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的자금 책임자 가려라
2002-06-28
公的자금 책임자 가려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공적자금의 성과 평가와 향후 상환계획에 관한 정부 방안이 발표되었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공적자금은 투입된 비용에 비해 월등히 큰 성과를 거두었다. 공적자금 156조원의 44.2%인 69조원이 회수불능액으로 예상되었으며, 이를 금융기관과 재정이 각각 20조, 49조원을 부담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정부는 이렇게 되면 공적자금의 부담을 현 세대가 모두 부담함으로써 후대에 부담을 지우지 않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그 동안 각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공적자금의 회수불능액에 대해 처음으로 정부가 추계액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공적자금관련 채권을 정부보증채권에서 국채로 전환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표면적으로 국가부채의 규모를 줄이기 위해 더 이상 편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향후 공청회를 거쳐 다소의 수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회수불능액에 대한 상환대책에 대해 공론화를 시도하였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발표는 공적자금문제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논란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먼저 정부 발표를 그대로 믿는다고 하더라도 회수불능액이 69조원에 달한다. 공적자금을 최초에 조성할 당시에 정부는 공적자금은 관련 채권 및 주식 매각 등을 통해 대부분 회수가 가능하다고 국민들에게 설명하였었다. 그런데 지금은 회수불능금액이 무려 69조원으로 예상된다고 하면서도 최초의 예상과는 달리 왜 이렇게 엄청난 회수불능액이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렇게 막대한 부담을 국민에게 부담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있는 당국자 중에서 그 누구도 여기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는 마치 지금 발표한 회수불능액이 나중에 가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때를 대비하여 이번 기회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전통을 세우려는 것 같아 보인다. 다음으로 공적자금의 성과가 과대하게 포장되어 있을 가능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극단적인 불황이 방지되었고 이에 따라 지난 4년간 연평균 150조원의 GDP 증대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2001년 경상 GDP가 545조원임을 감안하면 이의 27.5%에 해당되는 GDP 증대효과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성과는 과대추정하고 있는 반면 공적자금의 규모나 관련된 비용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예보나 자산관리공사에 공적자금관련 채권이자지급을 위해 대출하였던 18조원은 전액 회수를 하지 않기로 하였다. 이 역시 회수불능 공적자금이라고 보아야 한다. 회수불능 예상금액 69조원의 이자비용이나 향후 69조원을 공적자금의 상환에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발생될 기회비용 등도 모두 공적자금의 비용으로 포함하여야 한다. 공적자금의 부담내용과 상환대책에 대해서도 좀 더 솔직한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방침대로 따른다고 하더라도 예금보험료 인상이나 재정부담도 결국 최종적으로는 국민들의 부담인 것이다. 정부의 재정부담방안도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보여진다. 조세감면 축소나 에너지 세제 개편은 정부가 재정수입을 증대시키는 방안으로 줄곧 약방의 감초처럼 제시하던 진부한 대책들이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 중에 재정지출의 엄정한 관리를 통해 세출을 줄이겠다는 말처럼 공허하게 들리는 대책도 없다. 차라리 솔직하게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향후 상당한 기간은 재정에서 공적자금을 상환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국가발전을 위해 써야 할 재정이 희생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필연적으로 후대에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는 공적자금에 대해서는 자금의 조성, 집행, 상환 계획 등의 전 과정에 대해 정부주도의 공청회 뿐 아니라 국회 차원의 심도 있는 조사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책임 있는 관련자에게 적절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회수가능액과 불능액은 정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객관적인 주체를 통해 재산정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회수가능금액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불능액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국채로 상환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 출처 - 조선일보 2002. 6. 2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