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력 개선대책의 한계
	2002-07-19
외국인력 개선대책의 한계 정부가 17일 발표한 ‘외국인력제도 개선방안’의 특징은 외국인의 합법적인 활용은 허용하되 불법취업은 엄격히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핵심 내용은 이미 많은 외국인력이 불법취업하고 있는 서비스업종에 대해 외국국적 동포에게 취업을 허용하는 ‘취업관리제’를 새로 도입·운영키로 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불법취업 외국인력은 1998년 10만명 수준에서 올 3월 현재 26만6000명에 이르고 있어 더 이상 불법체류 외국인력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게 됐다. 이번 개선안은 이런 배경에서 마련됐다. 지금까지 정부는 비숙련 외국인력을 근로자 신분으로 고용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해 왔다. 이런 점에서 주로 중국동포 등이 불법 취업하고 있는 서비스업 분야에 한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외국국적 동포에게 합법적으로 근로자 신분으로 취업하는 것을 허용한 것은 적잖은 의의가 있다. 단순 기능 외국인력 정책에서 새 전환점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선방안이 그동안 안고 있던 외국인력 정책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데는 몇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외국인력을 값싸게 활용하기 위해 도입된 산업연수생제도가 그간의 여러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 개선 없이 오히려 확대됐다는 점이다. 산업연수생제도는 그동안 외국인력을 사실상 근로에 종사하게 하면서도 연수생이라는 이유로 노동관계법상의 보호를 제대로 해주지 않고, 불법취업자에 비해 낮은 수당으로 인해 연수생이 연수사업체를 이탈해 오히려 불법취업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도 이러한 비판을 고려해 그동안 산업연수생의 정원을 확대하는 데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산업연수생 정원을 오히려 확대함으로써 산업연수생 제도에 대해 국내외에서 제기되어 온 비난을 앞으로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둘째, 장기적인 인력수급정책 및 산업정책적 관점의 고려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불법취업 외국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소기업이 외국인력을 원활하게 고용할 수 있는 합법적인 길을 터줘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합법 취업한 외국인은 국내법에 따라 보호해 주는 한편, 산업정책과의 연계하에 비숙련 외국인력의 수요를 점차 줄여나갈 수 있다. 서비스업 분야에 취업관리제를 도입한 이번 조치는 중국동포 등의 과다유입에 따른 국내 근로자의 일자리 잠식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원리에 입각하여 외국인력 수요를 적절히 통제해 나갈 제도적 장치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은 앞으로 보완이 필요하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볼 때 이번에 발표된 외국인력제도 개선방안은 외국인력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라기보다는 과도기적인 대책이다. 불법취업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노동시장의 인력수급 불균형에서 기인한다.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라 국내 근로자의 3D 직종 취업기피현상이 나타나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인력난이 심화돼 왔다. 따라서 외국인력의 고용은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월드컵 이후 국가 이미지가 고양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외국인의 편법고용으로 인한 국가 이미지 훼손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외국인력을 정당하게 고용하고 보호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柳吉相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 출처 - 조선일보 2002. 7. 19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