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資質
	2002-07-25
지도자의 資質 지도자는 꿈을 가져야 한다. 꿈은 미래의 설계다. 어떤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지를 알아야 남들이 그 꿈을 보고 따를 수 있다. 꿈이 없는 사람, 꿈을 남과 나눌 수 없는 사람은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허황된 꿈, 이기적인 꿈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내놓는 사람도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도자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과 성의를 가져야 한다. 지식도 실천능력도 없으면서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꿈을 환상이라 한다. 객관적으로 보아 실현 가능성이 없는데도 본인은 가능하다고 믿는 수가 있다. 이런 꿈을 망상이라고 한다. 햇볕정책이라는 망상에 집착해 온 지도자들 때문에 나라의 근본이 흔들리고 국민들이 고통을 겪어온 것을 우리는 그동안 잘 지켜보았다. 꿈은 누가 보아도 실현 가능해야 남들이 그 꿈을 나누어 가지고 따른다.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인격을 갖춘 자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자기 잘못을 남에게 돌리고 거짓으로 책임을 면하려는 자가 지도자가 되면 따르는 사람이 피해를 본다. 그리고 그런 지도자를 국민들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민주정치에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잘못된 지도자를 만나면 나라나 회사나 단체나 그 구성원들이 고단해진다. 구성원의 단합도 어려워진다. 나라나 단체의 장래보다 자기의 사사로운 눈앞의 이익 증대에 꿈을 건 지도자를 만난다면 어찌 그런 지도자를 따를 수 있겠는가? 이신작칙(以身作則)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지도자가 될 수 있다. 국민이 맡겨 준 공권력을 친지와 가족 등의 치부 수단으로 쓰는 정치지도자 밑에서 국민들의 단합을 기대할 수 없다. 지도자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야 신뢰가 생긴다. 축구시합이 끝나고 럭비시합이 시작되었는데도 아직 축구규칙만을 고집하는 우둔한 사람들이 있다.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 국제정치 무대에서 아직도 지나간 시대의 원칙만을 내세우고 엉뚱한 정책을 고집하는 무지한 정치지도자들 밑에서 어떻게 나라가 발전하겠는가? 장관들이 모여 합의해 놓은 일을 서로 모른다고 잡아떼는 무책임한 지도자들을 어떤 국민이 믿겠는가? 2주일 후에 국회의원 재선거와 보궐선거를 하게 된다. 이 선거에서 지도자를 선출하는 국민의 권리행사가 있게 된다. 여기서 주권자인 국민들이 바른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파렴치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치지도자가 또 생겨난다. 잘못 뽑은 국민이 잘못 뽑힌 지도자를 나무랄 수 있겠는가? 유권자가 철저한 검증을 해보고 바른 판단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무자격자가 지도자로 나서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후보가 어떤 꿈을 가진 사람인지 우선 철저히 따져 보아야 한다.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분인지 아니면 자기 친지, 자기 가족, 자기 패거리의 이익을 앞세우는 사람인지 가려야 한다. 다음으로 능력을 따져 보아야 한다. 국회의원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바로 수행할 만한 지식과 경륜을 갖추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가정책을 결정짓는 사람들이다. 동네사람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무능한 사람을 선택한다거나 나와의 친분을 앞세워 모자라는 사람을 뽑는다거나 하면 오늘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심한 의회정치를 영원히 탈피할 수 없게 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무책임한 사람을 뽑아서는 안 된다.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사람을 지도자로 선택하면 오늘의 정치파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8·8 재·보선은 국회의원 몇 명을 뽑는 단순한 선거가 아니다.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을 검증하는 국가적 행사이다. 앞으로 있을 선거의 질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정치시험이다. 이번 선거에서 성숙된 민주국민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이 진정한 정치를 이 땅에 가져오는 첫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우 (서강대 교수·정치학) 출처 - 조선일보 2002. 7. 25 아침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