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여년간의 공업화 과정으로 우리사회의 농촌공동체는 급속히 와해되었으며, 도시민들 역시 그들의 거주공간을 공동체적 터전이 아닌 생존경쟁의 각축장으로 인식하여 왔다. 이 같은 공동체 해체경향이 한국사회만의 고유한 현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이기주의·도구주의·편법주의 등으로 개인간·집단간 대립갈등을 조장함으로써 공동체 해체를 가속화시켜 왔다.
따라서 인간관계는 가일층 각박해져 가고 있으며, 그 반작용으로서 폐쇄적 연줄망을 통해 목적하는 바를 달성코자 하는 연고주의적 사고가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다. 출세하는데는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보다 집안 배경이나 친분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바로 그러한 성향을 반증한다.
지역공동체에 기반한 전통사회에서는 혈연이나 지연이 인간관계의 기초였다. 변화된 상황에 대한 동일한 원리의 적용은 많은 부작용을 야기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사회적 경쟁이나 각축이 격화되어 가는 오늘날 우리사회에서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하는 공동체 이념의 함양이 새로운 시대적 정명으로서 대두하고 있다.
新공동체주의의 논리적 배경
공동체주의는 공리적 자유주의 사상의 확산과 더불어 오랜 동안 시대착오적인 낡은 사상으로 치부되어 왔다. 하지만 1980년대를 전후해 시장논리에 입각한 新보수주의 사조가 성행한 구미지역에서는 보다 심각해지는 사회문제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서 新공동체주의(neo-communitarianism)가 대두되어 왔다.
신공동체주의란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자유주의 사상의 독소를 비판하고 인간적 유대, 정서적 친화, 도덕적 몰입 등을 강조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으로서, 그것은 익히 알려진 자유주의의 안티테제인 사회주의 혁명관이나 그 외연으로서의 사회공학적 개조주의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인간관·새로운 사회관계·새로운 사회적 운용을 역설하는 대안적 사회원리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nbsp;
신공동체주의는 현대사회의 도덕적 위기에 대한 절망감에서 발원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고성장·고효율을 지향하는 적자생존적 방안으로 활로를 모색하고자 하는 자유주의와는 달리 新공동체주의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외적 기제가 아닌 자기조절체계에 의한 인격적·사회적 통제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고전적 공동체사상과 기본 성격을 공유한다.
자유주의 對 공동체주의는 흔히 "정의냐 선이냐(right or good)?"라는 물음에 비견되는 수가 많다. 이 때, 공동체주의에서 추구되는 '선'이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개인이익의 총합으로 산정되는 공리주의적 복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운명체적 인식에 근거한 숙고·동의·참여 등을 포괄하는 심정윤리적 이상상태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유주의자들이 추구하는 공리주의적 공동선은 분할된 것들의 수렴에 의거하는 수렴재(convergent goods)로 간주될 수 있는 반면, 공동체주의의 그것은 자체가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는 공유재(common goods)로 규정될 수 있다. 따라서 신공동체주의는 효율적 수단을 동원해 개인적 복리를 추구함으로써 사회전체의 복리를 증진시키자는 도구적 합리성과는 발상을 달리하는 성찰적 합리성을 지향하며, 계약보다 자성, 타산보다 배려, 개인보다 전체, 정의보다 덕성을 더 강조한다.
신공동체주의 이념의 정수는 "도덕을 (도구)합리적으로 정당화하려는 계몽적 기획은 참담한 파국으로 끝났다"는 자유주의 사회체제에 대한 A. 매킨타이어의 선언에서 그 전형을 발견할 수 있다. 반면, 복합평등론이나 참여민주주의론을 내세우는 M. 왈저나 B. 바버의 공동체주의는 주어진 여건 하에서의 공동체적 실현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공동체주의의 범주로 분류된다.
그러나 '强弱을 불문한 모든 新공동체론은 개인적 덕성이 사회적 덕성으로 외연되려면 덕행을 생성·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는 공동체 조직의 당위성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일관성을 견지한다. 특히 바버는 복고적 공동체주의자주의자들이 주장하여온 합의공동체 모형을 배격하면서, 참여적 시민활동에 의거한 담화공동체의 육성이야말로 "德이후의 사회(after-virtue society)"로서 지칭되는 근대적 야만시대에 공존공영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시킬 수 있는 실현가능한 대안임을 역설한다.
