된 이후에도 30∼70%의 태아가 죽거나 유산된다. 출산 전후에서의 사산(死産)도 빈발한다. 따라서 한 복제 인간이 태어나기까지는 적어도 수만개 이상의 난자가 소요되는 셈이다. 불임전문 산부인과 의사들의 견해로는 여성에게 아무리 과(過)배란을 유도하는 호르몬 주사를 줘도 이용 가능한 난자는 겨우 열개 남짓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한 개의 복제 배아를 자궁에 착상하는 데만도 수백명 이상의 젊은 여성들이 동원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기간만 해도 몇 개월 이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수백명의 난자 제공 여성들, 대규모 연구진들, 10억원 이상의 경비와 넓은 실험실 등이 필수 요건인 복제 실험이 어느 국가에서든지 전문가들조차 모르게 진행될 수 있을까? 더욱이 생명공학자들끼리 밀접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태어난 복제 생명체 중에는 심장·간·허파 등 각종 장기에 심각한 기형이 관찰된다. 심장의 벽에 큰 구멍이 뚫려 있거나, 간장의 크기가 정상 개체에 비해 4∼5배로 커진 경우도 나타나며, 뇌에도 기형이 종종 관찰된다. 심지어 폐의 기능이 거의 작동하지 않아 태어나자마자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비참하게 죽음을 맞기도 한다. 이처럼 동물복제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그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이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도 극히 일부의 실마리밖에 찾아내지 못한 수준이다. 따라서 지금 혹시 일부에서 영화에서나 본듯한 복제 인간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다면, 당장 버려야 할 것이다. 이런 어려운 고도의 정밀 과정을 거치면서도 과학자들이 복제 연구를 하려는 것은 우량 유전자를 지닌 동물에서 양질의 축산식품을 값싸게 공급하거나, 이런 동물들을 통해 귀중한 약리물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함이다. 또 복제 기술을 통해 암·치매 등 난치병 치료의 열쇠인 줄기세포를 만들려는 것이다. 줄기세포는 복제된 배아 중 일부 세포덩어리를 떼어내 만드는 것으로, 이를 잘 배양하면 신경조직·뼈·간조직 등을 만들 수 있는 세포를 말한다. 하지만 생명복제가 선행된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논란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복제 기술은 사회 구성원의 지지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아울러 건전한 생명과학만이 시민사회의 지원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인간복제 시도는 과학이라는 미명하에 저질러지는 범죄행위와 다를 바가 없으며, 건전한 생명과학기술을 악용하는 행위이다. 최근의 무모한 인간복제 시도로 일반 대중의 우려는 증폭되고, 이로써 선량한 생명과학 연구에까지 악영향을 받을까 걱정이다. 생명복제 기술이 추구하는 것은 인류 행복의 증진이지, 인간의 존엄성 파괴가 아니다. 黃禹錫 (서울대 교수·수의학) 출처 - 조선일보 2002. 7. 2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