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자금 이자만 손실분담을
2002-06-21
公자금 이자만 손실분담을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금융 구조조정을 위해 160조원이나 되는 공적 자금을 쏟아부었다. 급박한 사정 때문에 손실분담 원칙을 생각할 겨 를도 없이 그 많은 돈을 지출한 것인데 회수율이 50%를 넘기 힘들 것 을 고려하면 80조원 이상을 누군가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 세금으로 이를 충당하면 조세저항이 염려되기 때문에 공적자금 의 수혜자인 금융기관에 그 비용을 분담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 그러나 손실분담 주체를 결정하기에 앞서 과연 손실총액을 단기간에 다 갚아야 하는지부터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확정된 손실분을 국채로 전환한 후 원금은 만기 연장을 하는 동시에 이자에 대해서만 손실분담 원칙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손실분을 국채로 전환한 후 만기를 연장하면 미래세대에 공 적자금 손실의 일부분이 전가된다. 미래세대도 외환위기 극복의 혜택 을 보았으니 손실분담에 동참해야 하기 때문에 국채 전환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법인세, 소득세, 금융기관 특별보험료 등 어떤 형식으 로든 10, 20년 안에 현 세대가 80조원에 이르는 손실총액을 모두 갚 아야 한다면 조세부담률 급증으로 현 세대의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다. 그 결과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미래세대가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 선진국에서도 전쟁 등으로 인해 정부 지출이 일시적으로 크게 늘어 나면 세율을 올리기보다 국채 발행을 통해 비용의 일부를 미래로 전 가시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공적자금 손실분을 장기 국채로 전환한 후 이를 잘 관리하면 채 권시장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외환위기 이전 한국의 국채 시장은 이름뿐인 시장에 불과했다. 건전재정을 강조한 결과 국채가 소규모, 비정기적으로 발행되었기에 국채 유통시장이 제대로 형성될 수 없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공 적자금 조성과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 발행량이 늘어나면서 국채시장 은 크게 활성화되었다. 그런데 향후 건전재정 기조가 자리잡아 국채발행량이 줄어들면 외환 위기 이후 공을 들여 발전시킨 국채시장이 다시 침체될 위험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공적자금 손실분을 국채로 전환한 후 만기 연 장 과정에서 국채를 정기적으로 발행함으로써 국채시장 활성화에 도 움을 줄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에 공적자금 손실분을 전가시키는 방안은 정치적으로는 매력 적이지만 이론적으로 합리화하기 어려운 편법이다. 금융기관 부담이 란 곧 금융기관 주주의 부담을 뜻한다. 부실 금융기관의 구 주주가 공적자금 덕분에 재산을 보전했다면 마땅 히 이들이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금융기관 주주는 공 적자금이 투하된 후 주식을 매입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금융기관이 정상화되면 공적자금을 갚아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었 다면 이들은 주식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금융기관의 미래가 불확실 할 때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한 이들에게 이익이 생겼다고 세금을 부 과하는 것은 결코 공평한 처사가 아니다. 또한 금융기관 주주에게 손 실분담을 강요하면 금융기관 주가가 하락할 것이고, 이로 인해 공적 자금 회수율이 낮아질 수 있다. 이러한 부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 손실분담론을 주장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금융을 독립된 산업으로 보지 않고 실물경제 발전 을 위한 수단 정도로 생각해온 과거의 관행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느 낌을 받는다. 외환위기로 인해 8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 손실분이 발생한 것은 불행 한 일이다. 그러나 이미 발생한 손실을 10, 20년 안에 갚으려 한다면 특정 세대가 과도한 부담을 지게 돼 여러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공적자금 손실분을 국채로 전환한 후 원금은 장기간 만기 연장하되 이자만 갚아 나감으로써 특정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국채시장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공적자금 손실분을 국채로 전환해도 아직 우리의 국채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지 않는 수준이다. 이미 발생한 손실분을 없애려 노력하기보다 앞으로 재정건전성이 유지되도록 늘어 난 이자부담만큼 경직성, 선심성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과 제다. 미국의 전 재무장관 해밀턴의 말처럼 정부가 빚을 질 수 있다는 사실 은 그 규모가 과도하지 않는 한 축복일 수 있음을 기억하자. 이창용 (서울대교수ㆍ한국채권연구원 이사) 출처 - 매일경제 2002. 6. 21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