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경기장 활용 이렇게
	2002-07-24
월드컵경기장 활용 이렇게 한·일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지자체들은 경기장 활용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월드컵 경기장의 용도는 매우 제한적인데 연간 운영 경비가 30억∼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까닭이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경기장 활용 방안을 수익성 제고에 역점을 두어 식당·할인매장과 같은 다양한 부대 수익 사업을 구상하고, 이를 민간 위탁 사업으로 추진하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안들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수월하게 경기장에 갈 수 있고, 공원과 같은 경기장 주변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각 사업에 대한 풍부한 배후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 월드컵경기장과 같이 대도시 주변에 조성된 것들은 수익성 확보 대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나, 그렇지 못한 경기장들은 사업자 선정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드컵 경기장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방안 수립의 접근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무리한 수익성 제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경기장의 공공성을 최대한 높여 이를 지역문화 체육활동의 전당으로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월드컵 경기장은 지역 주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공재이다. 공공재는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간접적 이익을 창출하는 ‘외부 경제 효과’를 더욱 크게 만든다. 다시 말해 경기장을 주5일 근무제나 노령화 추세 등에 발맞추어 무상으로 생활체육시설·전시실·공연장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초·중·고교생 등의 교육 시설 등으로 적극 개방할 경우에 지역 주민들의 건강이 증진되고 생활 만족도가 높아져서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도움을 주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무형의 경제적 실익은 계산상 연간 운영 경비를 충당하고도 남을 것이다. 더 나아가 경기장 사용 인구가 늘수록 이를 기반으로 수익성을 창출할 가능성도 커진다. 지방 재정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최소한의 운영 경비라도 충당하려면 민간의 창의성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익 사업 부문을 정부가 정한 후 이를 사업장별로 민간 사업자에게 할당하는 정부 주도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일본 등에서처럼 모든 사업 일체를 민간에 위탁하여 민간 사업자 스스로 사업 계획을 수립·추진하도록 하거나, 민·관 합작의 별도 법인과 같은 이른바 ‘제3 섹터’에 의한 운영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참여 업체에 대한 금융·조세상의 한시적 혜택을 주거나, 사업 추진상의 제반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 또한 경기장의 수익 사업은 ‘도시 마케팅(City Marketing)’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 이는 다른 지역과 비슷비슷한 사업 계획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보다는, 각 도시의 이미지를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이에 맞추어 특화된 수익성 확보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다. 즉, 어떤 지역의 특성화된 이미지 중의 하나가 섬유 산업과 같은 특정 업종에 있다면, 경기장 부대 시설을 온통 섬유 산업의 종합 매장으로 구성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월드컵의 역사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다. 이의 한 예가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전설적 업적의 증거이자 상징물인 월드컵 경기장의 ‘명칭 사용권(Naming Right)’ 등을 기업이나 지역 유지들에게 매년 일정액을 받고 대여하는 것이다. 또 붉은 악마들의 자발적 응원 정신을 살려 ‘월드컵 경기장 서포터제’를 추진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기업, 시민 단체, 개인들을 대상으로 회원 제도를 만들어 일정 경비를 갹출하고 이들에게 기업 홍보, 장소 사용, 경기 관람의 우선권을 주는 것이다. 월드컵 경기장을 보다 본래 목적에 맞게 활용하면서 수익성을 최대한 올릴 수 있는 첩경은 결국 국내 축구를 활성화하는 길뿐이다. 다행히 7월부터 시작된 국내 프로축구 경기인 K리그에 연일 수만명의 관중이 몰리고 있다. 월드컵 특수에 의한 반짝 경기라는 일부의 우려를 씻고 축구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동북아시아 프로축구 리그 창설, 국내 프로축구 기술의 선진화와 운영의 다양화, 유소년 축구 활성화와 같은 축구계의 숙원을 풀어야 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미시경제실장) 출처 - 문화일보 2002. 7. 2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