한국사회의 공동체적 기초
장기간 비민주적 통치체제 하에서 국가주도형 성장정책을 추구하여온 한국사회에서는 서구적 의미의 시민사회가 정초하기 어려웠다고 본다. 개발독재는 시민권을 제한했고, 성장제일주의는 시민적 덕성을 억압했기 때문이다. 향후 사회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시민적 권리의식은 점진적으로 신장하였으나, 권익의식에 상응하는 책임윤리가 따르지 못함으로써 한국의 시민사회는 아직은 서구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는 성장기에 속해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시민사회의 기본모형은 크게 다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하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자율적 질서를 상정하는 공리주의적 모형이요, 다른 하나는 사적 이윤추구는 인정하되 소정의 규범적 합의도출을 전제로 하는 규범공동체적 모형이다.
그런데 철저히 공리지향적인 상황에서조차 개개인의 이윤추구는 타인의 사회활동을 저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바, 홉스적 투쟁상태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서는 타인의 존재가치를 존중하는 모종의 규범적 합의가 불가결하다고 본다. 더욱이 인간이란 원천적으로 피차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존재'인 까닭에, 인류사회에는 예나 지금이나 非공리적 가치실현을 위한 도덕적 역할이 항존한다고 본다. 더구나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억지논리 하에 과열경쟁의 열기가 충만한 우리사회에서는 공존공영의 공동체의식에 입각한 시민의식의 계발이 절실하다고 본다.
이러한 시민공동체 의식에는 ① 권리행사에는 소정의 책임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책무의식, ② 방법과 절차가 합당치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성과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과정중시적 태도, ③ 소수의 이익보다 다수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공익우선주의, ④ 불가피한 피해는 서로 공유해야 한다는 피해분담의식 등과 같은 내용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시민공동체 운동의 실천 과제
시민공동체 운동의 일차적 과제는 이기주의·도구주의·편법주의·연고주의와 같은 왜곡된 사회의식에서 파생하는 병리적 현상의 치유를 본령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국민복리를 위한 정부의 역량이나 공공자원의 한계성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공동체정신의 구현을 위한 시민운동의 역할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국가와 시민사회를 대립적 범주로 이해한 고전적 시민사회론자들은 전자를 국민의 보편적 이해관심을 추구하는 공적 도구, 후자를 국민 개개인의 이기적 욕구가 점철된 거래의 장으로서 간주해 왔다. 이 같은 관점에서 도출되는 공동체운동의 요체는 대소 집단이나 부문들간의 이해 대립이나 갈등을 적절히 조정하는 중재적 기능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아직은 공공복지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우리 국민 대다수는 한편으로는 민주시민적 열망의 일환으로 시민적 자율성을 보장하는 과소 국가관을 지지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민생복지를 위한 국가의 적극적 관여를 갈망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의 시민운동은 국가와 시민사회의 틈새에서 분출하는 시민적 불만이나 호소를 대변하고 조정하는 중재자적 역할을 넘어서, "더불어 사는" 공동생활의 이념과 기틀을 확립하는 전향적 역할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더구나 "물질의 시대에서 정신의 시대로"라는 표현으로 응축될 수 있는 가치체계의 변화상과 더불어 사람들의 관심사가 소유의 문제에서 의미의 문제로 이동하는 경향이 역력해지고 있는 만큼, 공동체적 욕구도 종전의 이익공동체적인 것에서 담화공동체적인 것으로 이행될 것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우리 시민운동 단체는 기존의 사회감시자적 소명과 더불어 사회소통자적 소명을 새로이 인식함으로써 다원화·유연화되어가는 개방적 사회현실에 관용과 이해라는 신공동체주의적 가치를 부식시키는 실천주체로서의 소임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新공동체정신에 기초한 새로운 시민운동의 전개는 극한적 대립갈등의 양상을 노정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내적 분열을 치유한다는 내국적 견지에서는 물론이요, 통일시대를 대비한다는 입장에서도 의의가 크다고 본다. 공존공영의 상생논리에 입각한 新공동체적 시민의식의 발양은 인간의 존엄성·사상과 행동의 자유·기회균등 및 복지증진 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진정한 민족통합의 초석이 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혁-수구, 진보-보수, 우익-좌익, 친여-친야 등 실로 미세한 차이를 화해불가한 적대적 관계로 양극화시킴으로써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여온 기존의 사회분열적 운동양식은 사회통합적 운동양식으로 코드를 전환하여,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민적 역량을 결집하는 데 소임을 다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공동체적 시민사회의 형성을 위하여
새로운 공동체의식의 요청
지난 30여년간의 공업화 과정으로 우리사회의 농촌공동체는 급속히 와해되었으며, 도시민들 역시 그들의 거주공간을 공동체적 터전이 아닌 생존경쟁의 각축장으로 인식하여 왔다. 이 같은 공동체 해체경향이 한국사회만의 고유한 현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이기주의·도구주의·편법주의 등으로 개인간·집단간 대립갈등을 조장함으로써 공동체 해체를 가속화시켜 왔다.
