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약값도 시장원리대로
	2002-07-23
보험약값도 시장원리대로 현 정권이 어설프게 개혁한 건강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은 국민에게 불편만 가중시키고,1년에 4조원 정도 비용 부담도 더 지우게 하는 실패한 정책이 됐다. 왜 이러한 결과를 빚게 됐는지 의약분업에 한정시켜 문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수가만 올린 실거래가制 먼저 의약분업 이전의 상황을 보면 제약회사는 출하가격을 신고제로 자율 책정했다. 여기에 도매마진을 3.43~5.15% 범위에서 부가해 이를 보험에서 상환(償還)하는 고시가(告示價)로 했다. 제약회사의 출하가격이 자율 책정됐기 때문에 여기에 많은 융통성이 있어 병.의원은 고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약을 구매할 수 있었다. 반면 보험공단으로부터는 고시가로 상환받음에 따라 병.의원은 약가 차액을 마진으로 얻게 됐다. 약가 차액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의약분업을 촉발했다. 병.의원은 보험수가가 낮기 때문에 약가 차액이 교차보조기능(경제주체간의 이윤 이동이 정부의 보조금과 유사기능을 하는 것을 의미)을 해 낮은 의료수가에서도 병.의원이 도산하지 않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가급적 약의 구입을 저가로 하고 또한 약가 차이가 많은 약을 사용코자 했다. 반면 정부는 고시가 이하의 구매를 불공정 거래로 간주하면서 고시가의 86%를 거래 하한선으로 정하고 그 이하의 거래에 대해서는 경고나 약가인하 조치를 취했으며 이러한 거래를 의약분업으로 뿌리뽑겠다고 생각했다. 의약분업에 앞서 정부는 구입가와 고시가(보험상환가격)간의 차이가 있으면 병.의원이 의약분업에 동조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 보험에서의 상환을 실제 구입가격으로 하겠다는 실거래가 제도를 택했다. 의약분업과 함께 실거래가 제도를 택하게 됨에 따라 세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첫째는 병원이 약을 싸게 구입할 동기가 없어져 정부가 정한 실거래 상한가(上限價)로 구매하게 됐다. 둘째는 병.의원이 교차보조를 받을 곳이 없어진 관계로 분업 후에는 과거의 교차보조 만큼 수가를 인상하게 됐다. 셋째는 의사들이 의약분업 전에는 비싼 약을 사용하면 그만큼 진료비가 높아 환자들을 빼앗길 우려 때문에 저가약을 사용했지만, 분업 후에는 약은 약국에서만 다루기 때문에 환자를 잃을 염려가 없어져 고가의 오리지널약 처방이 늘었다. 어설픈 의약분업이라는 개혁이 보험재정만 결국 악화시켰다. 이제 해결책을 생각할 때다. 제약회사가 출하가격을 자율 책정케 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렇다면 수요자도 가격결정에 관여할 수 있어야 시장원리에 부합한다. 그런데 실거래가 제도는 수요자가 참여할 길이 없다. 고시가 제도로 환원하든 약값 재평가제를 실시하든 약값 결정에 수요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다국적 기업의 약이라도 예외가 없다. 과거 고시가제에서 제약회사가 저가로 납품했다는 것은 출하가격 책정이 높았음을 의미한다.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선진국들은 보험약값의 상환을 위해 고시가 제도를 택하고 있다. 고가약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참조가격제가 바람직스럽다. 참조가격제는 약가 결정제도가 아니라 효능이 같은 약에 대해서는 보험 상환액에 상한을 정해 지불하는 제도인데 참조가격 이상의 고가약은 환자 부담이 높아져 고가약 처방 의사를 기피하게 된다. 가격결정에 수요자 참여를 시민단체에서는 환자 부담을 이유로 반대하지만 현재와 같은 본인부담정률제 아래서 고가약을 처방받으면 그만큼 보험에서 많은 금액을 상환받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저가약을 처방받는 사람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 참조가격제는 이러한 문제를 불식시키면서 보험재정의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보험재정의 안정화가 이뤄져야 의료수준의 향상도, 서비스 범위 확대도 가능하다. 독일.네덜란드.덴마크 등에서도 이미 참조가격제를 채택했다. 다국적 기업도 판촉을 위한 로비나 기타 활동에 대해서는 국내 제약회사와 같은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건강보험재정을 보호하기 위해 고려하는 제도에 대해 간섭하거나, 국내 기업과 동일한 조치에 대해서까지 반발한다면 그것은 통상문제와는 별개로 기업 활동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 비판받을 것이다. 이규식 (연세대 보건환경대학원장) 출처 - 중앙일보 2002. 7. 2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