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主山에 굴을 뚫다니
	2002-07-20
한국의 主山에 굴을 뚫다니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서 산줄기에 따른 풍수지리설이 많다. 풍수지리는 토속신앙처럼 국민의 생각 속에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조상의 묏자리와 집터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풍수지리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태백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은 호랑이의 척추와 같아서 한반도는 남북으로 갈라져서는 안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또한 왕릉이나 궁궐의 위치를 역사와 연결시키는 풍수지리도 많이 알려져 있다. 특히 조선조 초에 서울에 도읍을 옮기면서 경복궁의 주산을 인왕산으로 또는 북한산으로 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무학대사와 정도전 사이에 논쟁이 있었으나, 결국 북한산을 조선왕조의 주산으로 결정했다. 일제시대에 일본사람들은 이러한 한국의 풍수지리에 따라서 한국의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서 한반도 곳곳에 있는 산맥의 혈에 쇠말뚝을 박아서 산의 맥을 죽이거나 산의 중요한 곳에 웅덩이를 파서 산의 기가 흐르는 것을 막았다. 일본사람들이 한국의 민족정기를 죽이려는 이유는 백두대간에 쇠말뚝을 박아서 호랑이 척추가 힘을 못쓰게 하고 한반도에서 산의 정기를 받은 큰 인물이 태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것은 일본이 한국점령을 영구화하려는 것으로 10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풍수지리이다. 우리는 해방 이후에 오늘날까지도 일본사람들이 산에 박아놓은 쇠말뚝을 뽑아 내면서 일본사람들의 행위를 비난한다. 또한 민족정기를 되찾기 위해 경복궁 안에 있던 옛 총독부건물인 중앙청을 헐고 경복궁의 옛 모습을 되살리고 있다. 풍수지리는 과학적으로 증명하지는 못한다. 풍수지리는 한국문화이며 한국의 문화과학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일본사람들이 하였던 것과 똑같이 민족문화를 무시하고 민족정기를 끊으려고 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이 넓어지면서 북한산 북쪽에 있는 북한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순환도로를 건설하려고 한다. 특히 계획된 순환도로는 북한산 국립공원을 잘라놓을 뿐만 아니라 북한산을 가로지르는 굴을 뚫어서 지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해서 환경단체들과 특히 불교계에서 반대하면서 순환도로를 북한산 국립공원을 돌아가도록 계획을 바꾸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공사기간 단축과 비용절약을 이유로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 도로계획을 둘러싸고 생겨난 갈등은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당국은 공사기간 단축, 비용절감, 환경보호 등은 논쟁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이 순환도로가 굴을 뚫고 지나가면 민족정기를 자른다. 북한산에는 조선왕조의 임금이 자리했던 경복궁과 오늘날에는 한국의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는 청와대 행정부가 있다. 이것은 풍수지리로 보면 북한산의 정기를 받고 있다. 따라서 북한산은 우리나라의 주산이다. 이러한 북한산에 굴을 뚫고 도로를 낸다는 것은 백두대간에서 북한산에 이어지는 민족정기를 자르는 것이다. 풍수지리는 우리의 민족문화이다. 과학적인 증명 여하를 떠나서 민족의 정신세계는 살아있어야 한다. 북한산 순환도로계획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 김우현 (경북대 교수·정치학) 출처 - 조선일보 2002. 7. 2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