따라서 인간관계는 가일층 각박해져 가고 있으며, 그 반작용으로서 폐쇄적 연줄망을 통해 목적하는 바를 달성코자 하는 연고주의적 사고가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다. 출세하는데는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보다 집안 배경이나 친분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바로 그러한 성향을 반증한다.
지역공동체에 기반한 전통사회에서는 혈연이나 지연이 인간관계의 기초였다. 변화된 상황에 대한 동일한 원리의 적용은 많은 부작용을 야기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사회적 경쟁이나 각축이 격화되어 가는 오늘날 우리사회에서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하는 공동체 이념의 함양이 새로운 시대적 정명으로서 대두하고 있다.
新공동체주의의 논리적 배경
공동체주의는 공리적 자유주의 사상의 확산과 더불어 오랜 동안 시대착오적인 낡은 사상으로 치부되어 왔다. 하지만 1980년대를 전후해 시장논리에 입각한 新보수주의 사조가 성행한 구미지역에서는 보다 심각해지는 사회문제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서 新공동체주의(neo-communitarianism)가 대두되어 왔다.
신공동체주의란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자유주의 사상의 독소를 비판하고 인간적 유대, 정서적 친화, 도덕적 몰입 등을 강조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으로서, 그것은 익히 알려진 자유주의의 안티테제인 사회주의 혁명관이나 그 외연으로서의 사회공학적 개조주의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인간관·새로운 사회관계·새로운 사회적 운용을 역설하는 대안적 사회원리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nbsp;
신공동체주의는 현대사회의 도덕적 위기에 대한 절망감에서 발원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고성장·고효율을 지향하는 적자생존적 방안으로 활로를 모색하고자 하는 자유주의와는 달리 新공동체주의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외적 기제가 아닌 자기조절체계에 의한 인격적·사회적 통제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고전적 공동체사상과 기본 성격을 공유한다.
자유주의 對 공동체주의는 흔히 "정의냐 선이냐(right or good)?"라는 물음에 비견되는 수가 많다. 이 때, 공동체주의에서 추구되는 '선'이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개인이익의 총합으로 산정되는 공리주의적 복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운명체적 인식에 근거한 숙고·동의·참여 등을 포괄하는 심정윤리적 이상상태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유주의자들이 추구하는 공리주의적 공동선은 분할된 것들의 수렴에 의거하는 수렴재(convergent goods)로 간주될 수 있는 반면, 공동체주의의 그것은 자체가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는 공유재(common goods)로 규정될 수 있다. 따라서 신공동체주의는 효율적 수단을 동원해 개인적 복리를 추구함으로써 사회전체의 복리를 증진시키자는 도구적 합리성과는 발상을 달리하는 성찰적 합리성을 지향하며, 계약보다 자성, 타산보다 배려, 개인보다 전체, 정의보다 덕성을 더 강조한다.
신공동체주의 이념의 정수는 "도덕을 (도구)합리적으로 정당화하려는 계몽적 기획은 참담한 파국으로 끝났다"는 자유주의 사회체제에 대한 A. 매킨타이어의 선언에서 그 전형을 발견할 수 있다. 반면, 복합평등론이나 참여민주주의론을 내세우는 M. 왈저나 B. 바버의 공동체주의는 주어진 여건 하에서의 공동체적 실현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공동체주의의 범주로 분류된다.
그러나 '强弱을 불문한 모든 新공동체론은 개인적 덕성이 사회적 덕성으로 외연되려면 덕행을 생성·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는 공동체 조직의 당위성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일관성을 견지한다. 특히 바버는 복고적 공동체주의자주의자들이 주장하여온 합의공동체 모형을 배격하면서, 참여적 시민활동에 의거한 담화공동체의 육성이야말로 "德이후의 사회(after-virtue society)"로서 지칭되는 근대적 야만시대에 공존공영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시킬 수 있는 실현가능한 대안임을 역설한다.
