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SOFA 재개정 협상
	2002-07-22
시급한 SOFA 재개정 협상 친구 생일잔치에 가던 여중생 2명이 지난 6월 13일 주한 미군 2사단 소속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지 1개월이 넘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한 명확한 진상 규명과 가해자 처벌이 미군측의 무성의로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개정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tatus of Forces Agreement·SOFA)에서도 살인범인 미군을 한국 법정에 세우는 일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2001년 개정 SOFA에서 형사관할권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고 하지만 이번에 여중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압사한 사건의 수사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개정 SOFA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각 영역에서 ‘일단’ 부분적 개선은 됐으나, 시민단체가 그 동안 주장했던 근본적인 개정 수준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첫째, 개정 SOFA는 형사관할권 분야에서 피의자 신병인도 시기를 종전의 최종 판결 후에서 기소시점으로 앞당겨주고 살인과 강간의 현행범인 경우에는 계속구금권을 인정했다. 그러나 1심에서 무죄가 난 경우 검사가 항소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나, 변호사도 아닌 단순한 미군 관리를 수사 및 재판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규정, 그리고 기소후 한국 수사 당국의 심문금지와 같은 독소규정 등은 전혀 손을 대지 않음으로써 미군 피의자의 인권 보호에 두터운 보호막을 쳤다. 그런데 이런 개정 SOFA의 문제점이 이번 여중생 사망사건을 통해 드러남으로써 개정SOFA가 한국의 형사사법 주권을 과거 SOFA보다 더 침해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실증된 것이다. 둘째, 시설 및 구역 분야에서도 근본 정책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시설 및 구역의 효력 기간 및 임대료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다. 이러한 미약한 개정으로는 매향리와 같은 문제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미·일 SOFA 협정은 위험한 무기 반입시나 군사작전시 반드시 접수국과 사전에 협의하거나 통고하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셋째, 민사청구에서 종전의 복잡한 청구절차를 간편화하고 구체화한 점은 일부 개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보전 절차에 명시적 규정이 없고 비공무행위시 피해자의 치료비 부담문제 등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넷째, 노무 조항에서 종전의 ‘군사상 필요에 의한 임의 해고’에서 ‘군사상 필요’의 내용을 구체화한 점은 일부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 대표가 배제된 합동위원회에 전권을 부여한 점과, 그 결정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해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개정 내용이 무의미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다섯째, 미군 기지내 시설 건축시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하고, 더 이상 사용할 필요가 없는 미군 기지의 반환을 위해 합동 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은 개선된 점이다. 그러나 현행 시설 및 구역의 공여·관리·반환이 형식적으로는 양국이 합의해서 정한다고 하면서 사실상 미국측에 의해 정해지거나 비공개의 합동위원회에서 불합리하게 결정되도록 되어 있다. 여섯째, 통관·관세·과세·비세출기관 등에서는 어떤 명시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앞으로 개정해야 할 주요 과제와 기간을 정하는 수준에서 합의를 했다. 그런데 그것도 협정 개정이 아닌 ‘회의록’ 수준에서 합의를 한 데 불과하다. 일곱째, 환경 조항의 신설은 최초라는 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그 내용의 실효성에는 문제가 많다. 즉, 한국 환경법 적용 및 조사권, 긴급조치 의무 등을 명문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경 오염과 기름 유출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여덟째, 불평등성을 지닌 SOFA의 모법인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재검토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래서 2001년 한·미 SOFA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의 괄목할 만큼 변화된 정세와 평등한 양국관계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어떤 부분은 개정이 아니라 개악된 부분도 있다. 우리 정부는 시민단체의 재협상 요구를 겸허하게 수렴하여 미국측에 SOFA의 재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과대학 학장,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02. 7. 2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