한국사회의 공동체적 기초
장기간 비민주적 통치체제 하에서 국가주도형 성장정책을 추구하여온 한국사회에서는 서구적 의미의 시민사회가 정초하기 어려웠다고 본다. 개발독재는 시민권을 제한했고, 성장제일주의는 시민적 덕성을 억압했기 때문이다. 향후 사회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시민적 권리의식은 점진적으로 신장하였으나, 권익의식에 상응하는 책임윤리가 따르지 못함으로써 한국의 시민사회는 아직은 서구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는 성장기에 속해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시민사회의 기본모형은 크게 다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하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자율적 질서를 상정하는 공리주의적 모형이요, 다른 하나는 사적 이윤추구는 인정하되 소정의 규범적 합의도출을 전제로 하는 규범공동체적 모형이다.
그런데 철저히 공리지향적인 상황에서조차 개개인의 이윤추구는 타인의 사회활동을 저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바, 홉스적 투쟁상태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서는 타인의 존재가치를 존중하는 모종의 규범적 합의가 불가결하다고 본다. 더욱이 인간이란 원천적으로 피차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존재'인 까닭에, 인류사회에는 예나 지금이나 非공리적 가치실현을 위한 도덕적 역할이 항존한다고 본다. 더구나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억지논리 하에 과열경쟁의 열기가 충만한 우리사회에서는 공존공영의 공동체의식에 입각한 시민의식의 계발이 절실하다고 본다.
이러한 시민공동체 의식에는 ① 권리행사에는 소정의 책임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책무의식, ② 방법과 절차가 합당치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성과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과정중시적 태도, ③ 소수의 이익보다 다수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공익우선주의, ④ 불가피한 피해는 서로 공유해야 한다는 피해분담의식 등과 같은 내용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시민공동체 운동의 실천 과제
시민공동체 운동의 일차적 과제는 이기주의·도구주의·편법주의·연고주의와 같은 왜곡된 사회의식에서 파생하는 병리적 현상의 치유를 본령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국민복리를 위한 정부의 역량이나 공공자원의 한계성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공동체정신의 구현을 위한 시민운동의 역할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국가와 시민사회를 대립적 범주로 이해한 고전적 시민사회론자들은 전자를 국민의 보편적 이해관심을 추구하는 공적 도구, 후자를 국민 개개인의 이기적 욕구가 점철된 거래의 장으로서 간주해 왔다. 이 같은 관점에서 도출되는 공동체운동의 요체는 대소 집단이나 부문들간의 이해 대립이나 갈등을 적절히 조정하는 중재적 기능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아직은 공공복지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우리 국민 대다수는 한편으로는 민주시민적 열망의 일환으로 시민적 자율성을 보장하는 과소 국가관을 지지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민생복지를 위한 국가의 적극적 관여를 갈망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의 시민운동은 국가와 시민사회의 틈새에서 분출하는 시민적 불만이나 호소를 대변하고 조정하는 중재자적 역할을 넘어서, "더불어 사는" 공동생활의 이념과 기틀을 확립하는 전향적 역할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더구나 "물질의 시대에서 정신의 시대로"라는 표현으로 응축될 수 있는 가치체계의 변화상과 더불어 사람들의 관심사가 소유의 문제에서 의미의 문제로 이동하는 경향이 역력해지고 있는 만큼, 공동체적 욕구도 종전의 이익공동체적인 것에서 담화공동체적인 것으로 이행될 것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우리 시민운동 단체는 기존의 사회감시자적 소명과 더불어 사회소통자적 소명을 새로이 인식함으로써 다원화·유연화되어가는 개방적 사회현실에 관용과 이해라는 신공동체주의적 가치를 부식시키는 실천주체로서의 소임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新공동체정신에 기초한 새로운 시민운동의 전개는 극한적 대립갈등의 양상을 노정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내적 분열을 치유한다는 내국적 견지에서는 물론이요, 통일시대를 대비한다는 입장에서도 의의가 크다고 본다. 공존공영의 상생논리에 입각한 新공동체적 시민의식의 발양은 인간의 존엄성·사상과 행동의 자유·기회균등 및 복지증진 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진정한 민족통합의 초석이 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혁-수구, 진보-보수, 우익-좌익, 친여-친야 등 실로 미세한 차이를 화해불가한 적대적 관계로 양극화시킴으로써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여온 기존의 사회분열적 운동양식은 사회통합적 운동양식으로 코드를 전환하여,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민적 역량을 결집하는 데 소임을 다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김문조 (고려대학교 교수/사회학)
출처 - 비전@한국홈페이지 회원칼럼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